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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시간내서 요가하러 온건데요...이건 아니잖아요.

by 커피마시는브라운
요가3.jpg <출처-pexels>



첫째 아이를 출산하고 주 양육자가 되면서 나는 운동은 커녕 화장실을 가는 시간도 아이의 눈치를 봐야했다. 잠은 항상 부족했고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내기는 힘들었다. 주말에도 대부분 일을 해야 했던 신랑을 대신해서 나는 주로 독박육아를 했다. 육아의 기간을 최대한 짧게 하고 싶었던 나는 2년 터울로 둘째를 갖고 출산을 했다. 아이들과 24시간 함께 하는 시간들이 좋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힘이 부칠때가 많았다. 체력은 점점 떨어졌고 알 수 없는 두드러기가 한 동안 지속적으로 나서 고생을 하기도 했다.




둘째가 4살이 되면서 기관에 다니게 되면서 제일 처음으로 하고 싶었던 것은 운동이였다. 그 중에서도 요가를 하고 싶었다. 지역 주민자치센터에서 하는 요가들을 신청했지만 당첨이 되지 않았다. 헬스장에서 운영하는 요가 등은 주로 헬스장도 끈고 GX프로그램도 함께 결제를 해야지 이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또 3개월,6개월,12개월 이런 식으로 결제를 해야만 되서 큰 금액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러다가 동네에 위치한 태권도장에서 하루에 두 타임 오전 시간에 요가 수업이 있다는 소식을 같은 단지에 사는 지인에게 듣게 되었다.(선생님이 태권도장의 공간만 빌려서 하는 수업이였다.) 일주일에 3번 월,수,금 오전 10시 11시에 수업이 있었고 결제도 매달 4만원씩만 하면 되어서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이였다.


"운동은 자고로 가까운 곳으로 다니는게 최고라고 했어. 아이를 9시 30분까지 등원시키고 집안 청소를 간단히 하고 10시에 운동을 하러 가면 딱이겠다."


집 문을 나서 3분이면 단지에 위치한 태권도장에 도착을 했다. 신랑에게 가까운 곳에서 운동을 할 수 있겠다며 신이나서 이야기를 했다.


수업 첫 날 같은 단지와 주변 아파트에 거주하시는 분들이 주 수강생으로 선생님도 우리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시는 분이셨다. 결혼 전 헬스장, 태보, 댄스 강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강사의 경력을 가지고 계신다고 했다. 지금은 선생님도 초등학교 아이를 키우면서 오전 시간만 아파트 단지에 위치한 태권도장에서 장소만 빌려서 수업을 하신다고 했다.




곳곳에 아시는 분들이 보였다. 눈 인사를 했다. 큰 아이와 같은 유치원에 보내는 엄마들 무리,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다가 한 두 마디 말을 건네고 안면이 있는 분들 등등. 나는 사실 이런 관계들이 불편했다.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고 할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닌데 인사를 해야만 하는 사이. 그런 분들과 운동을 해야 한다니 마음이 살짝 불편했다. 선생님도 우리 아파트 거주민으로 단지 바로 옆에 위치한 초등학교의 학부모이기도 했다. 당연히 아시는 분들이 많았다. 수업을 듣는 인원의 2/3정도는 선생님과 아시는 사이인 것 같았다. 그래도 가까운 곳에서 운동을 할 수 있으니 그 정도 불편함은 감수하기로 했다.


수업 진행은 워킹 요가(주로 걷기를 하는데 평소보다 무릎을 좀 더 올리고 걷는다. 처음에는 천천히 걷다가 나중에는 속도를 조금 올린다.)로 10분 몸을 풀고 요가 자세들을 이어갔다. 주로 쉬운 동작들로 구성된 수업이였다. 그때 나의 몸 상태도 엉망이였기 때문에 수업이 딱 맞았다. 요가를 전문으로 하신 선생님은 아니였지만 4년이 넘는 육아로 피폐해졌던 나의 몸에 운동이라는 활기를 불어넣어주기는 충분했다.




하지만 1-2달이 지나자 문제가 나타났다. 같이 수업을 들으시는 분들이 대부분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다보니 수업을 시작할 시간이 되었는데 사람들이 적게 오면 선생님은 5분만 기다렸다가 수업을 하자고 하셨다. 그렇다고 5분 수업을 끝나고 더 해주시지는 않았다. 다음 수업도 있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그 시간 동안 수업을 듣는 지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친한 사람이 없는 나는 그냥 앉아서 이야기를 들으며 맞장구를 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주로 육아를 하는 분들이 많다보니 육아로 시작된 수다는 가끔씩 10분, 20분이 될때가 있었다. 수다가 길어진 날은 운동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저기요. 저는 운동하려고 시간 내서 온건데요. 수다 떨려고 온건 아닌데요."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불편하게 애매한 관계들 속에서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4달을 다니고 이제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날 수밖에 없었다. 다음 달은 선생님께 개인적인 사정으로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조심스럽게 문자로 말씀 드렸다. 나는 다시 요가 유목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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