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도 아니고, 사장도 아닌 팀장의 애매한 위치
팀장이 되고 나면 가장 먼저 느끼는 변화는 자리에 앉는 순간 찾아오는 묘한 거리감입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같은 팀원들과 웃으며 퇴근길을 함께하던 사람이, 이제는 회의실에서 성과를 점검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입장이 됩니다. 팀원은 더 이상 완전한 ‘동료’가 아니고, 사장이나 임원처럼 조직의 최종 책임을 지는 사람도 아닙니다. 바로 이 애매한 위치성이 팀장을 외롭게 만드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팀장은 늘 두 개의 시선을 동시에 받습니다. 위에서는 매출, 성과, 보고서로 대표되는 수치와 결과를 기대하고 아래에서는 공감, 지원, 보호라는 심리적 안전망을 기대합니다.
즉, 팀장은 ‘성과와 관계’라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언어를 동시에 번역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한쪽으로 치우치면 다른 쪽에서 불만이 쌓이고, 균형을 잡으려 애쓸수록 ‘나는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다’는 고립감이 깊어집니다.
제일 힘든 순간은 바로 ‘동료에서 관리자’로 바뀌는 과정입니다. 함께 점심을 먹고 농담을 주고받던 팀원들이 이제는 내 평가 대상이 되고, 내가 내리는 결정에 따라 그들의 업무와 커리어가 달라집니다. 이 변화는 단순히 직급의 변화가 아니라 관계의 근본적인 재편성을 의미합니다. 팀장이 외로운 것은, 익숙했던 동료 관계의 끈을 놓아야 하면서도 아직 ‘리더’로서의 새로운 관계망을 완전히 얻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를 재정의해볼 수 있습니다. 외로움은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리더십의 독립성을 배우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팀장으로서 혼자 책임지는 자리에 서야만 ‘판단의 근육’이 자라납니다.
누구에게도 완전히 기대지 못하는 순간, 오히려 스스로의 리더십 철학이 만들어집니다.
관계의 거리감은 나를 객관화하게 만들고, 감정과 성과 사이의 균형점을 찾게 합니다.
즉, 외로움은 팀장이 ‘관리자’에서 ‘리더’로 넘어가는 문턱에서 반드시 겪어야 하는 통과 의례와도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 외로움을 무조건 혼자 감당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① 동료 리더와의 네트워킹 : 같은 위치에 있는 팀장들끼리 경험을 나누면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안도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② 자기 성찰 루틴 만들기 : 일기 쓰기, 글쓰기, 주간 회고 같은 습관을 통해 감정을 언어화하면 외로움이 단단함으로 변합니다.
③ 멘토나 코치 찾기 : 윗선과의 관계가 일방향일 때, 외부 멘토나 리더십 코치는 성장을 돕는 거울이 됩니다.
④ 팀과의 신뢰 구축 : ‘나는 너희와 달라졌다’는 거리감 대신, ‘나는 여전히 너희의 성장과 성과를 위해 여기 있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주어야 합니다.
팀장이 외롭다고 느끼는 것은 잘못이 아니라 직무의 구조적 특성입니다. 동료도 아니고, 사장도 아닌 이 애매한 위치에서 팀장은 자신만의 균형 감각을 키우며, 점차 ‘괜찮은 리더’로 자라납니다. 외로움은 피할 수 없는 그림자이지만, 동시에 팀장이 성장하는 가장 진실한 증거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