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OO이가 병원비 때문에 퇴원시킨 것 같어
요양병원에서 엄마는 한동안 너무도 즐거워했다. 병원 자체도 외곽에 있어서 그런가 사방이 산이었고 아침이면 새들 소리가 들리는 곳이었다. 1인실이라 고즈넉하니 조용했고 눈만 뜨면 창너머 산이 보여 눈 호강한다며 즐거워했다.
05. OO이가 병원비 때문에 퇴원시킨 것 같어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는 힘들어했다. '재활전문병원'이라고는 해도 기본은 '요양병원'인지라 대학병원에서의 재활병동과 달리 대소변을 못 가리는 환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오고 가는 사이 병동내에 분비물로 인한 냄새가 진동한다며 힘들어하셨다.
그래도 재활치료를 위해 병동을 이동할 때 빼고는 1인실에서 문 닫고 있어 참을 만하니 걱정 말라고 하신다. 1인실이라 4인실에 비해 조용해서 지내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말도 덧붙이셨다.
보행기로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처럼 성인용 보행보조기를 끌고 병실 복도를 다니며 다리 힘을 키웠고, 예닐곱 아이가 처음 세발자전거를 타듯 한 발 한발 재 재활자전거에 발을 올리고 페달을 돌리며 힘을 내셨다. 그렇게 엄마는 재활에 무척 열심이었다. 역시나 틈틈이 수다를 떠느라 전화는 여전히 통화 중이었다. 시간은 무심하게 그렇지만 엄마에게는 치열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또다시 동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누나, 엄마, 퇴원시켰어. 119 불러서 응급실 보냈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이건 또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같은 말인지, 왜 또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통보만 하는지 진짜 미치고 팔짝 뛰겠다. 며칠 전서부터 엄마는 이가 조금씩 떨린다며 불편해하셨다. 당장 응급실 가자고 했지만 아들이 가자고 할때까지 기다리시겠다고 나보고도 오지말라고 한다.
아빠의 응급실 사건(?), 그 사건 같지도 않은 사건 이후 동생한테 시달리는 엄마와 아빠를 알고 있어서 더이상 재촉할 수 없어 그만했었다. 아들이랑 응급실 가고 싶으시다니는데, 가셔야지. 시달리시게 하지 말자. 그런데, 진료를 보러 가는 것도 아니고 퇴원을 했다니 아닌 밤중에 홍두깨다.
외출허가 받아서 응급실이든 검진이든 다녀오면 될 일인데 무슨 일을 이렇게 깜빡이도 켜지않고 들이닥치는지, 더 이상 동생하고 통화해 봐야 의미 없는 일일 뿐이라 바로 아빠한테 전화를 걸었다.
"아빠, 엄마 퇴원하고 응급실 간다는데 무슨 소리예요?"
"OO이가 퇴원수속해서 지금 응급실왔어. 진료 보고 전화할게 끊어."
두서없는 아빠의 말에 이것저것 따질 경황이 없어 일단 조퇴를 하고 응급실로 출발했다. 한참 가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이미 집으로 가셨다고 했다. 지속되는 떨림 증상으로 엄마는 힘들어했지만 응급실에서는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고 단순 귀가조치 당했다. 그렇게 집으로 오셨고 동생은 없었다.
도착한 집에 동생은 없었다. 벌써 갔냐고 물었더니 전화로 퇴원 통보하고 전화로 119 부르고 바쁘다고 병원으로도, 집으로도 동생은 오지 않았다. 부모님의 동생의 말 한마디에 이리로 저리로 휘둘리셨을 뿐이었다. 아마도 동생이 시키는대로 따라가기도 벅차셨을 터다. 동생은 절대반지를 낀 골룸마냥 부모님을 휘둘렀고, 단 한마디도 못한 채 부모님은 동생이 휘두르는 대로 휘둘리셨을 뿐이었다.
여기서 부모님께 화를 내어봐야 가슴만 아프게 하는 꼴인데, 해서 무엇할까 싶다.
정기검진이든 응급실이든 딸이 주는 돈만 받지 마시고
아들이 난리부르스 지랄발광을 하든 말든
딸이 가자는대로 병원을 갈 수 있는 용기(?)가 있는 부모님이었더라면
아들의 행동에 화라도 낼 줄 아셨다면
그러면 뭔가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었을까?
아빠는 오늘 하루 종일 너무 정신없어서 피곤하시다며 주무시겠다고 방으로 들어가셨다. 한숨 돌린 엄마가 푸념하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OO이가 병원비 때문에 엄마 퇴원시킨 것 같아."
소시오패스' s 베푸는 척 하지만 알고 보면 매우 계산적이며, 충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