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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인한 Nov 23. 2024

좋은 감정, 나쁜 감정

감정 흘려보내기

흔히 좋은 감정이라고 하면 어떤 감정들이 떠오르시나요? 기쁘다. 사랑스럽다. 행복하다. 여유롭다. 등의 감정인가요? 좋습니다. 그렇다면 나쁜 감정도 한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우울하다. 힘들다. 화가 난다. 등의 감정이 떠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는 좋은 감정만 느끼고 싶어 합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능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감정을 좋은 감정, 나쁜 감정으로 나누고, 나쁜 감정이 얼굴을 보이는 순간 부정하고 숨겨버리곤 하죠. 저는 문득, 동화 ‘미운오리새끼’가 떠오릅니다. 내 안의 좋은 감정들 속에서 나쁜 감정이 끼게 되면, 우리는 그 나쁜 감정을 미워하곤 합니다. 미운오리새끼에 나오는 회색 오리처럼 말이죠.


우리가 미워하는 나쁜 감정은 어디로 가게 될까요? 아마 동화처럼 나를 사랑해 줄 누군가를 찾아 떠돌아다닐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동화와 다르죠.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다면, 그 감정은 죽어 시체가 될 것입니다. 그러한 사건이 우리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 어쩌면 우리는 조용히 나쁜 감정들을 죽여왔을 겁니다. 하지만 나쁜 감정도 나의 일부분이고, 그 감정을 우리가 죽인다면, 우린 스스로를 죽일 뿐입니다.


우리는 나쁜 감정을 느끼는 것을 왜 두려워할까요? 저는 나쁜 감정을 느낄 때마다, 고통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그 감정들을 받아들이기 참 무서웠습니다. 그 감정을 받아들이기 싫었고, ‘이렇게 못생긴 감정은 내 본모습이 아니야!’ 하며 미운오리새끼를 내치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행위가 계속될수록 나는 나를 잃어갔습니다. 어느새 나는 항상 밝아야만 하는 사람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런 삶은 재밌지 않았습니다.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동화 얘기로 돌아가, 미운오리새끼는 결국 백조가 됩니다. 어쩌면 우리는 나쁜 감정의 일부분에만 초점을 맞춰, 이 감정이 왜 존재하는가에 관한 생각을 못했던걸 수도 있습니다. 잘 생각해 보세요. 나쁜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일 때, 그 감정은 우리에게 무언가 선물을 주지 않았던가요?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지고 펑펑 울었던 순간에도,

원하던 시험에 떨어지고 낙심하던 그 순간에도,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열망과 질투심의 순간에도,


이 감정들은 순간을 벗어나, 시간이 흘러 우리에게 다시 살아갈 힘,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 힘. 온전히 나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건네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좋은 감정들이 밀려왔습니다. 그러니 나쁜 감정을 너무 미워하지 말아 주세요. 그 감정을 꼭 안아주고 품어주세요. 여러분의 아름다운 일부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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