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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인한 Nov 19. 2024

인식하지 못하는 나의 감정

감정 흘려보내기

단조롭게 흘러가는 하루 속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그렇게 단조롭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만나는 사람,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 인생이 조화로운 하나의 선율이라면, 우리들의 감정은 각각의 연주자와도 같습니다. 단조와 장조를 번갈아가며 빠르게, 또는 느리게 흐르기도 하죠. 우리는 노래를 듣다 보면 큰 선율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세하게 변화하는 주법이나, 빠르게 진행되는 곡에서는 음악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알아차리기 힘들죠.


감정도 이와 같습니다. 빠르게 변화하고 감정 마다도 미세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집중하지 못하면 놓치기 십상입니다. 저는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감정’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인식하지 못하는 감정들이 많아지게 되면, 나의 기분을 설명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분명 현재 내 마음은 좋지 않고 우울한데, 왜 그런 기분이 드는지 모를 때가 있지 않나요?


저번에도 말했듯, 감정은 어린아이 와도 같아서 관심을 주지 않고 자신을 몰라봐주게 되면, 억압된 감정이 되어 다른 방식으로라도 자신을 표현을 하게 됩니다. 순간의 감정을 우리의 의식 속에서 못 본 척하게 된다면, 이 억압된 감정은 우리의 무의식 속으로 들어가, 우리의 의식이 알아채기도 전에 본인을 표출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한 번쯤은, 어쩌면 자주, 가슴 어딘가가 꽉 막힌 답답한 느낌이 들거나, 신경질적으로 변하거나, 갑자기 하지 않던 행동들을 한 적이 있지 않나요? 이는 모두 내 안의 감정들이 밖으로 나가려는 소리 없는 아우성입니다.


이제 우리가 무시했던 감정들이, 우리 내면 깊은 곳에서 소리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셨나요? 아마 나의 감정에게 미안함이 느껴지실 겁니다. 사실 내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은, 자기 사랑과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내 감정을 몰라본다는 것은 곧 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과도 연결되어, 나 스스로를 사랑하기 힘들어집니다. 스스로 관심을 갖고 보살펴줘야 하는데, 내 감정을 몰라주는 것은 이와 반대되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노래는 여러 번 집중해서 듣듯이, 내가 나를 사랑하려면 우리는 자신을 여러 번 돌아봐야 합니다. 아름다운 선율 하나하나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을 담아서요. 처음에는 어려운 게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반복해서 의식하다 보면 언젠간 내 감정이 들리는 순간이 올 거예요. 내가 존재하는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눈을 감고 여러분이 보냈던 오늘 하루를 떠올려보세요. 그리고 순간의 놓쳤던 감정들을 다시 한번 찬찬히 바라봐주고, 있는 그대로 느껴주세요. 장조와 단조의 아름다운 조화를 있는 그대로 느껴주세요. 아름다운 곡을 듣는 것처럼, 당신의 마음도 조금은 편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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