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환영합니다! 인구소멸마을입니다!

2. 현실과 이상의 괴리

by 한서 Dec 22. 2024
아래로

도현은 은솔마을의 현실을 조금씩 변화시키겠다는 이상을 품고 첫 번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마을 주민들의 불편함을 줄이고자, 그는 IT 기술을 활용해 마을에 키오스크를 설치하기로 했다.


그는 서울에서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키오스크를 준비하고, 마을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지나는 미용실 앞 버스 정류장에 설치했다.


키오스크를 통해 어르신들이 버스 도착 예정 시간, 약국과 시장의 운영 시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도현은 키오스크가 마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확신하며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예상과는 달랐다.


"이걸 누르면 뭐가 나오긴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겠어."
"여기 화면이 자꾸 바뀌는데, 나는 이런 거 모르겠어. 그냥 손자한테 물어보면 되겠지."


어르신들에게는 키오스크가 너무 낯설었다. 디지털 기기를 처음 접한 이들에게는 인터페이스를 이해하고 조작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다.


더 큰 문제는 어르신들의 생활 속 고충이 이미 깊다는 것이었다.


"글자가 커서 좋은데 이거를 보러 여기까지 와야 하나?"라며 걷기 힘든 노인이 말하곤 했다.

다른 한 어르신은 "버스 시간 확인해도, 정작 버스가 만석이라 못 탈 때가 많아. 결국 기다려야 해"라고 덧붙였다.


도현의 이상은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그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섰다. 마을회관에서 간단한 교육 프로그램을 열어 키오스크 사용법을 가르치기로 한 것이다.


어르신들은 교육에 참여하며 하나씩 조작법을 익혔다.


"이 버튼을 누르면 버스 도착 시간 및 만석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요. 한 번 눌러보세요."

"여기서는 약국 운영 시간을 볼 수 있습니다. 간단하죠?"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 손 들어보실래요? 이 분들은 저에게 전화해 주시면 제가 실시간으로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교육 후, 도현은 1주일 동안 미용실 앞 키오스크 옆에 머물며 어르신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어르신들이 어려움을 겪으면 바로 도움을 주고, 사용법을 반복해서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도현은 어르신들의 생활과 일상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는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만든 솔루션은 어르신들의 발걸음을 덜어주는 데 얼마나 실질적일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결국 그는 키오스크 사용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의 전반적인 불편함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고민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비록 첫 번째 시도에서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이 경험은 이후 도현의 모든 프로젝트에 중요한 교훈이 되었다.


<아래 링크를 통해 영상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WELsVSBU34


인물소개 "박순자 할머니"


Q: 할머니, 안녕하세요. 최근 가게에 키오스크가 도입되었다고 들었어요. 사용해보셨나요?

A: 아유, 안녕하세요. 사용해보긴 했죠. 근데, 그게 쉽지가 않더라고. 이 화면에 글자도 작고, 뭐를 눌러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몇 번 눌러보다가 그냥 포기했어요.

Q: 처음 보셨을 때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A: 처음엔 참 편리하겠다 싶었지. 젊은 사람들은 그런 거 잘 하잖아요. 근데 나는 버튼이 많아서 어디를 눌러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한 번 잘못 누르면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그것도 어렵고... 진땀이 나더라고.

Q: 예전에 동네에도 이런 새로운 것들이 많이 도입되었나요?

A: 그렇지. 몇 년 전에 마을에 무슨 인터넷으로 하는 장터 같은 게 들어왔었거든. 그때도 사람들이 '이거 하면 마을 경제가 좋아질 거다'라고 하면서 설명회를 열었는데, 정작 우리가 어떻게 쓰는지는 하나도 안 가르쳐줬어요. 결국 아무도 못 쓰고 흐지부지됐지.

Q: 그럼 이런 최신 기술들을 접하실 때 어떤 점이 가장 어려우신가요?

A: 뭔가 새로운 게 들어오면, 처음엔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우린 모르니까 못 써요. 누가 제대로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고, 우리 나이 든 사람들이 물어볼 때마다 '이거 간단하다, 눌러보라'고만 하니 그게 더 막막하지. 이번 키오스크도 마찬가지였어요.

Q: 키오스크를 사용하실 때 도와줄 사람은 없었나요?

A: 가게 주인도 바쁘고, 주위엔 나 같은 할매가 둘러보고 있는 거지. 나한테 뭐 어떻게 하는지 알려줄 사람이 없으니, 그냥 포기하고 나왔어요.

Q: 도현 씨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생각을 할까요?

A: 도현 씨? 아 그 젊은 청년? 그 젊은이가 좋은 일 하려고 키오스크를 넣은 건 알겠어요. 근데 말이야, 나 같은 할매들 생각도 좀 해줬으면 좋겠어. 기술이 좋긴 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 기술이 어려워서 오히려 소외되는 느낌이에요.

Q: 마지막으로 도현 씨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A: 멋쟁이 청년! 우리 같은 늙은이들도 너희랑 똑같이 편리하게 살고 싶어. 근데 이런 기계만 덩그러니 놓고 가면 우린 그냥 뒤처지게 되는 거야. 우리한테 맞는 방법도 좀 찾아줘. 부탁이야. 그래도 마음이 참 고마워! 먹고싶은거 있으면 말해봐! 내가 건강식으로 만들어줄게!

이전 01화 환영합니다! 인구소멸마을입니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