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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합니다! 인구소멸마을입니다!

3. 서마트폰인지...서마트팜인지.. 암튼 해보입시더!

by 한서

도현은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어르신들이 사용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만만했다.

이제 은솔 마을도 최신 기술의 편리함을 누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불편한 진실이 드러났다.

키오스크 사용법을 배우고도, 어르신들이 가게를 찾는 횟수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처음엔 단순히 어르신들이 새로운 것을 어려워한다고 생각했지만, 박순자 할머니와의 대화에서 문제의 핵심이 밝혀졌다.

“키오스크는 잘 쓰겠는데,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게 더 힘들어.”


그 말에 도현은 충격을 받았다. 기술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어르신들이 불편을 느끼는 접근성 자체를 개선해야 했다.

그날 밤, 도현은 고요한 마을길을 바라보며 스케치북에 아이디어를 적어 내려갔다.

“버스가 어르신들 집 근처까지 오게 만들면 어떨까?”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나 이제 가요~’어플이었다.

어르신들이 간단히 버튼을 누르면 버스 회사로 신호가 가고, 요청한 시간에 맞춰 집 앞 도로변에 버스가 정차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그리고 실수로 눌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확인 전화를 걸어 크로스 체크하는 시스템까지 추가했다.

“스마트폰이 없어도 괜찮아. 기존 핸드폰에도 단축키를 설정하면 가능하니까.”

도현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어르신들에게 어플을 알리기 위해 마을회관에 주민들을 초대했다.


마을회관은 어르신들로 북적였다. 도현은 준비해 온 노트북과 스크린을 켜고 어르신들을 향해 말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제가 정말 편리한 방법을 하나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이름하여, ‘나 이제 가요~’ 어플입니다.”

어르신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퍼졌다.

“이번에도 어렵지 않을까?”

“우리 같은 사람은 못 쓰는 거 아녀?”

도현은 차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아주 쉽게 알려드릴게요. 스마트폰이 없으신 분들도 문제없습니다.”


스크린샷 2024-12-26 144021.png '나 이제 가요' 어플

어플의 사용법 안내

1.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방법

도현은 어플 화면을 스크린에 띄우며 말했다.

“어플을 설치하면 화면에 큰 버튼 하나만 있습니다. 출발하시기 1시간 전에 이 버튼을 누르면 버스 회사로 신호가 갑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바로 확인 전화를 드릴 거예요. 정말 간단하죠?”

어르신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플 사용법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2. 스마트폰이 없는 분들을 위한 대안

스마트폰이 없는 어르신들을 위해, 도현은 직접 버튼식 핸드폰에 단축키를 설정했다.

“자, 여기 보세요. 마찬가지로 출발하시기 1시간 전에 이 핸드폰에 8번 단축키를 길게 누르면, 바로 버스 회사로 요청이 갑니다.

그리고 역시 확인 전화가 올 거예요. 잘못 눌러도 걱정하지 마세요. 전화로 말씀하시면 됩니다.”

어르신들은 신기하다는 듯 단축키를 눌러 보았다.

도현은 어르신들에게 하나씩 어플을 눌러 보게 하거나, 핸드폰 단축키를 사용하는 방법을 안내했다.

“박순자 할머니, 한번 눌러 보세요!”

“이렇게 하면 돼?”

핸드폰 화면에 신호가 뜨자 순자 할머니는 환하게 웃었다.

“어머, 진짜 되네! 이거 나도 쓸 수 있는 거 맞아?”

“그럼요! 이제 언제든 버스를 부를 수 있어요.”


강의가 끝난 뒤, 어르신들은 한결 밝은 표정으로 도현을 칭찬했다.

“도현 청년, 이런 걸 생각해 내다니 참 기특하네!”

“이제 시장도 편히 다닐 수 있겠어. 이렇게 쉽게 만들어 줘서 고맙네.”


한 할아버지는 도현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이런 젊은이들이 많아야 마을이 살아나지.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그리고 그곳에 참여한 버스 회사 관계자도 이렇게 말했다.

"저도 정류장을 항상 거쳐서 지나가지만 항상 우리 어르신들이 못탔으면 어떻게 하지? 라는 죄책감이 들기도하는데 이 어플의 등장을 통해서 죄책감도 줄어들 것 같아요!"


도현은 마을회관을 떠나는 주민들의 뒷모습을 보며 미소 지었다.

기술은 결국 사람들에게 닿아야만 진정한 가치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나 이제 가요~' 어플은 단순한 기술 도구가 아니라, 마을 주민들의 일상과 이동을 새롭게 바꾸는 연결의 매개체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미용실에서, 까만 피부의 한 할아버지가 도현에게 말을 걸었다.

"이보게 청년, 혹시 서마트폰인지... 서마트팜인가? 자동으로 뭐 거시기 되는 거 아나?"


그 할아버지의 성함은 이삼락.

할아버지는 처음부터 도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도현이 마을을 돌아다니며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그는 똘똘하고 뭔가 할 줄 아는 청년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스마트팜 프로젝트는 삼락 할아버지의 제안에서 시작되었다.

삼락 할아버지는 도현에게 스마트팜의 가능성을 물었고, 도현은 그 땅이 스마트팜을 설치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했다. 만평에 달하는 넓은 땅, 충분한 햇빛, 그리고 접근성까지 모두 완벽했다.


삼락 할아버지는 처음에는 도현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 스마트팜이라는 게 뭔데, 나 같은 늙은이가 써먹을 수 있는 거요?"라고 물었고,

도현은 스마트팜 기술의 장점을 하나씩 설명했다.


"할아버지, 이 시스템은 물을 자동으로 주고, 온도와 습도를 조절할 수 있어서 직접 밭에 나가실 필요가 없습니다. 할아버지가 스마트폰이나 간단한 화면만 보실 줄 아시면 관리가 가능합니다."


대화 중 삼락 할아버지는 자신의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 땅은 내가 젊을 때부터 일궈온 곳이요. 자식들한테 손 벌리기는 싫고, 그냥 농사라도 짓지 않으면 내가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질 것 같아서 계속 버티고 있었지. 하지만 이제는 몸이 따라주질 않으니 어쩔 도리가 없구만."

도현은 할아버지의 말을 들으며 농사를 포기하지 못하는 그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반신반의했지만, 도현의 진심 어린 설명과 설계도를 보고 점차 마음을 열었다.

"한번 해봅시더. 땅이 썩어가는 것보다는 낫겠지요."라며 동의를 표했다.


미용실에서의 대화를 마친 도현은 스마트팜 설치를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서울에 있는 친구 예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출신인 예찬은 스마트팜 설계와 농업 기술의 전문가였다.

두 사람은 함께 농지의 상태를 점검하고 최적의 배치를 설계했다.


예찬은 도현에게 말했다.

"이런 프로젝트는 대도시보다 시골에서 더 효과적일 수 있어. 여기 자연 환경을 활용하면, 정말 성공적인 모델이 나올 거야."


스마트팜 도입은 순조로워 보였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설치를 위한 초기 작업 중, 정민이 그 땅에 있던 소나무를 베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반발한 것이다.

정민은 도현에게 강하게 항의하며 말했다.


"그 소나무를 없애겠다고요? 안 됩니다! 그건 제 유일한 안식처예요."


도현은 정민의 반응에 당황했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정민은 도현에게 소나무에 얽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릴 적 정민은 버스를 타고 40분 거리의 도시 학교에 입학을 했지만, "시골 촌놈"이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했다. 도시 아이들은 정민의 사투리를 흉내 내며 조롱했고, 농촌 출신이라는 이유로 그를 무시했다. 정민은 어린 시절 마을에서도 외톨이였다. 학교 친구들은 그를 "촌뜨기"라 부르며 따돌렸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항상 고독했다. 정민은 마을 한가운데 서 있는 소나무 아래에서만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어릴 적에 이 소나무 아래에서 참 많이 울었어요.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던 날이면 여기로 와서 쉬곤 했죠. 바람이 불 때 소나무 잎들이 내는 소리가 저를 위로해줬어요."


정민에게 소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그의 상처와 추억을 간직한 특별한 존재였다.

소나무와 관련된 갈등은 스마트팜 도입을 멈춰 세웠다.


도현은 결국 삼락 할아버지와 정민을 만나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는 소나무를 보존하면서도 스마트팜을 설치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며칠 밤을 새운 끝에, 소나무를 중심으로 스마트팜을 설계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소나무를 중심에 두고 배치하면 모두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겠지만, 이 방법이라면 갈등 없이 진행할 수 있을 거예요."


정민과 삼락 할아버지는 도현의 설계도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그렇게 합시다." 할아버지가 말했다.

정민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소나무와 관련된 갈등이 해결된 후, 스마트팜 프로젝트는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도현은 정민과 삼락 할아버지의 신뢰를 얻은 만큼, 더욱 신중하게 모든 과정을 점검하며 진행했다.


그러나 새로운 도전도 도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스마트팜 설치를 위한 장비들이 농지에 도착한 날, 도현과 삼락 할아버지, 정민은 함께 현장에 나와 준비 작업을 도왔다. 농지 한쪽에서는 예찬이 IoT 장비와 자동화 시스템의 설치를 감독하고 있었다.


예찬이 도현에게 말했다. "여기 환경이 좋아서 작물이 잘 자랄 거야. 하지만 테스트 단계에서 문제없이 돌아가도록 조율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거야."


도현은 예찬의 말을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늦더라도 완벽하게 만들자. 어르신들이 믿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니까."


그날 오후, 설치 작업 중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 한 어르신이 장비를 잘못 건드려 데이터 센서가 일시적으로 오작동한 것이다. 다행히 예찬과 도현이 빠르게 대처해 문제를 해결했지만, 이를 계기로 도현은 어르신들이 장비를 더 쉽게 다룰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작업을 멈추고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개선점을 찾았다.


"할아버지, 이 화면에서 숫자가 보이시죠? 이 숫자가 습도를 나타내는 거예요. 너무 낮으면 물을 주라는 신호고요."


삼락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럼 여기 온도도 표시되는 건가? 그건 자동으로 조절되는 거지?"


도현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맞아요! 할아버지께서 직접 조작하지 않으셔도 시스템이 알아서 작동해요. 그런데 혹시 문제가 생기면 저나 예찬 씨가 바로 확인할 수 있게 알림이 뜨도록 설정해 놨어요."


스마트팜 설치가 마무리되던 날, 도현은 예찬과 함께 마지막 점검을 진행했다. 자동으로 물이 공급되고, 온도와 습도가 조절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도현은 뿌듯함을 느꼈다.


삼락 할아버지는 기계를 보며 감탄했다.

"이런 걸 내가 우리 땅에서 볼 줄이야. 이젠 나도 몸이 덜 힘들겠구먼."


정민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소나무랑 이렇게 어울릴 줄은 몰랐어요. 도현 씨, 정말 고맙습니다."


도현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답했다.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할아버지와 정민 씨가 아니었으면 이 프로젝트를 끝까지 해낼 수 없었을 거예요."


스마트팜이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하자, 삼락 할아버지는 마을 사람들을 초대해 첫 수확물을 보여줬다.

농지에 설치된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하며, 마을 주민들에게 직접 체험할 기회를 제공했다.

한 어르신이 말했다. "이제 농사짓는 게 이렇게 편해질 줄이야. 우리 마을도 변하고 있네."


도현은 주민들의 반응을 보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스마트팜은 단순한 농업 혁신이 아니라, 은솔마을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중요한 첫걸음이었다.

앞으로 더 많은 프로젝트로 마을을 변화시킬 결심을 하며, 도현은 다시 발걸음을 내디뎠다.



인물소개 "삼락 할아버지"


Q1: 삼락 할아버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시오. 나는 은솔마을에서 농사만 짓고 살아온 68살 이삼락이라 하오. 이 마을에서 만평 정도의 땅을 갖고 있는데, 나 혼자 이 땅을 일구면서 살아왔소. 농사로 평생을 살아왔으니 내 몸에 흙 냄새가 배어 있다고 봐야겠지.


Q2: 농사를 계속 짓고 계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그걸 왜 물어? 농사는 내 삶이고, 내 뿌리요. 자식들한테 손 벌리기 싫고, 그냥 농사라도 지어야 내가 사람답게 산다고 느낄 수 있소. 나이가 들었지만 땅을 놀리면 내가 내 손으로 버려지는 것 같아서, 몸이 힘들어도 계속하고 있었소.


Q3: 도현 씨와는 어떻게 인연이 닿으셨나요?
처음에는 마을에서 돌아다니며 어르신들 돕고, 똑부러지게 뭘 하려는 모습을 보고 유심히 지켜봤지. 뭔가 할 줄 아는 청년 같더라고. 그러다가 미용실에서 만나서 내가 먼저 물어봤소. "이보게 청년, 혹시 스마트팜인가 스마트폰인가? 자동으로 뭐 거시기 되는 거 아나?" 이렇게 말이오.


Q4: 스마트팜 도입을 제안하신 이유는요?
솔직히 말하면 내가 농사 짓는 게 이제 몸이 안 따라줘서 그런 거요. 하지만 농사를 멈추고 싶지는 않았지. 뭔가 새로운 방법이 있다면 한 번 시도라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소. 그래서 도현한테 물어본 거요. 젊은 사람이니까, 이런 걸 잘 알지 않겠소?


Q5: 스마트팜 도입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나요?
처음엔 믿기 어렵더라고. 땅에 물도 자동으로 주고, 온도도 알아서 맞춘다니... 이거 뭐, 꿈같은 얘기 아니오? 하지만 도현이가 설계도를 보여주고 설명하는 걸 들으니, 이 친구 말이 믿음직하다는 생각이 들었소. 그래, 해보자고 결심했지.


Q6: 도현 씨와 협력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인상 깊으셨나요?
뭐든 진심으로 하더라고. 내 말을 귀담아듣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밤낮으로 고민하더란 말이오. 내가 소나무 문제로 정민이랑 갈등이 있을 때도, 도현이가 양쪽 얘기를 다 듣고 해법을 찾아낸 걸 보고 정말 기특했소.


Q7: 스마트팜이 완성된 후의 소감은요?
이제야 내 땅이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오. 몸이 덜 힘들게 농사를 지을 수 있어서 고맙고, 땅도 더 효율적으로 쓰게 되었으니 더 바랄 게 없소. 도현이 덕분에 나도 다시 한번 일어설 수 있었소.


Q8: 앞으로 은솔마을에서 어떤 변화가 생기길 바라시나요?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들어와서 마을이 활기를 되찾았으면 좋겠소. 나처럼 나이 든 사람들도 도현 같은 청년들하고 어울려서 새로운 걸 배우고, 같이 살아가는 맛을 느끼고 싶소.


Q9: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농사는 단순히 땅을 일구는 게 아니오. 그건 삶이고, 사람과 땅이 연결되는 방식이지. 도현이 같은 젊은이들이 우리 마을을 위해 일해주는 걸 보면, 아직 세상은 따뜻하다는 생각이 든다오. 나도 남은 힘을 보태서 도울 테니, 우리 같이 잘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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