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리뷰 下

by 바삭새우칩


그녀는 벌떡 일어났다. 분명히 앱도 껐고, 리뷰도 쓰지 않았으며, 더군다나 주문은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배달 중'이라니.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어 이게 머야? 누가 시킨 거야... 나 아닌데... 아닌데."


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울음 섞인 속삭임이었다. 누구에게 말한 것도, 대답을 기대한 것도 아니었다. 자신이 스스로를 설득하려는 듯한 중얼거림. 하지만 공포는 이미 논리를 넘어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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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을 열자 추적 화면이 자동으로 떴다. 지도에는 빨간 점 하나가 정나리의 집 방향으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배달원 아이콘은 이름도 없고, 사진도 없었다. 단지 ‘배달원 도착까지 약 7분’이라는 문구만이 깜빡이고 있었다.


그 순간, 정나리는 휴대폰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손끝에 식은땀이 맺혔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감각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그녀는 문을 잠그고, 커튼을 닫고, 불을 껐다. 방 안은 암흑에 가까웠지만, 휴대폰 화면만이 유일하게 빛나고 있었다.


[6분 후 도착]


그녀는 침대 모서리에 웅크려 앉아, 휴대폰 화면만을 응시했다. 숨소리조차 낼 수 없을 만큼 긴장한 채, 속으로만 수십 번 문장들을 반복했다.


‘진짜 배달이 아니라 앱 오류야.’


‘방금 문 잠갔잖아.’


그러나 그 어떤 문장도 그녀를 안심시키지 못했다. 화면은 멈추지 않았다. 심장은 빠르게 뛰었고, 창밖의 어둠은 더욱 짙게 내려앉은 것 같았다. 누군가 다가오고 있다는 그 단순한 사실이, 이렇게도 두려운 감정으로 번질 줄 몰랐다.


초인종이 울리기라도 하면 어쩌지. 그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쿵쾅거렸다. 정나리는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리고 휴대폰을 다시 들여다봤다.


[5분 후 도착]


그녀는 옷장을 벌려 가위, 가위, 어디 가위… 무의식적으로 무언가를 방어하려는 듯 손에 익숙한 무언가를 찾았다. 손에 닿은 건 금속 재질의 손톱깎이였다. 의미 없는 무기였지만, 빈손보다는 나았다.


[4분 후 도착]


그녀는 거실 한복판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한 채 휴대폰을 가슴에 안았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고, 발끝은 이미 얼어붙은 듯 감각이 사라지고 있었다.


[3분 후 도착]

ronan-furuta-542pWKmRGY8-unsplash.jpg Unsplash의Ronan Furuta

그때 창밖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니, 그건 고양이가 아니었다. 고양이 울음을 흉내 낸 사람의 비명 같은 소리였다. 얇고 길게 찢어지는 그 소리에 그녀는 무릎을 껴안았다. 입을 틀어막지 않았더라면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2분 후 도착]


그녀는 거실을 기어 다니다시피 하며 문 앞까지 나갔다. 도어록을 확인하고, 체인을 한 번 더 점검했다. 불 꺼진 현관 앞에서, 바깥의 낡은 형광등이 희미하게 깜빡였다.


[1분 후 도착]


그 순간 초인종은 울리지 않았지만, 그녀는 알았다. 누군가 문 앞에 와 있었다. 이건 예감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림자도 없었다. 그러나 집 전체가 ‘도착’을 실감하게 할 만큼, 분위기가 한순간에 눌렸다.


모든 전자기기 소리가 멈춘 듯했고, 냉장고의 진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존재만이 있었다. 설명할 수 없는 존재. 그녀는 그 앞에서 숨조차 쉴 수 없었다.


[배달 음식이 곧 도착합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화면 마지막에 떴던 이 문장은 친절했지만,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 누군가가 그녀를 조롱하는 듯.

정나리는 그 문장을 보고도 꿈쩍하지 않았다. 바닥에 웅크린 채, 몸을 최대한 작게 말고 있었다.


이 배달은, 그녀가 끝내 피하지 못한 무언가의 방문이었다.


적막한 원룸 안, 정나리는 숨도 쉬지 못한 채 침대 모서리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휴대폰 화면엔 여전히 '1분 후 도착'이라는 메시지가 남아 있었고, 그 숫자 하나하나가 죽음의 초침처럼 그녀의 심장을 짓눌렀다.

초인종이 울렸다.


“딩동.”


소리는 너무 짧고 선명해서 오히려 현실감이 없었다. 집 안은 캄캄했고, 정나리는 온몸에 피가 식는 기분을 느꼈다. 심장은 목구멍까지 올라왔고, 귀는 자신의 맥박 소리로 가득 찼다. 무언가 잘못됐다. 절대, 문을 열어선 안 된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손끝은 이미 덜덜 떨리고 있었다.


초인종은 멈췄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잠시의 정적 후, 다시 한번 초인종이 울렸다.


“딩동.”


이번엔 확실히 길었다. 버튼을 누른 손이 한참 동안 떼지 않은 듯한, 뭔가를 '기다리는' 소리였다. 정나리는 입을 막고, 온몸을 침대 속에 숨겼다. 커튼은 닫혔고, 불도 꺼져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누군가 그녀의 시선을 따라 창문 밖에서 바라보고 있을 것 같았다.


잠시 후, 초인종은 울리지 않았다. 대신 휴대폰이 떨렸다.


[화옥닭발 배달 완료. 문 앞에 두고 갑니다. 맛있게 드세요.]


그 문장은 짧고 무표정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정나리에게 안도감을 안겼다. 다행이다. 벨을 두 번이나 누르고 기다렸던 배달원은 결국 떠났고, 문 앞에만 두고 간 것이다.


긴장이 풀리자, 문득 방 안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단순한 앱 오류였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퍼지기 시작했다. 배달이 잘못됐거나, 실수로 시스템이 중복 작동했을 수도 있었다. 요즘 배달앱들 오류도 잦으니까. 그녀는 애써 그렇게 합리화하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다.


"하... 진짜 괜히 겁먹었네. 그냥 잘못 배달 온 거겠지."


그녀는 방 안 여기저기를 확인했지만, 누가 봐도 그건 과잉반응이었다. 침대 아래, 욕실 문틈, 옷장 속… 누구도 없었다. 오히려 이런 행동이 우습게 느껴지기도 했다. 위안이 되는 생각이 들어온 것이다.


'크큭.. 이게 뭐야 ㅎㅎㅎ.'


몇 분의 시간이 흘렀다. 정나리는 몸을 일으켰다. 문 앞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문을 닫고, 이 악몽 같은 하루를 잊고 싶었다.


그녀는 조심스레 문으로 다가갔다. 발소리를 죽이며, 문 옆 벽에 귀를 댔다. 아무 소리도 없었다. 복도 센서등도 꺼져 있었다. 정말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체인을 걸어둔 채, 정나리는 문을 아주 살짝 열었다. 바깥공기가 스치듯 들어왔다. 문 아래로, 검은 비닐봉지가 희미한 형광등 불빛 아래 놓여 있었다. 배달원은 정말 간 것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순간이었다.

계단 옆, 그림자 너머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정나리는 얼어붙은 채 시선을 돌렸다. 계단 옆으로 고개 하나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나왔다. 복도 벽과 일체화된 듯한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한 남자의 얼굴이 반쯤 드러났다. 검은 헬멧, 마스크, 눈동자. 아무 표정 없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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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정나리는 비명을 지르지도 못했다. 눈이 떨렸고, 심장이 부딪히듯 요동쳤다. 그녀는 문을 닫아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움직였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 남자는 계단 난간에 등을 기댄 채, ‘문을 여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그 자리에 있었다. 손에는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고, 발소리조차 없었다. 하지만 그의 존재는 너무나 무거워서, 공기 전체가 눌리는 듯했다.

정나리는 간신히 문을 닫았다. 체인을 걸어둔 채 손잡이를 꽉 쥐고 한참을 서 있었다. 바깥은 조용했고, 움직임도 없었다. 몇 분이 지났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문틈 아래로도 아무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정나리는 알 수 있었다. 그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바로, 문 옆 계단 뒤에서.

그의 시선이, 눈빛이, 표정이 계속 그녀를 따라왔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현실이라기보다는, 어디선가 한 번쯤 꾼 악몽처럼.

몸이 얼어붙었고, 손끝은 저릿했다. 정나리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문을 닫았다. 딸깍. 체인을 걸고, 손잡이를 두 번 세 번 확인한 뒤 뒤로 물러섰다.


눈을 감자마자, 모든 장면이 아득하게 번졌다. 계단 옆의 얼굴, 문틈 너머의 무언가, 그리고 두 번의 초인종 소리. 그것들이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떨리는 몸으로 침대에 몸을 눕혔다. 여전히 심장은 요동치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그 모든 장면이 안개처럼 흐려졌다

알람 없이 눈이 떠졌을 때, 정나리는 어둠 속에서 허우적대는 것 같았다. 시계는 오전 9시 1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이미 출근해 커피를 다 마셨을 시간이지만, 지금 그녀는 이불속에서 현실을 부정하고 있었다. 밤사이의 기억은 너무 생생해서 꿈이라 하기엔 생동감이 있었고, 너무 비현실적이라 현실이라고 믿기에도 모순이 컸다.


'꿈이겠지… 그럴 거야.'


그녀는 억지로 숨을 들이켰다. 휴대폰을 확인했지만 알림은 없었다. 배달앱에도 아무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다. 리뷰도, 배달도, 알림도. 모두 삭제된 듯 말끔한 화면이었다. 심지어 앱의 최근 주문내역에도 아무것도 없었다. 정나리는 한숨을 내쉬며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났다.


“늦었네…”


허둥지둥 씻고, 대충 머리를 묶고 집을 나섰다. 지각이라는 현실은 어떤 악몽보다 무섭게 그녀를 몰아쳤다. 땀을 흘리며 사무실에 도착하자, 다행히 아무도 그녀를 다그치지 않았다.


점심식사 후 팀 동료들과 함께 근처 카페에 들른 정나리는 작은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녀는 말없이 빨대를 물고 있었고, 옆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대화에 귀가 기울어졌다.


“야, 너 그 썰 봤어? 이상한 가게들 리뷰 이야기.”


“사진도 없고, 주소도 없는데 별점만 4.9인 가게 있더라.”


“메뉴가 희한하다더라. 닭발, 육회, 막창, 떡볶이 등 동네마다 다른 가게가 있는데 주문되는 메뉴는 한 가지래. 그리고 리뷰는 죄다 이상한 말투야.”


“내 친구가 시켰는데… 몇 번은 진짜 맛있게 먹었다고 하더라. 근데 이상하게 하루는 먹고 나서 심하게 탈이 났대. 응급실까지 갔다니까. 병원에서 이상한 걸 먹어서 탈 난 거 같다고 했대.”


정나리는 멍하니 커피잔을 바라보며 그들의 대화를 조용히 들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심장이 서서히 쪼그라드는 기분이었다. 오동수가 슬쩍 정나리를 보며 농담처럼 말했다.


“정나리 씨 매운 배달 음식 같은 거 좋아하잖아요. 혹시 시켜봤어요?”


그녀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런 데가 있는 줄도 몰랐어요.”


그때 이승혁이 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우리 동네에는 그런 배달 음식점 안 뜨던데?”


최아람도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


“어떤 커뮤니티 보니까 리뷰 쓰면 공짜로도 준대요. 리뷰 이벤트라고 하던데, 할인도 아니고 공짜는 좀..”


오동수가 웃으며 말했다.


“무섭다, 리뷰를 쓰고 또 쓰고, 그래야 다시 먹을 수 있고… 뭐 그런 거.”


그들의 대화는 가벼운 농담처럼 이어졌지만, 정나리는 웃을 수 없었다. 커피 맛이 느껴지지 않고. 입안은 구정물을 머금은 듯 텁텁했다.


그날따라 하루가 길게 느껴졌다. 퇴근길에는 우중충한 회색빛 하늘이 끝도 없이 늘어져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그 하늘보다도 더 무거웠다. 그대로 옷을 벗어던지고 주방으로 향한 순간, 그녀는 바닥에 놓인 검은 비닐봉지와 배달 용기를 발견했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건 분명, 전날 보지 못했던 용기였다. 늦잠을 자며 허겁지겁 나가느라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일까?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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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나리는 조심스럽게 용기 뚜껑을 열었다. 안은 거의 비어 있었지만, 닭발이라고 보기엔 크고 두툼한, 정체불명의 뼛조각들이 있었다. 살점은 하나도 없었고, 양념은 핥은 듯 남아 있었다. 정나리는 숨을 삼키고 뚜껑을 내려놓으며 뒤로 물러섰다. 그때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티셔츠 소매에 빨간 자국이 보였다.


어쩌면 자기 자신이 먹은 걸까. 그녀의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말도 안 돼…”라는 속삭임이 흘러나왔다.


진정하기 위해 배달앱을 열었을 때, 화면에는 이미 떠 있는 알림 하나가 있었다.


[리뷰가 등록되었습니다. 재주문 가능 상태입니다.]


정나리는 숨을 삼켰다. 들어가 본 리뷰 페이지에는 자신의 닉네임과 함께 작성된 글이 하나 있었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혀는 적응했다. 손도, 이도. 다음은 눈이다.”

“불에 익지 않은 살점이, 살아 있는 걸 더 잘 느낀다.”


그것은 명백히 그녀가 쓴 문장이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히 자신의 아이디, 닉네임이었다.

그때 휴대폰이 떨렸다.


[화옥닭발 – 배달이 시작되었습니다. 도착 예상 시간: 17분]


정나리는 공포에 질린 채 휴대폰을 떨어뜨렸다.


화면이 바닥에 닿으며 돌아누웠고, 그 위엔 자신의 집 주소가 찍힌 배달 추적창이 떠 있었다.


그리고 배달 요청 사항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배달 요청 사항 :비밀번호 0621 방 안까지 직접 배달할 것. 거주자가 거부하더라도 무시하고 배달할 것]



이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이며,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 단체는 실제와 무관합니다.

혹여 현실과 유사하더라도 우연의 일치일 뿐입니다.


이번 이야기는 얼마 전 실제 뉴스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초보 배달원이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진입하려 했다'는, 그 사연 자체에서 느낀 순수한 현실적 공포에 대한 상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위해 생겨난 서비스가 오히려 우리 삶의 주도권을 쥐는 역설, 그리고 평범한 일상이 순식간에 낯선 악몽으로 변할 수 있다는 섬뜩함을 표현해보고자 했습니다.

끝으로 밤낮없이 애쓰시며 우리 일상에 큰 편의를 가져다주시는 모든 배달 기사님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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