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J 下
며칠이 흘렀다. 그녀의 방송은 조용했다. 더 이상 알림도, 클립도, 생방송도 뜨지 않았다. BJ조화의 계정은 여전히 살아 있었지만, '휴식 중'이라는 짧은 공지만 덩그러니 걸려 있었다. 크루 방송도 정지됐고, 그들과 함께 찍은 흔적들도 하나둘 사라지고 있었다.
그러나 박승철의 머릿속은 여전히 그녀로 가득했다. 그 밤 이후로도 그는 무의식처럼 휴대폰을 켜 그녀의 방송 채널을 들락거렸다. 자취조차 없었다. 불안함과 갈증이 교차했다. '어디 간 거지? 정말 죽은 걸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박승철은 회사 근처 식당에서 다시 그녀의 모습을 마주했다. 식당에 켜져 있는 벽걸이 TV에선 정오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속엔 어제 봤던 장면과 너무도 흡사한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형광 링라이트, 핏자국, 마른 여성의 몸이 흐릿한 영상 속에서 번갈아 클로즈업됐다. 뉴스 하단 자막이 올라갔다.
[실시간 방송 중 실신... 폭력적 리액션 유도, 인터넷 방송의 그늘]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가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후원 금액에 따라 극단적인 리액션을 유도하거나, 자해성 행동을 반복하는 일부 비제이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뉴스 앵커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자막 아래 흐르는 영상은 충격적이었다. 웃으며 자신의 얼굴을 때리는 여성, 길거리에서 소리치는 남성, 그리고 바닥을 기는 기괴한 자세의 누군가. 모두가 후원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는 리액션이었다.
"일부 시청자들은 후원 명령을 통해 비제이를 조종하려 하고 있으며, 이는 일종의 사이버 가학 행위로 번지고 있습니다. 방송 플랫폼 측의 책임 있는 대응이 요구됩니다."
그 자막과 목소리 뒤로, 흐릿하게 그녀의 실루엣이 잠시 잡혔다. 희미한 모자이크 화면 사이로 누군가가 천천히 고개를 드는 장면으로 뉴스는 전환되었다.
식당 한편, TV를 바라보던 손님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이 흘러나왔다.
"아이고, 저게 방송이라고... 사람 하나 죽이겠다."
"이야~저런 식으로 돈 벌겠다고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아니 근데 저런 걸 보면서 돈 보내는 놈들은 대체 뭐냐. 돈으로 조종하는 거잖아, 완전."
박승철은 말없이 숟가락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죄책감은 없었다. 아니, 애초에 그런 건 느끼지 못했다. 그의 머릿속엔 오히려 망가진 장난감을 본 듯한 공허함과 허탈함만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박살 난 놀잇감이었고, 더는 그를 즐겁게 해 줄 수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공포가 서서히 기어 올라왔다. 그 방송이 만약 누군가에게 추적된다면? 그 수많은 리액션 중 그의 닉네임이 공개된다면? 경찰이, 혹은 언론이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그의 직장, 가족, 사회적 신분은 그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었다.
그는 자신이 절대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고 되뇌었다. 가짜 계정, 해외 계좌를 통한 후원, 항상 사용하던 VPN. 그러나 불안은 더 깊어졌다. 그는 곧 입속이 바짝 마르는 걸 느꼈고, 무의식적으로 뺨을 한 번 문질렀다. 아무도 그를 몰랐다. 아직은.
그날 저녁. 박승철의 집 근처 지하철역은 원래부터 BJ들이 종종 몰리는 곳이었다. 드문드문 삼각대와 조명을 세워놓고 혼잣말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BJ들이 광장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그중 익숙한 조명색, 익숙한 웃음소리, 익숙한 의상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였다. BJ조화. 똑같은 형광 조명 아래, 똑같은 고개 각도와 미소. 그녀가 돌아온 것이다.
박승철은 처음엔 긴장보다도 희열을 느꼈다. '돌아왔네. 다시 나만의 인형이 될 수 있겠지.' 그는 무심히 조화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다시 장난감을 손에 넣는 기분에 빠졌다. 다시 후원을 하고, 다시 지시를 내리고, 다시 조종할 수 있다는 자신감.
하지만 그 순간, 조화의 시선이 정확히 그를 향했다. 눈빛은 맹렬하게 조용했고, 낯익은 조명이 그의 얼굴 위로 미끄러지듯 내려앉았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광장 위, 수많은 발자국과 소음 속에서도 오직 그에게만 닿는 침묵처럼, 그녀는 박승철을 향해 천천히, 그러나 명확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박승철은 마른침을 삼켰다. 조화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직선으로 다가올수록, 그의 발끝은 점점 굳어갔다. 도망칠 수 있었다. 고개를 돌리고 그냥 지나가면 그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그녀가 지금 이곳에 있다는 현실보다 무서운 것은, 그녀의 표정이었다.
그녀는 미소 짓고 있었다. 그가 리액션을 강요할 때마다 화면 속에서 억지로 따라 하던, 그 미소 그대로.
그는 그녀를 무시하고 그냥 지나치려 애썼다. 마음속으로는 분명히 확신하고 있었다. 그녀는 절대로 자신을 알 수 없다는 확신.
"날 절대 알 수가 없어..."
자신에게 들릴 정도의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무심한 척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하지만 그때, 그녀의 입이 열렸다.
“후원 감사해요. sc9765님.”
그 순간, 박승철은 몸이 굳어 버렸다. 입술이 말라붙었고, 주변의 소음은 한순간에 멀어졌다. 눈앞의 조명이 그를 삼킬 듯 번쩍였다.
BJ 조화가 박승철을 알아본 순간 그는 집으로 달아났다. 현관 비밀번호를 몇 번이나 틀리며 겨우 안으로 들어간 그는 커튼을 닫고, 불을 모두 끈 채 거실 한가운데 주저앉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이마엔 식은땀이 흘렀다.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했고, 손은 떨렸다.
'말도 안 돼... 어떻게...' 그는 중얼거렸다.
그날 밤, 그는 핸드폰을 꺼둔 채 잠들지도 못한 채 천장을 바라봤다. 눈을 감으면 그녀의 웃음 없는 얼굴이 떠올랐고, 그녀의 시선이 방 안 어딘가 숨어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불을 꺼도 불안했고, 불을 켜도 막연한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오랜만에 햇빛이 쨍하게 내리쬐는 날씨였다. 잿빛 구름에 뒤덮였던 지난 며칠과는 다르게, 창밖은 밝고 투명했다. 그러나 그와는 대조적으로 박승철의 얼굴은 무거웠다. 퀭한 눈으로 사무실에 들어선 그는 누가 건드리기라도 할까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애써 아무 일도 없던 척 모니터를 켰지만, 화면 속 반사된 자신의 얼굴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리고, 핸드폰 알림 창이 떴다.
[BJ조화 –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핸드폰 볼륨을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춘 채 방송을 틀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화면을 응시하던 그는, 화면 속 익숙한 조명과 배경 너머로 그녀의 뒷배경에 비친 건물과 거리 풍경을 보게 되었다. 순간적으로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방송에서는 산책이라도 하듯, 휴대폰 삼각대를 직접 들고 이동 중이었다. 화면은 흔들렸지만 구도는 치밀하게 조정되어 있었고, 그녀는 브이로그처럼 거리 풍경을 비추다가 이따금씩 카메라를 응시하며 미소를 지었다.
밤의 방 안에서 비추던 그녀의 얼굴빛은 창백하고 눅눅한 조명 아래에 감겨 있었다. 그러나 지금, 햇빛 아래의 그녀는 전혀 달랐다. 웃고 있는 표정조차 낯설게 느껴질 만큼, 얼굴 위에 드리운 빛이 다르게 각인됐다. 그것은 무표정한 밝음이었다. 생기가 아닌 인형 같은 조명, 분명 빛은 충분했지만 오히려 소름 끼치도록 무감했다. 똑같은 의상, 똑같은 표정, 똑같은 무표정. 화면에는 박승철의 사무실 건물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채팅창은 움직이고 있었다.
[죽도록쇼킹: 와 여기 어디야? 뭐 할라고 그러지?]
[괴식러: 대낯부터 분위기 뭐지? ㄷㄷㄷ]
[하꼬불쌍: 야, 진짜 오늘 컨셉 미쳤다.]
박승철은 뒤도 안 돌아보고 핸드폰을 꺼버렸다. 하지만 불길한 예감은 멈추지 않았다.
점심을 먹으러 사무실에서 나가려던 중 누군가 사무실 창밖을 가리켰다.
“저거 봐요, 누가 저기서 촬영 중인데?”
그는 본능적으로 커튼을 젖혔다. 골목 모퉁이. 그녀였다. 맑고 투명한 햇살 아래, 대낮부터 켜진 링라이트는 유난히 낯설게 보였다. 오히려 뻔히 드러난 날씨 속에서 더 이상하게 느껴질 만큼 이질적인 빛이었다.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돌려, 카메라가 아닌 사무실 창을 향해 웃고 있었다.
박승철은 그 순간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 ㅈ됐다.'
그는 자리로 돌아오며 동료들이 점심을 먹으러 나가자는 말에 고개를 저었다.
“난 오늘은 그냥... 생각 없어. 속이 별로 안 좋네...”
그 말은 거짓이었다. 진짜 이유는 혹시라도 밥을 먹으러 나가다, 골목 어귀에서 다시 그녀와 마주칠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의 위장은 분명 비어 있었지만, 입안은 바짝 마르고 있었다.
그날 퇴근 무렵부터 박승철은 불안했다. 괜히 커튼을 내리고, 복도 너머를 여러 번 훔쳐보았다. 퇴근길 지하철역에서도, 골목 어귀를 돌 때마다 그는 긴장으로 몸을 움츠렸다. 혹시라도 그녀가 기다리고 있을까 봐. 그녀가 여전히 근처에 있을까 봐. 그런 생각이 계속 따라붙었다.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무사히 집 현관문을 열었고, 문을 닫은 후 처음으로 길게 숨을 내쉬었다.
“휴... 드디어 집이다.”
거실에 털썩 주저앉은 그는 당장 오늘이라도 마주치지 않았다는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초인종이 두 번 울렸다.
"누구....... 세...."
택배인 줄 알고 인터폰을 켰다. 하지만 모니터에 잡힌 건… 그녀였다. 비디오 송출 상태처럼 프레임마다 지직거리는 화질 속에서 그녀는 손을 흔들었다.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지만, 입모양은 분명히 말했다.
'오늘 방송, 꼭 와요.'
박승철은 주저앉았다. 숨을 몰아쉬며 폰을 집어 들었다.
"뭐야.. 씨ㅂ... 여길 어떻게 알았지.."
그는 알고 있었다. 그녀의 행적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창구는 바로 그녀의 방송뿐이라는 것을. 다시 나타난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자신을 향한 관심이 남아 있는지… 그 모든 실마리는 오직 그녀의 방송을 통해서만 엿볼 수 있었다. 그는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방송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그의 아파트 복도였다. 카메라는 조용히 복도를 따라 이동하고 있었고, 복도의 불빛이 화면을 따라 흔들렸다.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그리고 확실히 박승철의 문 앞을 지나쳐 복도 끝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마치 그를 지나쳐가는 듯했지만, 그 걸음은 어딘가 알 수 없는 여운을 남기며 사라지고 있었다.
그날 밤, 그녀는 크루 방송에 복귀했다. 방송이 진행된 방은 넓지 않았다. 카메라 앵글이 겨우 잡힐 정도의 좁은 공간, 누렇게 바랜 벽지에는 온갖 오염의 흔적이 번져 있었고, 군데군데 찢겨진 채 너덜너덜하게 말라붙어 있었다. 벽 모서리에는 곰팡이 같은 얼룩이 있었고, 천장은 습기 자국으로 얼룩졌다. 바닥은 어딘가 눅눅했고, 기계음조차 울리는 듯한 정적이 흘렀다.
그녀 뒤로 흐릿하게 다른 크루 멤버들이 보였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도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눈을 감은 채 웃고 있었고, 누군가는 입꼬리를 억지로 찢은 듯한 미소를 지었다. 어떤 이는 고개를 떨군 채 입을 모아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고, 또 다른 이는 눈을 부릅뜬 채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마치 조각 도중 멈춰버린 점토 인형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좌우 비대칭의 윤곽, 이상하게 휘어진 턱선, 과도하게 벌어진 콧구멍이나 들쑥날쑥한 눈썹. 변발과 탈모가 섞인 머리카락은 듬성듬성했고, 어떤 이는 머리카락이 없는 두피 위에 어린아이용 가발을 덮어쓴 듯 보였다. 눈은 지나치게 크거나 지나치게 작았고, 입술은 핏기 없이 건조하게 벌어져 있었다. 몸은 균형이 깨져 있었다. 팔다리가 지나치게 길거나, 상반신에 비해 다리가 짧고 뒤틀린 듯한 체형도 있었다. 그들 각자의 외형은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마치 인간이란 형태를 흉내 내려다 실패한 실험체처럼 느껴졌다. 피부는 회색빛이나 얼룩덜룩한 무채색으로, 눈동자에는 초점이 없었다. 그들은 마치 사람이라기보다, 정교하게 잘못 만들어진 마네킹처럼 보였다.
그들의 움직임은 마치 한 프레임씩 끊긴 영상처럼 부자연스러웠다.
처음에는 음악도 없이 정적이 이어졌다. 채팅창은 긴장감에 휩싸였고, 화면 하단에는 시청자들의 단편적인 메시지가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꼬불쌍: 이거 진짜 생방 맞냐? 분위기 뭐냐;;]
[괴식러: 와 역대급 합방인데.]
[뼈다귀카레: 뒤에 애 뭐냐, 왜 저렇게 생겼냐;;]
[죽도록쇼킹: 조명 미쳤다 ㅋㅋㅋ 이거 누구 스튜디오임?]
그때, 스피커에서 기이하게 느린 박자의 전자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크루 멤버들이 하나둘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관절이 꺾인 듯한 자세, 일그러진 웃음, 기괴하게 과장된 동작으로 춤을 추며, 카메라 앵글 안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그러나 곧 그들의 동작은 점점 격해졌고, 중앙에 서기 위한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팔꿈치로 밀치고, 어깨를 치고, 마치 각자의 존재를 각인시키려는 듯 충돌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싸움으로 번졌다. 화면은 정신없이 흔들렸고, 번쩍이는 조명이 기괴하게 깜빡이며 음악은 점점 더 빠르고 날카롭게 변했다.
욕설이 튀어나왔고, 비명소리가 섞였고, 누군가의 고함이 이어졌다. 화면이 기울어지고, 카메라는 바닥에 떨어지며 천장과 벽을 비추기 시작했다. 프레임은 삐뚤고 흔들리며 빙글빙글 회전했다. 그러다 화면이 멈추더니, 갑자기 한 남자의 얼굴을 정면으로 비췄다. 머리는 피로 젖어 있었고, 눈은 반쯤 감긴 채 경련하듯 떨리고 있었다. 그 일그러진 얼굴은 공포와 통증으로 피와 눈물 섞여 흐르고 있었다.
[죽도록쇼킹: ㅋㅋㅋㅋ 와 이게 리얼이냐]
[하꼬불쌍: 이거 역대급이다 ㅋㅋ 존나 웃겨]
[괴식러: 클립 따자, 개꿀각]
[비제이구경단: 싸움 더 해! 더 보여줘!]
비명과 고함, 피 흘리는 얼굴 너머로 터져 나오는 채팅창은 더할 나위 없이 활기찼다. 출연자 못지않게 시청자들 또한 망가져 있었다.
카메라가 미세하게 움직이며 자동 초점이 뒤쪽에 맞춰지자, 피범벅이 된 남자의 얼굴 뒤로 그녀의 실루엣이 드러났다. 둔기를 들고 선 그녀는,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천천히 숨을 쉬고 있었다. 그 눈빛은 얼어붙은 밤처럼 싸늘하고 텅 비어 있었다. 립스틱은 번져 있었고, 입가는 웃고 있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기계적이었다.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전달하고 있었다. 수천 명의 시청자가 지켜보는 생방송 속에서도, 그 시선은 오직 단 한 사람을 향하고 있는 듯했다.
[무지성핫클립: 와 미친… 이거 진짜임?]
[좀비상점: 이거 진짜 쳐 웃고 있는 거야? 완전 미친ㄴ]
얼마 안 가, 화면은 먹통이 되었고,
'인터넷 방송 정책 위반으로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라는 문구가 뜨며 모든 게 끝났다.
이후 인터넷 방송 게시판에는 경찰 출동 소식과 함께 BJ조화의 채널과 크루 관련 콘텐츠는 전부 삭제되었다.
그 방송이 마지막이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야 박승철은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녀는 사라졌다. 모든 계정이 삭제되었고, 영상도 전부 내려갔다. 그녀의 흔적이 인터넷 세상 속에서 모두 사라졌다.
그는 며칠 만에 처음으로 평온한 하루를 맞았다.
출퇴근길 골목 어귀에서도, 지하철역 광장에서도 더 이상 삼각대를 세우고 방송을 하던 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 일련의 사건 이후로 사회적 인식과 규제가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것들을 신경 쓸 인물들이 아니었지만, 경찰의 단속과 플랫폼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그들 스스로도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강제적이든 자발적이든, 거리의 풍경은 잠시나마 정화된 듯 보였다.
며칠 뒤, 퇴근길. 박승철은 이어폰을 꽂은 채 무심히 지하철역에 내려 집을 향해 걷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에 알림 하나가 떴다.
[BJ조화 – 방송 초대가 도착했습니다]
멈춰 선 그는 조심스레 화면을 눌렀다. 생방송이 켜졌고, 이미 방송은 이미 수천 명의 시청자와 함께 실시간으로 진행 중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누군가의 뒷모습이 비쳐 있었다.
"이건...."
익숙한 출근용 백팩, 회색 셔츠, 신발까지… 바로 박승철 자신이었다.
박승철은 핸드폰을 쥔 손을 떨며, 화면을 내려다봤다. 그 순간, 화면 속의 그의 뒷모습이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이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이며,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 단체는 실제와 무관합니다.
혹여 현실과 유사하더라도 우연의 일치일 뿐입니다.
이번 이야기는 요새 뉴스에 자주 나오는 어떤 지역의 역 광장의 인터넷 방송 BJ 뉴스를 보고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BJ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지켜보며 즐기는 시청자와 그런 구조를 만들어 놓은 방송 플랫폼에도 분명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짧은 순간의 재미나 호기심으로 소비되는 장면들이 사실은 누군가에게 큰 상처와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우리가 그걸 아무렇지 않게 보고 있다는 사실이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그 불편한 마음을 조금 담아보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