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 축구 좀 가르쳐줘! 나 맨날 골키퍼만 하는데, Matt가 골키퍼도 하지 말래. 나도 골 넣어보고 싶단 말이야!"
학교에 축구바람이 불은 듯했다. 한 반에 20명 남짓한 친구들이 있는데, 쉬는 시간마다 boy나 girl 상관없이 모두 축구를 한다고 했다. 자기는 음바페팀이라고 했다. "또 무슨 팀이 있는데?" "쏜팀." "쏜이 누구야." "아빠, 손흥민도 몰라?" 아이고.
"담주에 음바페팀하고 쏜팀이 축구한단 말이야." 그런데, 어쩌랴. 아빠는 개발 (Dog Foot)인 것을. 아빠가 제일 못하는 것이 축구인 것을. 나도 어렸을 적 골키퍼만 주로 했던 기억이 새롭다.
한국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얘기가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라는데, 우리 아이는 축구얘기만 나오면 언제부터인가 눈이 반짝인다. 축구에 별 흥미를 못 느끼다가 친구들이 모두 뛰어드니 관심을 갖게 되고, 그러다 축구경기에 참여하게 됐는데, 무시를 당하니 울화통이 난 모양이었다.
"여보, 축구 학원 보낼까?" 세상에 축구학원도 있나? 근데 축구를 뭘 학원까지 보내야 하나. 엄마들은 뭔가 자식들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학원을 떠올린다. 아빠의 지갑은 늘 현금으로 가득 차있는 줄 아는 듯하다. 아빠 지갑이 두꺼운 것은 여러 장의 신용카드 때문인데.
그래. 이참에 축구 한번 다시 해보자. "Dog foot". 소리 들은 지 어언 몇 년인가. 일요일 아침 딸아이를 데리고 동네 공원으로 갔다. 잔디가 깔려있어 나름 축구 연습을 할만한 분위기가 나는 장소였다. 이미 나 같은 아빠들이 여러 명 와있었다. 나와의 차이는 나이와 축구 실력이었다.
아빠는 dog foot이에요.
"자. 이제 아빠한테 슛 한번 해봐. 아빠가 골키퍼 할게." 벽을 등지고 서서 아이에게 말했다. 뻥. 딸아이는 신이 나서 발 앞에 놓인 축구공을 찼다. 딸아이는 분명히 나를 보고 공을 찼지만, 공은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안드로메다로 날아갔다. 안드로메다 근처에서 놀던 강아지만 놀라서 도망쳤다. "어휴. 공은 그렇게 차는 게 아냐. 아빠 차는 거 한번 봐봐." 공을 다시 주워와서 아이를 향해 슛을 했다.
뻥!
날아가는 속도는 달랐지만, 공은 내 희망과는 달리 이번에도 안드로메다로 향했다. 까르르. "아빠, 또 강아지한테 차면 어떡해!" '그러게 말이다.' 이후 여러 번을 시도해도 공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방향이 전혀 일정하지 않았다. 개발 아빠가 축구를 가르치는 것은 포기해야 할까. "일단 집에 가자. 아빠가 조금 연구해 보고 다시 가르쳐줄게."
집에 돌아왔다. 땀에 젖은 아이는 일단 샤워를 하라고 하고, 샤워하는 틈에 컴퓨터를 켰다. 이후 유튜브에서 '축구 슛 차는 법'을 검색했다. 수백 개의 동영상이 화면을 채웠다. 역시. 모르는 게 없는 유 선생님.
그중 하나를 골라 수능 수학 시험문제를 푸는 것처럼 초집중해서 보기 시작했다. 원리는 의외로 간단했다. 슛을 할 때 공이 가는 방향으로 슛이 끝날 때까지 발등을 똑바로 피고 있으라는 것이었다. 보통의 경우 슛을 할 때 공을 찬 직후 발등이 접히기 마련이었다. 아하. 이게 dog foot의 이유였구나.
샤워를 마치고 숙제를 하려는 아이를 불러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아내는 간신히 책상에 앉힌 아이를 왜 또 불러내냐고 짜증 냈지만, 어쩌랴. 이제는 내가 더 궁금해진 상황인데. "아빠가 확실히 알았어. 이제 슛하는 법을 알려줄게. 가자."
신이 나서 따라나선 아이와 콘도 주차장으로 갔다. 주차된 차가 없는 좀 여유있는 공간을 골라서, 유튜브에서 막 배운 따끈따끈한 팁을 딸에게 전수하기로 했다. 먼저 내가 시범을 보여줘야지. 잘되야될텐데.
"넌 여기 서있어. 네가 음바페야. 아빠는 쏜이야. 우리 같은 팀이야. 내가 너한테 패스할 거니까 잘 봐." "음바페하고 쏜은 다른 팀이야, 아빠." '나도 알거든.'
슛!
세상에. 공은 정말 음바페에게로 똑바로 날아갔다. 내가 이 쉬운 걸 왜 몰랐지. 그냥 발등만 주욱 펴준 것뿐인데. 이 나이에 다시 중고교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왜 라떼는 유선생님이 없었을까.
아이는 공이 정확하게 일직선으로 자기한테 날아오니 그 작은 눈이 부엉이 눈만 해졌다. "와, 아빠 대박! 공이 나한테 똑바로 왔어." "그렇지. 아빠 손흥민 같지? 이제 어떻게 찼는지 가르쳐줄게."
"아빠, 근데 아까 유튜브 본거지!"
'어떻게 알았지.'
"유 선생님" 덕분에 dog foot을 벗어났다. 유튜브는 'dog foot'인 아빠도 손흥민으로 만들어준다. 아빠는 이제 축구가 두렵지 않다. Thank you, YOUTUBE.
* 아빠한테 선생님이 한 분 더 생겼어요. 그의 이름은 "인 선생님". 다음엔 인공지능덕분에아인슈타인 된 이야기 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