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14. 50대 늦둥이 아빠는 올해도 산타가 됩니다.

딸, 조금만 더 일찍 아빠한테 오지 그랬니.

by 사랑 머금은 햇살

내 아이, 그리고 내 영원한 산타.


"아빠,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오늘 밤 무슨 선물을 주실까?"


작년 크리스마스에 이미 산타가 아빠인 걸 다 안다고 선언했던 아이가, 올해는 다시 모르는 척이다. 하지만 아빠는 안다. 네가 기다리는 건 "산타"가 아니라 "아빠"의 선물이라는 걸.




문득 영화처럼 화면이 되감기듯 흘러간다. 나는 어린아이가 되고, 젊은 내 아버지가 날 보며 미소 짓고 있다. 은 질문을 하며 산타로부터의 선물을 기대하는 어린 나에게 "글쎄. 착한 일 많이 했으니까 로봇 선물 주시지 않을까?"라며 주름 없는 얼굴로 환하게 웃고 계신다. 지금은 귀도 잘 안 들리시고, 지팡이를 벗 삼아 걸으시지만.


내 젊은 아버지는 분명히 며칠 전에 어머니에게 물어보셨을 것이다. "여보, 우리 아들 뭐 사줘야지? 산타할아버지 선물말이야." "OO 로봇 사 오세요. 요즘 맨날 로봇 타령이에요."




"아들, 일어나 봐. 산타할아버지가 네 선물 두고 가셨어.” 크리스마스 아침, 늦잠을 자던 어린 나는 젊은 아빠의 호들갑으로 눈을 떴다. "진짜?" 전날밤 산타할아버지 오시는 거 보고 잔다고 눈을 부릅뜨고 있다가 늦게 잠이 들었었다. “와... 산타할아버지가 진짜 오셨었네? 창문이 다 닫혔는데, 어디로 들어오셨지?"


아빠가 가리키는 크리스마스트리 밑의 붉은 상자를 흥분 속에 열었다. 그리고, 아빠 팔뚝만 한 크기의 장난감 로봇을 꺼냈다. 아빠는 내 환호를 보며 해바라기 같은 미소를 지으셨다.


그 로봇은 분명 동네 완구점 진열대에서 본 것이긴 했지만, 그때의 나는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엄마가 안 사주던 멋진 로봇을 결국 손에 넣은 것이다.


"아빠, 산타할아버지가 도대체 내 맘을 어떻게 아시는 거지? 나 이거 진짜 갖고 싶었는데." 그 순간 아빠가 조용히 말씀하셨다. “이제 네 차례구나. 매년 산타 할아버지 되는 거. 참 시간 빠르다. 너 선물 받고 좋아서 춤추는 거 보고 네 엄마랑 웃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다시 보니 주름투성이인 지금의 연로하신 내 아버지다. 나의 영원한 산타.




'그래. 아버지 말씀대로 이제 내 차례지.' 멈춘 추억과 함께 실로 돌아온 , 딸아이가 선물 상자를 열고 기뻐할 모습을 상상하며 선물 포장을 마무리했다.


어린 내가 산타를 기다리던 게 불과 몇 년 전 같은데, 지금은 내가 산타가 되어 설렘에 찬 내 아이와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내고 있다.


언젠가 내 아이도 누군가의 부모가 되어 또 선물을 포장하겠지. 그리고, 오늘을 그리워하겠지. 타였던 아빠, 루돌프, 그리고, 졸린 눈으로 새벽에 트리 밑을 살피던 설렘까지 모두. 그때 나는 엄마가 된 내 아이 옆에서 조용히 옛날의 나를 만나겠지.


"맞아요. 이제는 제가 산타네요." 나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방에 들어가 곤히 자는 딸을 쳐다봤다.


'짜식, 조금만 더 일찍 나한테 왔더라면, 아빠도 젊은 아빠들처럼 너와 더 많은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낼 수 있었을 텐데. 아빠가 건강할게. 너 엄마 될 때까지.'


이국땅에서 맞이하는 포근한 크리스마스이브. 내 사랑하는 아이를 위한 간절한 소망을 담아,


난 올해도 내 아이만을 위한 산타가 된다.




* 슈퍼 울트라 늦둥이 아빠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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