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크리스마스에 이미 산타가 아빠인 걸 다 안다고 선언했던 아이가, 올해는 다시 모르는 척이다. 하지만 아빠는 안다. 네가 기다리는 건 "산타"가 아니라 "아빠"의 선물이라는 걸.
문득 영화처럼 화면이 되감기듯 흘러간다.나는 어린아이가 되고, 젊은 내 아버지가 날 보며 미소 짓고 있다.같은 질문을 하며 산타로부터의 선물을 기대하는 어린 나에게 "글쎄. 착한 일 많이 했으니까 로봇 선물 주시지 않을까?"라며 주름 없는 얼굴로 환하게 웃고 계신다. 지금은 귀도 잘 안 들리시고, 지팡이를 벗 삼아 걸으시지만.
내 젊은 아버지는 분명히 며칠 전에 어머니에게 물어보셨을 것이다. "여보, 우리 아들 뭐 사줘야지? 산타할아버지 선물말이야." "OO 로봇 사 오세요. 요즘 맨날 로봇 타령이에요."
"아들, 일어나 봐. 산타할아버지가 네 선물 두고 가셨어.” 크리스마스 아침, 늦잠을 자던 어린 나는 젊은 아빠의 호들갑으로 눈을 떴다. "진짜?" 전날밤 산타할아버지 오시는 거 보고 잔다고 눈을 부릅뜨고 있다가 늦게 잠이 들었었다. “와... 산타할아버지가 진짜 오셨었네?창문이 다 닫혔는데, 어디로 들어오셨지?"
아빠가 가리키는 크리스마스트리 밑의 붉은 상자를 흥분 속에 열었다. 그리고, 아빠 팔뚝만 한 크기의 장난감 로봇을 꺼냈다. 아빠는 내 환호를 보며 해바라기 같은 미소를 지으셨다.
그 로봇은 분명 동네 완구점 진열대에서 본 것이긴 했지만, 그때의 나는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엄마가 안 사주던 멋진 로봇을 결국 손에 넣은 것이다.
"아빠, 산타할아버지가 도대체 내 맘을 어떻게 아시는 거지? 나 이거 진짜 갖고 싶었는데." 그 순간 아빠가 조용히 말씀하셨다. “이제 네 차례구나.매년 산타 할아버지 되는 거.참 시간 빠르다. 너 선물 받고 좋아서 춤추는 거 보고 네 엄마랑 웃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다시 보니 주름투성이인 지금의 연로하신 내 아버지다. 나의 영원한 산타.
'그래. 아버지 말씀대로 이제 내 차례지.'멈춘 추억과 함께 다시 현실로 돌아온 난, 딸아이가 선물 상자를 열고 기뻐할 모습을 상상하며 선물 포장을 마무리했다.
어린 내가 산타를 기다리던 게 불과 몇 년 전 같은데, 지금은 내가 산타가 되어 설렘에 찬 내 아이와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내고 있다.
언젠가 내 아이도 누군가의 부모가 되어 또 선물을 포장하겠지.그리고, 오늘을 그리워하겠지.산타였던아빠, 루돌프, 그리고, 졸린 눈으로 새벽에 트리 밑을 살피던 설렘까지 모두. 그때 나는 엄마가 된 내 아이 옆에서 조용히 옛날의 나를 만나겠지.
"맞아요. 이제는 제가 산타네요." 나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방에 들어가 곤히 자는 딸을 쳐다봤다.
'짜식, 조금만 더 일찍 나한테 왔더라면, 아빠도 젊은 아빠들처럼너와 더 많은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낼 수 있었을 텐데. 아빠가 건강할게. 너 엄마 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