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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마일

도윤

by 솜Som Dec 13. 2024



이른 아침.

난, 소설 동아리부 가 위치한 학교 지하실로 내려갔다. 문이 잠겨 있을까 걱정되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문을 열려고 했던 찰나, 누군가 교실 안쪽에서 문을 열고 나왔다.


“어? 안녕?”


교실 안에서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진이었다.


“어.. 안녕.”


어색한 인사가 끝나자마자 질문이 쏟아졌다.


“아침 일찍 무슨 일이야? 찾는 소설이라도 있어? 뭐 좀 도와줄까?”


대답을 별로 들을 생각은 없어 보이는 진이 내 키에 맞춰 허리를 약간 숙이며 물었다.

그리고는 나를 끌고 가더니 의자에 앉히며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다른 선반들과는 달리 유독 짙은 색의 나무 선반이 있었는데 진이 그곳을 열어 본인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찻잔을 꺼냈다. 그리고 어울리지 않게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포트에 물을 끓인 후 조금 식히더니 잔에 티백 하나를 넣고 물을 부었다.


하얀 꽃무늬가 그려진 찻잔 위에 김이 올라왔다. 향기로우면서 안정되는 향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진이 조심스럽게 찻잔을 내 앞으로 놔주며 말했다.


“카모마일은 카페인이 없는 차 중 하나래. 차를 안 좋아하는데 이건 맛있더라고. 너도 마셔봐."


카모마일 차는 은은한 꽃 향기를 내며 내 콧속을 간지럽혔다. 연한 노란빛을 머금고 있으면서도 맑은 초록색을 띠고 있었으며 마신 후 에는 긴장이 풀리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곧이어 진이 나에게 물었다.


“네가 찾는 책 제목이 뭐야?”


진의 물음에 대답했다.


“백합..”


진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백합..?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백합은 아주 유명한 소설 작가가 쓴 이야기이다.

그의 얼굴을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지만, 마음이 아프거나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그 작가는 어릴 때부터 루푸스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었다.

루푸스 때문에 삶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걸 어떻게 극복해내고 있는지를 소설을 통해 알려주며 그 이야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그 작가가 쓴 이야기를 매우 아끼고 사랑한다.

난 진에게 말했다.


“엄청 유명한 작가가 쓴 소설인데 모를 리가, 오빠도 아는 것 같은데..?”


내 말의 진이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잘 알지, 난 그저 나와 같을 성향의 소설을 읽는 사람을 처음 봐서 신기했을 뿐이야.”


진은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하려던 말을 잠시 멈추더니 살짝 망설이며 나에게 말했다.


“그……. 그 작가가 백합 시리즈 연재 중단하지 않았어?”


시리즈물로 연재하던 백합은 어느 날 갑자기 중단되었었다.

아무런 말 없이 사라진 작가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사람들은 그 작가가 병이 악화되어 글을 쓸 수 없다는 추측을 해나가며 마무리되었지만....

그 작가가 돌아오길 바라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물론 나도 그 사람들 중 하나이다.


“맞아..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어.”


그 작가의 이야기로 많은 힘을 얻었던 나에게는 그 사람이 생명의 은인과 같은 존재였다. 지금은 그저 그 사람이 하루빨리 괜찮아 지길 바랄 뿐이다.


진은 묵묵히 차가 담긴 찻잔을 한참 바라봤다. 뭔가 고민하는 듯 한참을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 작가가 돌아올까?”


진은 의외의 질문을 던졌다. 그 작가가 돌아올까.

소식 하나 없는 그 작가의 생사를 알 수 없으니 기다리는 것이 유일한 답이다.


“지금으로선 기다리는 게 최선의 방법 아닐까?”


나와 진은 카모마일을 마시며 각자의 생각에 빠졌다.

교실 안은 점점 조용해졌고 아직 사라지지 않은 차의 잔향이 남아돌고 있었다.

시계는 곧 1교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기 5분 전을 가리켰다.

진은 시계를 보곤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로 다가왔다.


“어..! 시간 다 됐다. 나 먼저 갈게. 유화랑 점심시간에 올 거지? 나중에 보자!”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1교시를 시작하는 종이 울리 전에 교실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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