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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 변증법 : 인생이라는 난장판을 헤쳐나오는 비법

by 이상혁 심리상담가 Feb 1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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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요. 이 세상이 얼마나 뒤틀려있는지. 정치인들은 서로 물어뜯고, 세대 간에는 전쟁이 벌어지죠. 성별 간의 난투극은 말할 것도 없구요. 환경은 망가져가는데 사람들은 서로 물어 뜯느라 바쁘죠. 우리는 여전히 SNS에서 '좋아요' 숫자나 세고 있습니다. 괴상한 세상입니다. 웃기지 않나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19세기의 어떤 미친 천재가 이 모든 혼돈에서 의미를 찾아냈다는 겁니다. '정신현상학(Phänomenologie des Geistes)'이라는 골치 아픈 책을 쓴 독일 철학자 헤겔이라는 친구죠. 그는 이 모든 갈등이 실은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끄는 춤사위라고 봤어요. 지나치게 낭만적이긴 하지만, 뭐 어쨌든 한 번쯤 들어볼만은 하지 않겠습니까?


헤겔식 삼각관계 : 정-반-합의 합주곡

그 양반 말은, 세상의 모든 발전 과정은 마치 좋은 위스키처럼 세 단계를 거친다는 겁니다. 처음엔 달콤하고, 그 다음엔 위장을 태우다가, 마지막엔 은은한 여운이 남죠.  저야 술이 약해서 위스키 한 잔이면 꿈뻑 잠들겠지만. 어쨌든 그가 말하는 정-반-합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겁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어린이가 부모에게 순종하는 건 '정(Thesis)'이고, 사춘기 때 "아, 쫌. 내 인생 내가 살게요"하고 반항하는 건 '반(Antithesis)'입니다. 그러다 어른이 되어 "아, 그 말이 뭔지 이제야 알겠네"하고 무릎을 탁 치는 게 '합(Synthesis)'이죠. 


우리 인생도 비슷해요.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하죠. 마치 제가 쓰고 있는 (아직 출판되지 않은)소설처럼요. 하지만 그 고통스러운 패턴 속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헤겔이 말하고 싶었던 거라고 봅니다. 결국, 우리의 모든 실수와 고통도 어떤 더 큰 이야기의 한 장면일 뿐이라는 거죠. 그거 참...... 꽤나 위로가 되는 생각 아닙니까? 


심리상담에서도?

심리상담이란 내면 깊숙한 곳에 숨겨진 갈등과 모순을 들여다보고, 그걸 그냥 넘기지 않고 제대로 싸우고 통합하는 과정입니다. 고장난 샤워기를 고치는 것과는 조금 다른 거죠. 헤겔의 변증법에 비유하면 이해하기가 참 쉽습니다. 자, 이제 그 얘기를 해볼까요?


첫 번째 단계는 ‘정(Thesis)’입니다. 흔히 말하는 '문제의식'이죠. 내담자는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삶이 더 힘들어지기 전에 자신을 이해하려고 애를 씁니다. 보통은 이 시점에서 '별 거 아냐'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건 가짜 평화에 불과합니다. 내면에서 갈등이 폭발할 준비를 하고 있거든요. 이 시점에서 내담자는 무의식적으로 갈등을 피하거나, 원인을 외부로 돌리려 할 겁니다. “난 괜찮아,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냐.”라고 말이죠.


그런데 상담이 진행되면 그 억눌린 갈등이 튀어나옵니다. 이게 바로 ‘반(Antithesis)’입니다. 내담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순된 감정을 맞닥뜨리게 되죠. 예를 들어, 사랑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사랑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는 겁니다. 


이건 어떤 면에서는 정말 복잡하고 불편한 감정의 소용돌이죠.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와, ‘또 거부당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 뒤섞여서 머리가 아프죠. 그런데, 사실 이 불편한 순간이 중요합니다. 그 갈등을 직시하는 게 바로 내면을 들여다보는 첫걸음이니까요.

그리고, 결국에는 이 갈등을 통합합니다. 이게 바로 ‘합(Synthesis)’이죠. 이제 내담자는 갈등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입니다. 사랑에 대한 욕구와 두려움이 공존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그것을 조화롭게 다루는 방법을 배우게 되죠. 


중요한 건 그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화하는 겁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감정과 생각을 통합하며 한 단계 더 나아가게 됩니다. 그게 상담입니다.




삶이라는 미친 여행에 대하여

사람들은 말이죠, 마치 부정적인 감정이 독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필사적으로 도망치려 합니다. 새벽 3시에 술에 취해서 전 연인에게 보낸 문자를 지우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요. 하지만 그렇게는 안 됩니다. 진정한 치유는 그 부끄러운 문자도, 그 쓰디쓴 감정도 모두 당신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시작되죠.


알고 있나요. 우리는 모두 모순 덩어리입니다.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진정한 친밀감은 두려워하고, 변화를 원하면서도 안전한 불행에 안주하죠. 이런 게 바로 인간이에요. 심리치료는 이 뒤죽박죽된 감정을 정리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이 혼돈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죠. 마치 좋은 소설처럼요. 완벽한 결말 같은 건 없습니다. 이야기는 계속될 뿐.


불안이요? 그건 삶이 당신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입니다. 우울이요? 그건 당신의 영혼이 새로운 챕터를 시작하고 싶다고 외치는 소리고요. 분노는... 글쎄요, 때로는 화나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이 미친 세상에서. 그리고 당신이 가진 그 상처들... 그거야말로 당신을 당신으로 만드는 핵심이예요.


헤겔이 말하는 건, 모든 게 과정이라는 겁니다. 지금의 고통이 내일의 깨달음이 되고, 오늘의 모순이 미래의 지혜가 된다고요. 마치 숙취가 우리에게 과음의 교훈을 주는 것처럼요... 아니, 이건 좀 적절하지 않은 비유군요. 


하지만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 당신의 증상들, 그 혼란스러운 감정들은 실패가 아닙니다. 그저 당신이라는 이야기의 한 장면일 뿐이에요. 모든 훌륭한 캐릭터가 그렇듯, 당신도 성장하고 있는 겁니다. 그것도 아주 멋지게요.


치유란 게 그래요. 완벽한 결말 같은 건 없어요. 마치 해질녘의 쭉 뻗은 자유로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여정이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앞으로 나아가는 것뿐입니다. 때론 비틀거리고, 때론 넘어지면서요. 그래도 재미있지 않습니까? 이 모든 혼돈과 고통이 결국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는 거. 적어도 전 그렇게 믿고 싶어요. 마치 제 글처럼요... "개판이지만, 어딘가 희망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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