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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권력의 언어다.

Propaganda 천재 Jaques-Louis David

by Jieunian Mar 20. 2025

예술은 늘 아름다움을 말하지만, 때로는 아주 노골적으로 권력을 말한다. 


2024년 겨울 파리 루브르를 방문했다. 총 38,000점을 소장하고 있는 이 거대한 박물관은 소장품 1점 당 1분씩 관람해도 모든 작품을 살펴보는데 약 26일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인 모나리자로 바로 향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거대한 사이즈로 관람자들을 압도하는 그림이 있다.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 Jaques-Louis David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 Jaques-Louis David


가로 9.8미터, 세로 6.2미터의 초대형 캔버스에 펼쳐진 이 장면은, 나폴레옹이 스스로 황제의 관을 쓰고 조세핀에게 왕관을 씌우는 순간을 극적으로 연출한다. 전통적으로 프랑스의 왕들은 랭스 대성당에서 교황이 직접 왕관을 씌워주는 대관식을 거쳐야 그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대관식 당일 교황이 왕관을 씌우려 할 때 갑자기 벌떡 일어나 교황이 든 관을 스스로 써버렸다. 유럽을 제패한 황제로서 스스로 정통성을 부여한 순간인 것이다. 다비드는  황제의 자리에 오른 나폴레옹이 부인인 조세핀에게 황후의 관을 씌워주며 그의 권위를 한층 더 드높이는 장면을 캔버스에 담아 나폴레옹이 원하는 '이미지'를 창조해냈다. 역할을 뺏겨버린(?) 교황 비오 7세의 힘없는 표정도 보는 재미가 있다.


자크 루이 다비드(1748-1825)는 신고전주의의 대표적인 화가로 잘 알려져있지만 프랑스 혁명 - 나폴레옹 제국 - 왕정 복고로 이어지는 격동의 시대에서 예술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데에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왕정시대  루이 16세의 궁정화가였던 다비드는 프랑스 혁명 시 자코뱅당의 일원으로 국민공회 의원을 지냈으며, 혁명가 마라의 죽음을 성인처럼 그린 <마라의 죽음>은 정치적 순교자 이미지의 상징이 되었다. (이 그림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은데  다른 글에서 다루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혁명의 종말과 함께 다비드는 새로운 권력자인 나폴레옹에게로 자연스럽게 방향을 틀었다. 혁명기의 '순결한 시민 영웅' 대신, 이제는 '제국의 위엄'과 '황제의 카리스마'를 그려내는 화가가 된 것이다.


마라의 죽음, Jaques-Louis David마라의 죽음, Jaques-Louis David



다비드의 뛰어난 '브랜딩' 능력은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1800년 이탈리아 침공을 위해 알프스 산맥을 넘는 나폴레옹을 그렸는데, 백마 위에서 당당하게 전장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누가 봐도 '영웅' 그 자체이다. 그림 왼쪽 아래에 '보나파르트'라는 나폴레옹의 성이 새겨져 있고, 과거 알프스를 넘었던 카르타고 장군 한니발과 신성로마제국의 샤를마뉴 대제 등 전설적인 영웅의 이름이 흐릿하게 새겨져 있어 그 장면 자체로 뛰어난 영웅들의 후계자라는 사실을 시각화하며, 나폴레옹을 새로운 신화로 만들어나가는 연출이다.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Jaques-Louis David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Jaques-Louis David



실제 나폴레옹은 키도 작고 안전을 위해 백마가 아닌 노새를 타고 알프스를 넘었다고 한다. 다비드가 추운 날씨에 덧입은 방한복과 모자, 현실감 있는 자세, 긴 여정으로 지친 표정으로 회색 노새에 앉아 있는 모습과 같이 현실적으로 가까운 그림을 그렸다면 나폴레옹의 총애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다비드의 그림은 정치적 프로파간다 였다면, 델라로슈의 그림은 역사화의 탈신화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알프스를 넘는 보나파르트, Paul Delaroche알프스를 넘는 보나파르트, Paul Delaroche


예술은 늘 아름다움을 말하지만, 때로는 노골적으로 권력을 말한다. 루브르에서 마주한 거대한 그림들은, 그 시대가 어떤 이미지를 꿈꿨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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