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아래 한 여름 햇살 같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능소화는 요 몇 년 사이 여름을 대표하는 꽃이 된 거 같다. 능소화의 뜻은 ‘업신여길 능’ ‘하늘 소’자를 쓴다 한다. 하늘을 업신여긴다는 뜻이다. 꽤나 거창한 이름이다. 누군가는 여름의 장마와 태풍, 무더위를 견디며 여름 내내 피는 꽃이라 그런 이름을 갖은 거 같다는데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야말로 한 여름 뜨거운 햇빛 같기도 하고, 동시에 왠지 시원함도 느껴지는 이 꽃을 그리고 싶었다. 능소화의 눈부신 색이 돋보이도록 하얀 달항아리와 같이 그렸다.
한지에 그려진 능소화에 올여름엔 비단부채에 그려진 능소화가 더해졌다.
6월부터 한창 비단부채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비단부채는 비단(견) 느낌의 부채로 살짝 투명하게 비치는 매력이 있어 종이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표현할 수 있다.
동네 골목 하얀 대문집엔 능소화 한 그루가 있다. 하얀 대문과 어우러지는 능소화가 예뻐 능소화 필 때쯤엔 사진 한 장 찍는데 올해는 부채랑 같이 찍었다.
이제 7월이고 본격적인 더위 시작인데 능소화처럼 올여름이 화사하게 밝게 지나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판다카페에서 작은 언쟁이 있었다.
죽순 먹고 있는 루이 후이바오에게 주키퍼(사육사)가 능소화 꽃꾸를 해주는 사진이 올라왔는데, 능소화에 독성이 있다며 비난하는 댓글이 올라왔다.
‘헉’ 했는데, 능소화에 거의 독성이 없으나 꿀 (화분)은 잘 못 섭취하면 일부 탈 날 수 있다고 한다. 비난 글은 그렇게 해프닝으로 끝나고 능소화는 예쁜 만큼 그대로 즐기면 된다.
난 주키퍼들처럼 직접 판다를 만질 수 없으니, 나에게 있는 루이 후이바오 인형들에게 꽃꾸를 해 주었다.
너무 예쁘다. 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