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질의 철학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 밤새 입안에 쌓인 찝찝함을 씻어내는 의식. 양치질. 우리는 매일 아무 생각 없이 이를 닦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짧은 시간이 의외로 많은 것을 말해준다.
어릴 때는 양치질이 귀찮았다. 밥 먹고 놀다가 엄마가 “이 닦아!”라고 외치면 괜히 모른 척하고 숨곤 했다. 하지만 결국엔 욕실로 끌려가 칫솔을 물고 서 있었다. 빠르게 슥슥 닦고 도망치려 하면, 엄마는 늘 “제대로 닦아야 해. 대충 하면 이 썩어!”라고 잔소리를 했다. 그땐 몰랐다. 치아가 썩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어른이 되고 나서야 양치질의 소중함을 깨닫기 시작했다. 사랑니를 뽑고 몇 날 며칠 고생한 뒤, 나는 결심했다. “앞으로 절대 대충 닦지 않겠다.” 칫솔도 부드러운 걸로 바꾸고, 치실과 가글까지 사용하며 충실한 양치 생활을 시작했다. 치아 건강을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말이다.
그런데 가만 보면 양치질은 단순한 위생 습관을 넘어 하루를 정리하는 작은 의식 같다. 아침에는 눈을 뜨자마자 치약 거품을 내며 하루를 시작하고, 밤에는 온종일 쌓인 찌꺼기를 닦아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입안의 묵은 때를 씻어내는 이 시간이, 마치 마음속 찌꺼기까지 함께 닦아내는 듯한 기분이 든다.
고대 사람들도 우리처럼 이를 닦았을까? 놀랍게도 그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구강 관리를 해왔다. 이집트인은 씹는 나뭇가지를 사용했고, 로마인은 가루 치약으로 이를 문질렀다. 심지어 로마에서는 소변으로 가글을 했다는 충격적인 기록도 있다. (다행히 우리는 아니다.) 인도에서는 기름을 입안에 머금고 헹구는 오일 풀링을 했고, 중동에서는 미스왁이라는 자연 칫솔을 사용했다. 결국 시대가 변해도 사람들은 이를 닦으며 살아왔다는 뜻이다.
이쯤 되면 양치질은 단순한 청결 행위를 넘어 삶의 태도와도 연결된다. 이를 꼼꼼하게 닦는 사람은 삶도 꼼꼼하게 챙길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아무렇게나 닦는다면? 어쩌면 인생도 대충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도 칫솔을 들고 거울 앞에 선다. 하루를 새롭게 시작할 준비, 혹은 하루를 깨끗이 마무리할 준비를 하면서. 거품이 부드럽게 입안을 감싸고, 박하 향이 코끝을 스친다. 이 작은 습관이 쌓여 치아를 지키고, 나를 지키고, 나아가 삶까지 단단하게 만들어준다고 믿으며.
그러니 대충 닦지 말자. 우리의 치아도, 그리고 우리의 하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