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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사무치다 13화

좋을 텐데

by 김민

어느 영화 한 장면이 떠오른다.

철모를 때리고 튕겨 나간 행운이 신기해서

화들짝 벗어들고 활짝 웃는다.

그 웃음으로 총알이 무심히 툭 하고 박힌다.

이름 없는 병사의 경솔함을 탓할 텐가

한 번만 찾아온 행운을 탓할 텐가

이미 그에게는 승패가 중요치 않은 전쟁인데.


사랑도 그러하리.

스쳐 간 이를 아스라이 추억하는 어느 날

새벽안개처럼 슬며시 다가와 눈을 가린다.

운 좋은 병사처럼 히죽거리게 만들더니

어느새 처참하고 잔인하게 무너뜨린다.

행운처럼 유유히 찾아와서는

총알처럼 가슴을 뻥 뚫어 놓고 사라진다.


가냘픈 울음이 들린다.

또다시 사랑하고만 어리석음을 탓할 텐가

야속하게 버려두고 떠난 이를 탓할 텐가

이미 그에게는 되돌릴 수 없는 인연인데.

저기 이름 모를 한 사람이 쓰러져 있다

피투성이로 덩그러니.

차라리 어느 영화 한 장면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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