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영화 한 장면이 떠오른다.
철모를 때리고 튕겨 나간 행운이 신기해서
화들짝 벗어들고 활짝 웃는다.
그 웃음으로 총알이 무심히 툭 하고 박힌다.
이름 없는 병사의 경솔함을 탓할 텐가
한 번만 찾아온 행운을 탓할 텐가
이미 그에게는 승패가 중요치 않은 전쟁인데.
사랑도 그러하리.
스쳐 간 이를 아스라이 추억하는 어느 날
새벽안개처럼 슬며시 다가와 눈을 가린다.
운 좋은 병사처럼 히죽거리게 만들더니
어느새 처참하고 잔인하게 무너뜨린다.
행운처럼 유유히 찾아와서는
총알처럼 가슴을 뻥 뚫어 놓고 사라진다.
가냘픈 울음이 들린다.
또다시 사랑하고만 어리석음을 탓할 텐가
야속하게 버려두고 떠난 이를 탓할 텐가
이미 그에게는 되돌릴 수 없는 인연인데.
저기 이름 모를 한 사람이 쓰러져 있다
피투성이로 덩그러니.
차라리 어느 영화 한 장면이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