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봉투를 열자
고요한 향기가 스며든다.
갓 볶은 시간의 흔적이
은은한 파도처럼 퍼진다.
가느다란 종이 날개를 펼쳐
잔 위에 조심스레 얹는다.
마치 작은 다리라도 놓듯,
커피와 나 사이를 이어주는 순간.
뜨거운 물이 천천히 스며든다.
한 방울, 또 한 방울.
어제의 무게를 가라앉히듯
깊고 나른한 평온함이 내려온다.
향이 먼저 입술을 스치고,
마침내 한 모금.
쌉쌀한 여운 속에 감춰진
부드러운 단맛이 깨어난다.
짧은 기다림 끝에
한 잔의 행복이 완성된다.
드립백 한 장으로도,
오늘은 충분히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