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니 시 곳간 26
공친 세월 ㅡ
1년이란 귀한 시간
공으로 보냈네
만남이 있긴 있었으나
겉뱅뱅이였네
진득한 대화 한 번 없이
그저 일로만 대했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아니라
기계와 기계의 만남이었네
서로 얼굴을 대하고
눈과 눈이 마추쳤더라면
1년 지난 지금쯤
보다 가까운 사이 되었을텐데
마음 편한 친구가 되어
더 반갑고 더 고마운 벗 되었을텐데
대화 대신 돈과 물건을 주고 받으며
정 대신 신호를 주고 받았지
결코 짧지 않은 1년이란 소중한 시간을
허공 속에 날린 것과 마찬가지네
* 11집 '등이 가렵다' / 2021 / 담장너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