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까지 패스

아들 혼자 남탕에서 찜질방까지.

by 연이작가

결혼 전 내가 좋아했던 장소에는 찜질방이 있었다.


찜질방 가서 적당히 뜨거운 온도에서 땀을 빼고 얼음방에 갔다가 불가마에 갔다가 다시 적당한 온도 72도 정도 되는 소금방에 들어가면 온몸에 있는 노폐물이 빠지는 듯하고 개운해지는 기분과 함께 붓기도 빠졌다.


그곳에서 식혜랑 미역국은 땀으로 빠진 나의 체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데 도움도 되었고 나만의 힐링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땀을 빼고는 안마기에 몸을 맡기고 멍 때린다.


그리고 들고 온 책 한 권을 쉬엄쉬엄 읽는다.


그렇게 한 바퀴 돌고 다시 찜질방으로 돌기를 시작하면 4시간은 족히 흐른다.


그것을 아이 놓고는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약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아들 나이가 10살이다.

금요일 오기 전부터 아들은 이번 주 찜질방을 계획한다. 꼭 가보고 싶다며 한껏 들떠있다.

나에겐 그냥 토요일이다.

피곤한 나는 잠이 쏟아진다. 누워서 조금만 잘게. 한다.

아들에게는 드디어 토요일인 것이다.

드디어 찜질방 가는 날.

엄마가 꼭 일어날 수 있게 알람을 맞춘다.


눈감은 지 몇 분밖에 안 된 것 같은데 30분이 흘렀다.

알람이 울린다.

내 몸은 아직도 침대를 벗어날 수 없다.


요즘 엘리베이터 공사로 탑층인 우리 집을 수시로 걸어 다니다.


짐이 있으면 등에 메는 백백까지 챙겨야 한다.

그렇게 탑층 집까지 오르락한 지 이주가 지났고 이젠 체력이 바닥이다.


아직도 2주가 남았다.

희망고문처럼 하루가 지나면 하루가 가까워지지만 그 하루를 지나면서 내 다리는 퉁퉁 부어가는 지옥 다리를 걷는 듯하다.


조금 더 눈을 붙였다 뜨니 3시 20분.

일어났다.

바로출발해야 하는데 밥먼저 먹어야 할 것 같았다.


아침을 늦게 먹었으니 점심은 지금 먹으면 딱인데 아들은 아직 배가 안고프다고 한다.

그래도 밥을 차려 먹고 나니 집안이 엉망이다.


그때까지 아들은 찜질방을 가려고 했었나 보다.

그러더니 내가 못 갈 것이라 생각했는지 내일 찜질방 가자고 한다.

오늘은 방콕 하겠다며.


집청소를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것을 치우고 청소기를 돌리고.

설거지를 했자.

5시가 조금 넘어가니 체력도 돌아왔다.


그 찰나를 아들은 잡았다.

엄마~~

응??

지금 갈까? 찜질방??

그래ㅋㅋㅋ


짐을 챙긴다.

아들은 항상 빠른다.

옷을 다 갈아입고 핸드폰과 태블릿을 챙기고 엄마를 기다린다.

자꾸만 지나가는 시간을 보면서.


우선 내 샤워할 것과 아들샤워용품을 챙기고 속옷 각자 한벌씩 추가로 챙기고. 수건도 그냥 챙긴다.

항상 엄마가 챙겨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을 아들 혼자 가는 남탕을 갈 수 있을까? 걱정이 깔려있다.


혼자 수건을 못 챙길까 봐 아들에게 샤워용품과 수건을 건네고 샤워하고 3층 찜질방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한다.


6시.

찜질방 엘리베이터 앞.

아들이 없다.

20분이 지나도 아들이 안 온다. 걱정이 커져 불가마 불을 끄고 켜는 남자 스탭에게 남자목욕탕에 아들이 안 오고 있다고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1분이 지났을까... 내 눈에 보이는 아들과 비슷한 몸짓의 아들.

아이스방에서 소금방으로 뛰어들어갔다가 다시 아이스방으로 뛰어가는 아이.

혹시.... 하며 따라서 아이스방으로 간다.


아들이 환하게 웃는다.


엄마 왔어??

헐...ㅋㅋ웃음과 안도 그리고 뭔가 속은 느낌.이다.


부탁했던 스탭에게는 상황을 전달하고 고맙다고 인사했다.


아들은 이미 친구도 사귀고 나에게 어디는 온도가 이렇고 다이아몬드룸에는 다이아가 안 보인다며 실망했다고 한다.

^^


그렇게 찜질도 하고 아이스방도 가고 같이 미역국에 짜파게티도 먹는다.

당연히 맥반석계란과 식혜, 옥수수도 먹고.

배가 빵빵하다.

어린이들의 천국인 놀이터에서 방방도 타고 게임방에서 에어하키와 총싸움, 펀치도 날린다.


아들 혼자 샤워하고 찜질방까지 온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많이 컸구나.

이젠 나도 다시 찜질방을 다닐 수 있겠구나 생각도 든다.

아들은 근시억제 치료를 안약으로 하고 있다.

시력이 0.7~0.8 된다고 학교에서 확인받고 안과에 갔다가 더 눈 나빠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치료를 시작했다.


찜질방 올 때 안약을 놓쳤다.

잠까지 잘 수 있는 컨디션이었지만 안약 넣고 잠은 집에서 자기로 하고 찜질방을 나온다.

아들과 샤워하고 다시 1층에서 만나기로 한다.


집에 가기 전 마지막 관문이다.


찜질방까지 잘 왔으니 1층으로도 잘 올 것이라 당연히 믿었다.


밤 11시 엄마는 로비 도착했다.

계산을 하고 기다린다.

항상 씻는 게 나보다 빠르기에 샤워만 하고 나왔다.

뜨겁고 습한 샤우나도 냉탕도 온탕도 들어가지 못하고 아들이 기다리면 안 되기에 빨리 씻고 나왔다.

그때 시간이 11시

10분. 20분이 지나도 아들이 안 나온다.

다시 로비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남탕직원에게 아들에게 갈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도 10분이 지났다.

스탭에게도 연락은 안 오고 초조하게 10분이 또 지났다.


11시 30분이 지나서야 엘리베이터에서 아들이 머리는 젖은 채로 밝게 웃으며 엄마~하고 부른다.

그리고 미안~한다.

기다리고 있었는지는 안가보다.


왜 이렇게 늦었어? 하니

온탕 냉탕을 왔다 갔다 하면서 친구도 사귀고 재밌게 놀다 보니 좀 늦었다고 한다.


또 웃음이 난다.

걱정이 안도로.

그리고 이놈 어서든 잘 살겠네. 생각이 든다.


이젠 정확한 시간만 알려주고 만나기로 약속해야겠다는 다짐.

찜질방 가는 건 이젠 문제없겠다. 생각도 든다.


이렇게 잘 커준 것도 고마울 뿐이다.


이혼 후 아들과 여행 가는 게 어려운 곳이 워터파크, 찜질방이었다.

그래서 아쉬운 소리 없이 다닐 수 있는 여행위주로 다녔다.


초3이 되니 이젠 대부분의 여행은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구나 싶다.


또 성장했구나 싶다.


이렇게 우리는 같이 성장하는구나.


아들 커가는 모습이 너무나 반짝이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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