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의 끝을 잡고 '날다'

'몰입'을 찾아서

by 펜 끝

'외로움'이란 어떤 걸까 생각하다 사전을 찾아보았다.

'홀로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


단어의 뜻도 제대로 모르면서 외롭다는 말을 종종 했다. 그냥 느낌인 거다.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 '느낌적인 느낌'말이다. 늘 주변에 사람들이 있는데도 홀로된 느낌은 왜 받는 걸까. '받는다'는 표현도 재미있다. 누가 주니 받는다는 건데, 그런 사람은 없다. 그저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일 뿐이다.


지인들을 만나 한창 떠들다가 갑자기 주변이 고요해지면서 무음 상태가 된 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아무 소리도 들을 수가 없었다. 이 상태가 내가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이다. 이야기가 절실한 관심사가 아니거나, 그 자리가 정말 머물고 싶은 자리가 아닐 때 느끼는 감정이다. 싫어서가 아니다. 뭔가 있는 거다.


현장에서도 가끔 느낀다. 팀들과 한창 이야기를 하다가, 연장들의 소음과 이야기가 뒤섞여 윙윙거리기 시작한다. 때마침 현장에 햇살이 가득 쏟아지고, 그 사이로 뿌옇게 먼지들이 적나라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 순간 주변이 갑자기 고요해진다. 왜일까? 이런 감정의 근원은 어디에서 시작된 걸까.


지금, 이 순간에, 진짜 하고 싶은 일이 이 일인가? 대화 속에 내가 있는가? 하고 싶은 걸 선택할 수 없는 상황과 일이 주는 긴장감 속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란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바람을 한껏 집어넣은 풍선처럼 둥둥 떠 오른다. 겨우겨우 붙잡고 있다가 놓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느낀다. 설렘인지 불안감인지, 두 가지의 마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늘 따라다닌다.


'그럴 나이가 된 건가. 마음이 약해진 건가, 그도 아니면 여전히 성장하는 중인가.' 이렇게 하루에도 몇번 씩 오르내리는 감정의 기복을 성가시게만 생각했었다. 풍선을 잡고 있는 손을 놓아버리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고,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다른 낯선 감정을 느껴볼 수도 있다.


외로움은 꼭 피해야 할 마음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외롭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지 않다고 스스로 우기거나 외면하고 있는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외롭지 않으려면 누군가가 필요하다. 사람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외로움이란 단어를 잘 적어서 책인 양 책꽂이에 꽂아둔다. 수시로 꺼내 읽어본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듯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숱한 나의 말들로 채워진 그런 나만의 책이다. '나에겐 너만 보여'라고 사랑을 속삭여주는 듯 빤히 나를 쳐다본다.


어느 하나를 포기할 필요는 없는데, 지금의 직업과 글 쓰는 일 중 하나만을 택해야 하는 줄 알았다. 돈을 벌기 위한 일도, 돈과 무관한 글쓰기도 둘 다 나 자신이다. 해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다.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눈앞에 펼쳐지지 않는다. 좀 오락가락하면 어떤가. 변덕이라거나 감정의 기복이라고 치부하지 않고, 찾아가는 여정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헤매는 가운데 힘겹게 만나지는 게 꿈꾸던 미래가 아닐까. 하고 싶으면, 미숙하게라도 해 나가면 된다. 한 가지 일만 하며 살았다고 완벽해질 수는 없다.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을 것이다.


앞으로 일을 어찌 알겠는가. 여전히 외로움을 느낀다면 좀 더 헤맬 필요가 있다. '삶의 즐거움은 몰입에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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