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만나면 꽤 오래 만나는 편이다. 많은 연애를 한 것은 아니지만,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사랑할 것처럼 마음을 담갔다. 곁을 쉬이 내주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천천히 스며들다 보면, 내 마음 한편에 깊이 그를 담았다. 그렇게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결국 끝은 있더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 헤어지든 이별은 늘 아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만나 사랑하고 꿈꿨다. 멈추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 사랑을 하지만 여기서 멈춰야 하는 것을 앎에도 멈출 수 없는 것, 세상이 다 끝난 것처럼 아파서 끙끙 앓다가 곪다가 터져서 이곳 저곳 방황하며 돌아다니는 것. 누구라도 알아 달라고. 내가 지금 여기서 많이 아프다고. 나는 여전히 누구를 만나 사랑을 하고, 또다시 헤어짐에도 주던 마음을 멈출 수 없어 혼자 아파했다.
그래서 헤어진 후 누구를 만나는 일에는 꼭 쉼이 필요했다. 그러지 않으면 다음 시작을 할 수가 없었다. 아플 만큼 아팠고 줄 만큼 내주었음에도 그 사람을 놓아주지 못해서 아파하다가 이내 바닥까지 내려가서 처참히 놓아버리는 모습이었다. '어두운 밤길을 혼자 걷다가 문득 이 어둠 속에서 가로등 불 빛 하나 없다면 그건 바로 딱 지금 내 마음상태일 거야.'라고 속으로 되뇌었다. 한동안 끔찍이 아팠고, 내가 내가 아닌 체 살아갔다. 내 마음이 미련인지 그리움인지 사랑인지도 모르는 채. 사실 여전히 그 마음을 규명할 수 없다. 그저 그냥 그때는 그러했다.
사랑하는 일이 아프고 여전히 힘들다. 서툰 아이처럼 여전히 어렵고 내 마음의 조절이 어렵다. 진심으로 스며들기 시작하면 멈추기가 어렵다. 그래서 그런 내가 한동안은 싫었고, 종종 보이는 흔한 남녀들처럼 쉽게 만나 쉽게 헤어지고 그렇게 하루이틀이면 다시 일상을 찾는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사랑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건 진짜 내가 아니었음을 알았다. 사랑을 하면 천천히 오래 스며든다. 깊이 우러나는 드립 커피처럼. 한 방울씩 우러난다. 진심이 피어난다. 아프고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랑을 하고 또 아픔을 반복한다. 우리는 그래야만 비로소 사람으로 살아 숨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