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고슴도치들은 얼어 죽지 않기 위해 서로에게 달라붙는다. 하지만 곧 가시가 서로를 찌르기 시작한다. 아픔을 느끼고 다시 서로 떨어진다. 추위에서 다시 서로 뭉치고 가시의 아픔에 떨어진다.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결국 서로의 가시에 덜 찔리면서도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찾는다.
인간의 관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싶어 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며, 사랑받고 싶어 하는 연약한 존재이다. 그러면서도 너무 가까워지면 상처받는다. 그리고 다시 거리를 두게 된다.
아이를 키우면서 이 관계의 역설을 더 깊이 깨닫게 된다. 어린 시절엔 한없이 품에 안고 키운다. 아이가 웃으면 세상이 다 밝아지고, 아이가 아프면 내 몸보다 더 아프다. 그러나 아이가 성장하며 부모와의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청소년기가 되면 부모가 하는 모든 것이 잔소리처럼 들리고, 독립을 향한 몸부림이 시작된다. 부모는 여전히 아이를 품 안의 자식으로 여기지만, 아이는 서서히 날개를 펼친다. 그러면서 갈등이 생긴다. 하지만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아이의 가시를 억지로 꺾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그 가시를 이해하는 것이다.
부부도 마찬가지다. 연애할 때는 서로가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가까이한다. 그러나 결혼 후에는 사소한 습관 하나도 갈등이 된다. 설거지를 누가 할 것인가, 화장실 청소, 치약 짜는 일 등 하찮은 문제들이 크고 작은 다툼으로 번진다. 가깝다는 이유로 상처를 주고, 상처받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부부는 서로의 가시를 피할 수 있는 거리를 찾아간다. 처음엔 자주 다투지만, 1년, 2년, 10년이 지나면서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우리는 흔히 친밀한 관계일수록 모든 걸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깝다고 해서 모든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만의 욕망과 기대를 품고 있고, 친밀한 사이일수록 그 기대를 상대에게 투영한다. 부모는 자식이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 이루길 바라기도 하고, 배우자는 상대가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행동하길 기대한다. 그러나 그 기대가 충돌할 때, 우리는 서로를 더욱 아프게 한다.
관계란 결국 거리의 예술이다. 아무리 허물없는 사이라도 기본적인 예의가 필요하고, 상대의 인격을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너무 가까우면 서로를 찌르고, 너무 멀어지면 따뜻함을 잃는다. 그러니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의 온기를 나누자. 그것이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는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