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평균나이를 알고 절망했지만, 향상 될 있다는 말에 희망을 가졌다
금주 70일째, 만물의 생기를 불어넣는 태양이 가장 먼 동쪽에서 새벽 여신 침대의 검은 휘장 걷어 내기 시작하는 바로 그때 (로미오와 줄리엣 중에서 17page), 창 앞에 우두커니 섰다. 창밖에서 부는 겨울바람을 손에 담아보았다.
얼마 전까지 손등을 할퀴듯 때리던 시린 바람이 이제는 미묘하게 온기를 품고 있다. 계절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몸이 먼저 알아차린다.
가만히 손등을 내밀어 바람을 느꼈다. 차가움 속에 살짝 스며든 온기가 신기했다. 겨우 몇 주 전만 해도 바람은 차갑게 다가왔는데, 오늘은 부드럽게 피부를 스친다. 봄은 이미 아파트 창너머에서 내 손등에서부터 찾아오고 있었다.
올해 3월부터 대구 지역의 버스 노선이 전면 개편되면서 아내와 막내가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서게 되었다. 아침이 되면 두 사람이 나란히 신발을 신는 모습이 어쩐지 새롭다. 나는 현관문을 나서는 그들을 향해 환한 웃음으로 인사를 건넸다. “잘 다녀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고작 5분도 되지 않아 각자의 길로 헤어질 테지만, 엘리베이터라는 갇힌 공간에서는 그 시간이 길이는 길고 묘하게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 것이다. 어쩌면 가족이라는 건, 이런 사소한 순간들 속에서 더욱 단단해지는지도 모른다.
현관문이 닫히고 다시 책상에 앉아 책을 펼쳤다. 랄프 왈도 에머슨 <성공의 법칙>
블로그의 서로이웃이 점점 늘어나면서,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걸 실감한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글을 자주 읽게 되었고, 그러면서 요즘 필사를 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것이 단순한 트렌드인지, 아니면 나의 관심이 그쪽으로 향하면서 더 자주 보이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많은 이들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는 문장을 손으로 직접 옮겨 적으며 그 의미를 곱씹는다는 것이다. 필사용으로 출간된 책들도 있지만, 꼭 그렇게 거창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 와닿았다.
중요한 건 책을 읽고 내 마음속에 깊이 새겨진 문장을 내 방식대로 남기는 것.
아직 본격적으로 필사 노트를 마련할 준비는 되지 않았지만, 대신 책의 여백에 좋은 문장들을 적어두고 있다. 페이지마다 작은 흔적이 남을 때마다, 마치 나만의 대화가 쌓여가는 기분이 든다. 언젠가 나도 한 권의 노트를 가득 채울 날이 올까. 문장을 따라가며, 내 안의 생각들도 조금씩 정리해 보고 있다.
필사에 좋은 문장들이 많은 책을 찾던 중, 내가 좋아하는 자기계발서 중에서도 그런 책이 있을까 궁금해졌다. 그러다 우연히 한 권을 발견했다.
제목을 고르고 저자를 확인하는데, '랄프 왈도 에머슨'이라는 이름이 낯익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디서 많이 본 이름인데…
직장에 다닐 때 사용하던 프랭클린 플래너의 데일리 속지를 떠올려 보니, 그 상단에 자주 등장하던 인물이 바로 에머슨이었다. 매일 한 줄씩 인용된 그의 말들은 짧지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제 와서 그의 글을 직접 읽고 필사할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 왠지 반가웠다. 자기계발과 필사, 두 가지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장을 넘기자마자 구구절절 좋은 문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 문장 한 문장이 깊고 단단했다. 그런데 문제는, 문장을 음미하기도 전에 '어떤 구절을 필사할까'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는 것이었다. 책을 읽기보다 필사할 공간을 찾으려는 의식이 앞서면서, 결국 온전히 책에 집중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문장을 적으며 곱씹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아무런 목적 없이 그냥 책을 읽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필사에 대한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먼저 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필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문장이 나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것인가가 더 중요한 것이니까.
오늘 운동을 하며 시청한 영상은 어제와 같은 저자의 것이었다. 노먼 도이지 박사의 <스스로 치유하는 뇌>. 어제에 이어 계속된 내용은 ‘뇌는 바꿀 수 있다’는 주제였다.
책을 통해 이미 접했던 내용이라 영상 속 이야기들은 대부분 낯설지 않았다. 그래서 복습하는 기분으로 편안하게 보았다. 하지만 한 가지 실험이 등장하는 순간, 화면 속으로 더욱 집중하게 되었다.
영상에서는 우리가 뇌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몇 가지 지표를 제시했다.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 내용은 나 혼자만 알고 있기보다, 이렇게 글로 남겨 다시 곱씹어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뇌를 바꾸는 것도 작은 습관과 반복에서 시작되는 것이니까.
먼저 우리의 뇌가 정점에 이르는 나이를 알려주는 표를 제시하였다.
이 내용을 보면 우리의 뇌는 신경가소성 덕분에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한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나이에 따라 그 기능이 다르게 발현된다는 것이다.
특히 내 시선을 사로잡은 사실은 67세까지 우리의 뇌는 능력을 계속해서 키운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어휘력이 67세에 정점에 도달한다는 과학적 증거가 있다는 것이었다.
보통 나이가 들면 인지 능력이 감퇴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적어도 어휘력만큼은 반대라는 점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말을 듣고 나니 자연스럽게 책과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 이어졌다. 어휘력이 절정에 이르기 전까지,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자주 글을 쓴다면 뇌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실천할 수 있는 방향까지 제시된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당신이 아직 67세가 되지 않았다면,
남은 기간 동안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써라.
그것이 당신의 뇌를 가장 건강하게 유지하는 길이다."
하와이 대저택
이 말이 단순한 권유가 아니라, 앞으로의 방향성을 정해주는 조언처럼 들렸다.
67세까지 아직 남은 시간이 너무 많다. 다시 말해,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처음 퇴사를 하고 독서를 시작했을 때는 거의 매일 불안했다. 뒤처진 건 아닐까, 너무 늦어버린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늘 따라다녔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아직 늦지 않았다’는 생각을 되찾았고, 그렇게 한 걸음씩 꾸준히 나아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다시 흔들릴 때가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이미 많은 것을 이룬 사람들이 보이고, 그들과 나를 비교하며 ‘내가 너무 늦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치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 영상을 보며 다시 깨달았다. 내 뇌가 정점에 이르기까지 아직 15년이나 남아 있다. 15년이라면, 오히려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까지의 고민들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나는 결코 늦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배우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다시 용기와 희망을 품고, 남은 영상을 끝까지 시청했다. 때로는 이런 작은 깨달음들이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준다.
오늘 영상에서 또 하나 흥미로웠던 부분은 눈을 감고 한쪽 다리로 서 있는 실험이었다. 많이 접해본 실험이었지만, 오늘은 그 결과에 따라 현재 뇌의 나이를 추정하는 표가 제시되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는 국립장수 의료센터에서 발표한 평균치라고 한다.
운동을 마치고 나서 나도 직접 해보기로 했다. 사실 꽤 자신 있었다. 균형 감각에는 나름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과 너무 달랐다.
솔직히 말하면, 한두 번이 아니라 약 10번 정도 반복해서 시도했다. 그리고 그중 단 한 번, 겨우 25초를 기록했을 뿐, 대부분은 10초 초반에서 중심을 잃고 흔들리고 말았다.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다.
(혹시 여러분 뇌의 나이는 어떻게 되시나요?^^)
처음엔 단순한 균형 실험이라고 가볍게 여겼는데, 막상 해보니 이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균형을 유지하려 애쓰는 동안 내 몸이 얼마나 섬세하게 반응하는지를 실감했다. 그리고 그 균형을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는 건, 뇌의 협응력과 신체 감각이 생각보다 떨어져 있다는 뜻이라고 저자는 말했다.
약간의 충격과 함께, 앞으로 균형 감각을 좀 더 신경 써야겠다는 다짐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다행인 것은, 이 실험이 단순한 테스트가 아니라 “협응운동”이라는 점이다. 즉, 반복하면 할수록 능력이 향상된다는 뜻이다. 영상에서도 이 운동이 뇌에 매우 좋은 운동이라며 꾸준히 할 것을 권장하고 있었다.
균형을 잡으며 한쪽 다리에 서 있는 단순한 동작이지만, 사실은 뇌와 온몸이 협력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좌절했지만, 이걸 매일 연습하면 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동기부여가 됐다.
그래서 당장 오늘부터 연습하기로 했다. 하루 30초만이라도 괜찮다. 작은 습관이 결국 큰 변화를 만든다는 걸 알기에, 꾸준히 해보려고 한다.
언젠가 이 실험을 다시 했을 때, 지금보다 더 오랫동안 균형을 잡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자가 덧붙인 말이 인상적이었다.
"지금 이 영상을 보고 한발 서기로 자신의 뇌를 체크해 본 사람이라면,
그 순간부터 이미 뇌가 좋아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하와이 대저택
이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단순히 테스트를 해본 것뿐인데, 그것만으로도 뇌가 변하기 시작했다니.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 실험을 해보려 한 그 마음 자체가 뇌에서 보낸 신호라고 한다.
그리고 그 신호로 인해 뇌에서는 균형 감각을 맞추려는 도파민이 활성화되었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새로운 자극을 받아들이고 직접 실천하는 순간, 뇌는 이미 변화를 시작한다.
가끔 우리는 눈에 보이는 큰 변화를 원하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이렇게 사소한 순간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이 테스트를 통해 단순히 뇌의 나이를 체크한 것이 아니라, 내 뇌가 아직도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러니 좌절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건, 오늘의 작은 시도가 쌓여 내일의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것.
뇌는 정말 신비로운 영역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깊이 깨닫는 시간이었다. 내 뇌의 평균 나이를 확인하고 순간적으로 절망했지만, 곧바로 뇌는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 사실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나의 뇌는 지금도 배우고 있고, 앞으로도 성장할 수 있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가장 빠른 때라는 말처럼, 중요한 건 지금부터 무엇을 하느냐일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저자가 한가지 더 당부한 것이 있다.
만약 당신이 하루종일 의자에 앉아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절대로 다리를 꼬고 앉지 말라는 것이다." 다리를 꼬는 그 행위는 우리 뇌의 활동에 많은 방해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리를 꼬는 행위 만으로도 우리 뇌는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운동을 마치고, 남은 루틴을 차근히 완료했다. 몸을 움직이면서도 오늘의 경험을 계속 곱씹었다. 결국 변화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나는 이미 그 첫걸음을 내디뎠다.
아내와 함께 간단히 저녁을 먹고 볼링장으로 향했다. 불과 한 달 전, 같은 시간에 출발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하늘빛이 눈에 들어왔다. 해가 점점 길어지고 있었다. 매일 지나던 길이었지만, 낯설 만큼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낮이 길어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계절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아내는 볼링을 치고 난 휴게실에서 자리를 잡고 책을 읽었다. 그리고 들어갈 때와는 전혀 다른 하늘 빛을 보며 집으로 돌아왔다.
일기를 정리하고 막내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