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결론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결국 독서의 힘이 아닐까.
금주 72일째, 막내의 늦은 귀가로 인해 취침부터 기상까지 계획이 좀 조정되었다. 30분 정도 늦은 아침의 모습은 다른 풍경을 보여주었다.
지난밤 추위에 홀로 일하던 달빛도 야간 근무를 하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차들과 함께 퇴근을 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동녘의 저편에서 교대한 밝은 해가 붉은 얼굴로 출근하며 나를 반기고 있었다.(많이 어설프다....)
오늘도 정신없는 아침을 보내고 책상에 앉았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행위가 아니라, 사고의 틀을 넓히고 자신만의 관점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나는 지난 1년간 약 100권의 책을 읽었지만, 돌이켜보면 ‘돈’과 경제에 대한 책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주로 자기계발, 철학, 인문학, 문학, 소설,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를 탐독하며 내면을 채우는 데 집중했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혹시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독서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경제는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주제다. 하지만 나는 그 중요성을 알면서도 깊이 있는 탐구를 해본 적이 없었다. 돈을 벌고, 관리하고, 나아가 부를 형성하는 과정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와 경제 시스템을 이해하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 그런데도 나는 지금껏 경제를 금전적인 영역으로 만 인식하며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우연히 교보문고 경제 코너에서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라는 책을 발견했다. 경제학 개론서나 흔한 재테크 서적이 아니라, 경제 구조와 부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분석하는 책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단순히 ‘돈을 버는 기술’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경제 시스템이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그 안에서 개인은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탐구하는 책. 바로 내가 원하던 것이었다.
책을 고를 때는 순간적인 호기심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때로는 그 선택이 우리의 사고방식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 책이 나에게 경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줄 수 있을까? 책을 넘기기 전, 나는 그런 기대를 품고 있었다.
책의 자세한 줄거리와 내용은 “마부자의 책방”에서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 화폐 시스템을 통한 .. : 네이버블로그
책을 읽고 나면 때때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특히, 어떤 책이 내 사고방식과 충돌할 때 그렇다.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를 읽으며 나 역시 그런 감정을 느꼈다. 이 책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일기에 적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어제 문득 떠올린 스승 에머슨의 충고가 떠오른다. “책을 쓴 사람의 입장을 억지로 이해하려고 하지 마라.” 그 조언을 되새기며 책을 읽었지만, 저자들의 다소 편향된 주장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거리감을 둘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 책이 불온서적이거나 질 낮은 내용을 담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경제정책에 대한 그들의 주장이 지나치게 단순화되어 있다는 점이 거슬렸다.
시장의 논리를 흑과 백으로만 나누려는 태도, 그리고 그것을 절대적인 진리처럼 이야기하는 방식이 아쉬웠다.
이 책의 핵심 논지는 분명했다. “국가의 시장 개입은 타당한가?”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저자들은 오스트리아 경제학을 내세웠다.
그들의 논리는 명쾌했다.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화폐 시스템이 시장 경제를 망친다.” 우리는 국가가 돈을 찍어내고, 그 과정에서 생긴 부채를 국민의 세금으로 메우는 시스템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 부채를 만든 정치인들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새로운 정치인들이 또다시 돈을 찍어낸다. 빚으로 빚을 갚는 악순환. 듣고 보면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다.
나는 책을 읽으며 깊이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고, 집중해서 읽었다. 플래그를 20개쯤 붙였고,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으며 페이지를 넘겼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저자들의 논점은 점점 흐려졌다. 논리적 토대를 쌓기보다는, 마치 신념을 설파하는 듯한 태도로 일방적인 주장을 펼쳤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솔직히 *"우긴다"*는 표현을 쓰고 싶을 정도였다.
책을 읽고 난 지금, 나는 여전히 국가의 경제 개입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어떤 사안이든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질 때 균형이 깨진다는 사실이다. 경제학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현실을 반영하는 학문이다.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그들이 말한 “오스트리아 경제학”이 과연 무엇일까? 검색을 해보았다. 혹시 일기를 보시는 분들도 저와 함께 경제공부 잠시 하고 가시면 좋을 듯해서 적어 봅니다. (출처:챗GPT)
오스트리아 경제학파는 시장 경제와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경제학파로, 국가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통해 경제가 조정된다고 믿습니다. 이 학파는 19세기 후반 오스트리아에서 시작되었으며, 대표적인 경제학자로는 카를 멩거, 루트비히 폰 미제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머리 로스바드 등이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경제학의 주요 개념
1. 개인주의와 주관주의 경제 활동의 기본 단위는 개인이며, 모든 경제적 가치는 개인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고 주장합니다. 가격, 재화의 가치 등은 개인의 선호에 따라 달라지며, 중앙집권적 계획으로 조정할 수 없다고 봅니다.
2. 자유시장과 정부 개입 반대 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자연스러운 조정 과정을 통해 균형을 이루며, 정부 개입은 이러한 조정을 방해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예: 돈을 찍어내는 것)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경제를 왜곡한다고 비판합니다.
3. 통화 이론과 경기 변동 이론 오스트리아 학파는 신용 팽창이 경기 변동의 주요 원인이라고 봅니다. 중앙은행이 낮은 금리로 돈을 공급하면 기업과 소비자가 무분별하게 대출을 받게 되고, 결국 거품이 터지면서 경제 위기가 발생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케인스주의 경제 정책(정부 지출 확대, 통화 공급 증가 등)을 강하게 반대합니다.
4. 소유권과 자발적 교환의 중요성 자유로운 거래가 이루어질 때 경제가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한다고 주장합니다. 정부의 재분배 정책(예: 세금 증가, 복지 확대)은 경제 효율성을 해치며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봅니다.
위에서 보듯 저자들의 의견은 명확했다. 작은 정부 즉, 시장은 개인들간의 자유로운 거래를 통해 활성화 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부 손해는 불가피 하지만 결국 시장은 순리대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 정부 또는 국가가 공적 자금으로 개입을 하는 순간 균형이 무너진다는 이론이었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는 이론이었다. 그러면 궁금한 것은 왜 난 이 이론을 처음 들어보느냐는 것이었다. 저자들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 것이 바로 이 책의 아쉬운 점이었다. 대안으로 제시하는 논리가 좀 빈약하다는 것이다. 논리가 빈약하기 보다는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역사에서 만약이란 단어를 절대로 쓸 수 없지만 만약 화폐 시스템이 없는 현물거래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면 또는 화폐가 유통되지 얼마 되지 않은 시대라면 저자들의 경제논리는 충분히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미 화폐가 전 세계의 통용된 시점에서 저자들이 말하는 “오스트리아 경제학”의 논리는 내게 체감적으로 가깝게 다가오지 못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오스트리아 경제학”이 아니라면 대체 다른 나라들은 어떤 경제이론에 기반한 경제정책을 펼치고 있을까? 하는 것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찾아보았다. 이 또한 경제공부차원에서 알아 두시면 좋을 듯 하다.
케인스 경제학의 핵심 개념
케인스 경제학은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대공황(1929)을 분석하며 개발한 이론입니다. 오스트리아 학파와는 반대로, 시장에 맡기면 오히려 경제가 망가질 수 있으므로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1. 정부 지출 확대 (적극적 재정 정책)
불황이 오면 기업과 소비자들이 돈을 쓰지 않으면서 경제가 더욱 침체됩니다.
이때 정부가 돈을 풀고, 공공사업(도로, 건설 등)에 투자하면 일자리가 생기고 소비가 늘어나면서 경기가 살아난다고 봅니다.
대표적인 사례: 미국 뉴딜 정책 (1930년대)
2. 적극적인 통화정책 (돈을 찍어내서 경기 부양)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낮추거나, 화폐를 더 찍어내면 사람들이 대출을 늘리고 소비가 증가합니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적극적인 금리 조정과 화폐 공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대표적인 사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 연준(Fed)의 양적완화 정책(QE)
3. 단기적 경기 부양 우선 (장기적 문제는 나중에 해결)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 모두 죽는다"라는 케인스의 유명한 말처럼, 경제 위기가 오면 정부가 빚을 내서라도 당장 경제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오스트리아 학파는 "빚을 많이 지면 결국 문제가 커진다"라고 반대하지만, 케인스주의는 "경기를 살려놓고 나중에 해결하면 된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나라들은 케인스 경제학을 바탕으로 경제정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학파의 주장(작은 정부, 통화정책 개입 축소)도 일부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출처: 챗GPT)
이 두 이론의 핵심을 정리하면
l 오스트리아 경제학: "시장은 스스로 조정되므로 정부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
l 케인스 경제학: "시장만 믿으면 위기에 빠지므로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
책을 덮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역시 경제학은 어렵다." 철학이 인간의 존재와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학문이라면, 경제학은 그 질문을 현실 속에서 풀어가는 학문 같다. 어쩌면 경제학이 철학보다 더 깊은 사유를 요구하는 분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이 책을 읽은 것이 후회되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나와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 책이 틀렸다고 단정 짓고 싶지도 않다. 오히려 이 책은 나에게 새로운 사고의 틀을 제공했다.
기존에 막연하게 받아들이던 경제 시스템에 대해 다시 한번 질문하게 만들었고, 내 경제관념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때때로 나와 다른 시각을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 시각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때론 강한 반론을 던지고 싶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내가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된다는 점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경제학이라는 거대한 숲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보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경제 시스템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각을 접했고, 그 시각이 내게 주는 불편함조차도 의미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동의하지 않는 주장이라도 끝까지 읽어보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나만의 결론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결국 독서의 힘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책의 장점은 어려운 경제학을 쉽게 설명을 해서 빠르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어렵게 생각해서 어려웠던 것이지 절대로 책의 내용이 어렵지는 않다는 사실을 참고해주시길 바란다.
책을 읽고 늘 그렇듯 페달을 밟았다. 그리고 영상을 시청했다. 나발 라비칸트의 <부와 행복의 원칙>이란 책의 내용이었다. 일단 책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리고 오늘 땀흘리며 기억나는 부분을 적어본다.
“나는 하루에 1~2시간 정도 책을 읽는데
그 정도만 해도 전 세계에서 상위 0.0001%에 속한다고 한다.
나는 확신한다.
내가 이렇게 물질적인 성공을 거두고 행복을 느끼는
단 하나의 이유를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독서”라고 말할 수 있다.”
하와이 대저택- 나발 라비칸트의 <부와 행복의 원칙> 중에서
운동을 마치고 시원한 샤워를 한 뒤, 집을 정리하고 블랙커피 한 잔을 들고 책상에 앉았다.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결론은 단순했다. "지금 나를 의심하지 말자. 독서하자!" 흔들릴 때마다 복잡한 고민을 하기보다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답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저녁을 먹고 소파에 앉아 아내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회사 업무에 대한 짧은 대화를 마친 후, 우리는 아내가 좋아하는 볼링 경기를 함께 시청했다. 경북 울진에서 2025년 첫 대회가 열리고 있었고, 오늘은 남녀 예선전이 끝나고 내일 결승전이 열린다고 했다.
아내가 응원하는 여성 선수는 아쉽게도 예선 탈락을 했지만, 남자 선수 중 한 명이 4강에 진출해 내일 결승전을 치른다고 한다. 본선 마지막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아내는 마치 본인이 직접 경기에 출전한 듯 긴장한 얼굴로 경기를 지켜봤다. 그 몰입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렇게까지 누군가를 응원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했다.
아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바라며, 나는 조용히 서재로 들어왔다. 책상에 앉아 하루를 마무리하며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지금 해야 할 일을 하자. 그리고 나를 의심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