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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고명환작가 삶을 살아가는
존재감 자체를 가진 그

소통교육원을 통해 고명환 작가의 강연을 들었다.

by 마부자


금주 90일째, “끌어당김의 법칙”이라는 문장은, 작가 론다 번의 <시크릿>이라는 책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간 말이다. 한때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입에 올렸다. 그리고 나 역시 그 중 하나였다. “정말 간절히 원하고 바라면 이루어진다.”


이 문장은 얼핏 들으면 단순한 자기암시 같기도 하고, 깊이 들여다보면 종교적인 메시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시크릿>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는 마법의 공식처럼 사람들에게 붐이 일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시절 나는 “신이여 우주여 영혼들이여…” 이 문장을 거의 주문처럼 달고 다녔다. 언제 어디서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마치 그렇게만 하면 정말로 무언가가, 누군가가, 혹은 어떤 미래가 내 앞에 나타나 줄 것만 같았다.


그동안 나는 책을 읽다가 문득문득, 끌어당김의 법칙이 삶에 어떻게 스며드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내가 오늘 이야기의 시작부터 끌어당김의 법칙을 꺼내 드는 이유는 그 법칙이 또 한 번 아주 선명하게, 그리고 실제처럼 내 삶에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지난주, 정확히는 3월 19일. 나는 평소처럼 일기를 쓰고 있었다. 그 날도 특별할 것 없던 하루였고, 감정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내 마음을 내려놓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정말 아무 의도도 없이 네이버 메인 페이지를 스치던 중 광고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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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고명환 대구 무료강연.” 그 광고 이미지 속 문장은 단순했지만, 내 안에서는 순식간에 여러 감정이 얽혔다. ‘고명환 in 대구’라는 문장이 먼저 눈을 사로잡았고, 순간적으로 놀라움이 밀려왔다. 정말? 고명환이 대구에 온다고?


하지만 그다음 줄, ‘무료 강연’이라는 문장을 보자마자 고개를 갸웃하게 됐다. 유명 강사이자 작가인 고명환이 무료로 강연을 한다고? 솔직히 말해, 그 문장에서 나는 실망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이건 분명히 미끼 광고다. 그럴싸하게 사람들을 끌어모은 다음, 결국 뭔가를 팔겠지. “무료 강연”이라는 말 뒤에 숨겨진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무언가를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조건이 있을 것이고, 그 조건이 결국엔 나를 불편하게 만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광고를 보는 방식은 대개 이렇다. 늘 반신반의하면서, 대부분은 클릭조차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광고만큼은 달랐다. 내가 무언가를 의심하고 있음에도, 그 의심을 뚫고 들어오는 묘한 감정이 있었다. 늘 그렇듯 광고를 스킵할 수도 있었는데, 이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물론 나중에 이 생각이 조금 더 이성적으로 정리되면서 내가 최근 책에 관심을 가지고 네이버에 관련 검색을 많이 했고, 그 덕분에 AI 알고리즘이 나의 취향에 맞춰 이 광고를 노출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중에 든 생각’일 뿐이었다.

그 순간의 느낌은, 분명히 그것과는 조금 다른 종류였다.


광고를 본 직후, 약 30초간 내 머릿속은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광고니까 절대 클릭하지 말아야 한다고 소리치는 이성과 “한 번 보고 마는 건데, 뭐 어때”라며 나지막하게 유혹하는 감정 사이에서 오른손 검지손가락은 어찌할 바를 몰라 망설이고 있었다. 단순한 클릭 하나를 두고 이렇게까지 마음이 분주했던 적이 있었던가.


그런데 그 순간, 화면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고명환 작가가 나를 조용히 불러주는 듯한 느낌. 그 순간 나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클릭’이라는 결정을 해버렸다.


그리고 접속된 그 첫 화면에서 나는 의외로 적잖이 놀랐다. 화려하거나 부담스러운 장치가 있을 줄 알았는데 너무도 단순하고 간결한 구조의 페이지가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상단에는 여러 강사들의 사진이 나란히 있었고, 그 아래에는 날짜별로 정리된 강연 일정이 있었다.

어떤 강사의 사진을 클릭하면 바로 신청 페이지로 넘어가는 구조였고, 거기엔 불필요한 설명도, 장황한 소개도 없었다.


나는 ‘대구 신청하기’를 눌렀다. 짧은 작가 소개가 나왔고, 일정에 맞춰 ‘예매 신청하기’를 누르면 그걸로 정말 ‘끝’이었다. 너무나도 간단하고 명료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마지막 문구였다.


참가비 “무료.”


너무도 간단해서, 오히려 더 의심스러운 그런 과정이었다. 정말 이게 끝인가? 하는 생각이 자꾸 맴돌았다. 고명환 작가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 간소한 절차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를 단지 옛날 개그맨으로 기억하는 이들도 분명 많겠지만 책을 즐겨 읽는 사람들에게 고명환이라는 이름은 성공한 사업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쉽게 만나기 어려운 존재다.자기계발서부터 작년 올해의 작가상을 받은 그는 진심 어린 글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일으켜 세우는 그는 요즘 독서계의 핫 아이콘이었다.


그런 사람이, 이렇게 허무할 만큼 간단하게 ‘신청하세요’라고 말한다니 너무 의심스러울 만큼 조건이 없는 구조였지만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신청하기’를 눌렀다. 그 다음 단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딱 세 가지 정보만을 요구했다.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그리고 그걸로 모든 과정이 끝이었다.


게다가, 동반자 1인까지 등록 가능했다. 그리고 그 것마저 도 “무료.”


어떤 광고도, 어떤 판매 조건도 없었다. 이건 그저 마음만 있다면, 함께 오라는 이야기였다. 이건 누가 봐도 광고다. 아니, 사기다.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무리 단순하고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어도 아무 대가도 없이 사람들을 모은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머릿속으로는 여러 생각이 휘몰아치고 있음에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손가락은 이미 ‘신청하기’를 클릭해버리고 있었다. 순간의 감정, 어쩌면 직감 같은 것이 이성을 앞질렀던 것이다.


그리고 곧, 나름대로 합리화를 시작했다. “홈쇼핑 같은 구조겠지.” 일단 신청을 하면 전화를 걸어와 무언가를 설명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물건을 추천하거나, 어떤 조건이 있어야 참석할 수 있다는 말을 할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 경험은 이전에도 익숙하게 겪었던 것들이니까.

그래서 별 기대 없이 신청한 사실조차 잊고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주 24일 월요일 카톡메신저로 연락이 왔다.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3월 29일 오전 대구엑스코 00호실에서 뵙겠습니다. 끝!” 그리고 연락이 없다.


대체 이 소통교육원이라는 곳이 뭐하는 곳이지 순간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순부터 폭풍검색을 해보았다.


혹시 공짜라고 좋다고 갔다가 어디 새우잡이라도 끌려가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혹시 교육장에 가둬놓고 옥장판이나 물건을 구매하지 않으면 절대 빠져나오지 못하는 그런 곳에서 하루 종일 붙들려 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을 도저히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믿을 수 있는 것은 네이버 메인 광고에 고명환작가의 사진 뿐….


검색창에 “소통교육원”이라는 단어를 입력했을 때, 예상보다 많은 블로그 글이 눈에 띄었다.

그 중에서도 “고명환 작가 강연 후기”라는 문장들이 유난히 자주 보였다.


의심 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몇몇 글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제야 조금은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정말 고명환 작가를 직접 봤다고 말하고 있었다. 강연장에 와서, 무대 위에서, 그의 목소리로 이야기했다는 것. 사진도 있었고, 실감나는 감상도 덧붙여져 있었다.


다만, 그 전제 조건으로 강연에 앞서 약 1시간 정도는 ‘후원 업체’의 광고 시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공짜에는 이유가 있고, 그 나름의 방식으로 운영되는 구조가 있다는 걸 이해하는 순간 오히려 무언가에 대한 정리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마음이 어느 정도 정돈된 듯했지만 어젯밤 나는 좀처럼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명환 작가를 실제로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혹은 마음 어딘가엔 여전히 남아 있는 ‘낯선 장소에 끌려가 하루 종일 이상한 광고만 듣다가 결국 옥장판을 결제하고 나오는 건 아닐까’ 하는 어이없지만 도무지 떨쳐낼 수 없는 두려움 때문인지 그건 나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당일인 오늘 아침까지 나는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있었다.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이 모든 상황이 현실이 되어 혹시라도 이상한 일에 휘말린 것처럼 보일까 봐. 사실, 딱 한 사람에게는 조용히 털어놓았다.


괜히 어설프게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이라도 했다가 결국 나중에


“그거 사기였잖아”

“그렇게 쉽게 믿다니 넌 참…”

이런 말을 듣고 부끄러움과 후회를 감당해야 하니까.


그리고 오늘 아침, 드디어 그 날이 찾아왔다. 내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던 이 모든 감정들의 중심. 그 시간이, 그 장소가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장소는 대구 엑스코.

시간은 오전 10시.


아내도 흔쾌히 함께 가겠다고 했다. 그 한마디에 나는 예상보다 더 큰 안도를 느꼈다. 혼자였다면 어쩌면 망설였을 수도 있는 이 낯선 일정에 서로의 옆자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조금은 더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아침 일찍 현관문을 열고 집을 나섰다. 아파트 입구에서 내가 품고 있던 감정의 태풍 만큼이나 강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의심과 기대, 두려움과 설렘이 한데 뒤섞인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고명환 작가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는 묘하게 나를 끌어당겼다.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에 만개한 벚꽃이 시야에 들어왔다. 햇살은 유난히 따스했고 그 순간만큼은 묘하게 모든 게 괜찮을 것만 같았다.

불안이라는 이름의 긴장과, 설렘이라는 이름의 기대를 동시에 느끼면 드디어 도착한 대구 엑스코. 강연장으로 올라가자마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풍경은, 며칠 전 블로그 후기에서 보았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사진과 똑같은 배치, 똑같은 무대, 그 것만으로도 나는 마음 깊이 안도할 수 있었다.


이 강연까지의 긴 여정을 너무 길게 이야기한 이유는 단 하나다. 블로그를 아무리 뒤져봐도 ‘처음부터 끝까지’ 이 과정을 차분하게 알려주는 글은 없었다.


신청 버튼을 누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마음의 충돌이 있었는지 그 이후의 불안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에 대해 자세히 말해준 이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나와 같은 누군가가 불필요한 불안 속에서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긴 사전 설명을 담아본다. 누군가에겐 지나치게 조심스럽고, 어쩌면 소심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겐 분명히 꼭 필요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통교육원”이 뭐하는 곳이냐?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단 사기나 광고를 미끼로 사람을 유인하는 곳은 아니라는 것이다.

혹시 갈까 말까 나 같은 고민하시는 분들은 본인이 팔랑귀만 아니시라면 편하게 다녀오셔도 될 듯 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행사는 ‘보람상조’의 홍보 마케팅의 일부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독립적인 강연은 아니었다. 전체 일정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로 구성되어 있었고, 그 중 첫 한 시간은 보람상조 본부장이라는 분이 나와 회사에 대한 소개와 상조 상품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다시 한 번 떠올랐다. 고명환 작가의 이름이 전면에 내세워졌지만, 그 이면에는 보람상조의 후원이 있었고 결국 이 행사는 그 마케팅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실망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홍보의 방식이 아주 의외였기 때문이다. 절대 강요가 없었고, 불편하게 끌고 가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오히려 본부장의 설명 시간은 마치 가벼운 레크리에이션 같았다.

중간중간 퀴즈를 내기도 했고 선물을 나눠주는 시간도 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아내가 퀴즈를 맞춰 스타벅스 상품권을 한 장 받아 들고 활짝 웃었다.


사람들이 함께 웃고, 박수를 치고, 큰 부담 없이 광고를 듣는 분위기였다. 그게 이 시간의 분위기를 정의하는 가장 솔직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상조 상품에 대한 관심이 없을 수도 있고 광고라는 사실 자체가 거슬릴 수도 있지만 이날만큼은, 그마저도 유쾌하게 지나갈 수 있었다.


그날 강연장에는 대략 150여 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었고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그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실제로 신청을 했다는 사실이었다. 분위기에 휩쓸렸다고 하기엔, 사람들의 표정은 꽤나 진지했고 설명에 귀 기울이는 태도 역시 진중했다.


솔직히 말하면 본부장이라는 분은 그저 홍보를 하러 나온 사람이 아니라 분명히 뛰어난 마케팅 감각과 언변을 지닌 능숙한 ‘무대 위의 전문가’였다. 사람들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유머와 타이밍, 정보를 자연스럽게 흡수시키는 구성력까지 그 또한 오늘 강연의 한사람으로써 충분히 많을 것을 느끼게 하기 충분한 프로였다.


나도 모르게, 귀가 펄럭펄럭 움직였다. 정말 종이 한 장만 더 넘어가면 그 신청서에 싸인을 할 뻔했다. 그 본부장의 말과 전달 방식이 결코 얕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순한 ‘판매’가 아니라 어떻게 든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내려는 진심 섞인 ‘설득’의 기술을 배웠다.


한 시간에 걸친 광고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그 순간이 찾아왔다. 무대 조명이 살짝 바뀌고, 진행자의 목소리가 고명환 작가의 이름을 부르자 무대 뒤에서 고명환 작가가 환하게 웃으며 뛰어나왔다. 그 순간, 나는 멍하니 박수를 치고 있었다.


책과 영상 속에서만 바라보던 그가, 내 눈앞에서 나 만을 바라보며 말하고 있는 것 같은 묘한 감정으로 다가왔다. 그를 만났다는 뿌듯함, 진짜로 이 자리에 와서 이 순간을 보고 있다는 실감 그리고 정말 사기는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까지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와 마음을 꽉 채웠다.


그렇게 시작된 고명환 작가와의 만남은 약 1시간 30분 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강연이 끝나고 우리는 무사히 강연장을 빠져나왔다. 별일 없었다. 어떤 강요도 억지스러운 마무리도 없었다. 정말, 예상 밖으로 평온하고 담백하게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여기서 일기를 끝내면, 아마 읽는 분들 중엔 “그래, 그 많은 이야기를 하더니 결국 그냥 강연 보고 왔다는 말이잖아” 하고 허무해할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강연에서 내가 느꼈던 소감을 짧게 적어본다.


너무 길게는 쓰지 않겠다. 왜냐하면 그 현장에서 내가 느꼈던 설렘과 울림은 정말 글로 다 담아내기 어려울 만큼 선명하고도 묵직했기 때문이다. 아직 내 필력으로는 그 감정을 온전히 옮기기엔 부족함을 안다.

그러나 이 사실을 간단히 입증할 만한 증거가 하나 있다. 강연도중 아내가 혹시 심심해 할까봐 보았더니 아내가 작가의 강연을 메모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저, 그 순간의 나와 아내에게 고명환 작가는 ‘어디에나 있지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어른’ 같았고, 그 어른이 내 눈앞에서 자신의 언어로 삶을 이야기해준 시간은 분명히, 내 안 어딘가를 따뜻하게 바꾸고 있었다.


무대 위의 고명환 작가를 마주한 순간, 가장 먼저 다가온 감정은 ‘열정’이었다. 그는 말 그대로 에너지 그 자체였다. 1시간 30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흐트러짐 없이 시종일관 미소를 머금은 채 무대를 누볐다.


가만히 서서 이야기하는 형식적인 강연이 아니었다. 무대의 한쪽 끝에서 다른 끝으로, 끊임없이 움직이며 관객들과 눈을 마주치고 때로는 질문을 던지고, 때로는 유쾌한 농담으로 긴장을 풀어줬다.


누군가는 그를 보고 “말 잘한다”라고 표현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것보다 더 깊은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는 그 자리에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을 전하고 있었다. 물 한 모금 마시지도 않고 단 한 번도 주춤하거나 지치는 기색 없이 계속해서 긍정의 메시지를 던지는 모습에서 나는 묵직한 감동을 느꼈다.


그를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무대에 선 게 아니구나.” 그의 말 한마디, 손짓 하나, 표정 모두에서 느껴진 건 ‘일’이라는 기계적인 목적이 아니라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진심을 다해 나누고 싶은 마음’이었다.


단순히 전하려는 것이 아니라 온 마음을 다해 사람들 속으로 뛰어드는 그의 모습은 그 어떤 마케팅의 기술보다도 강한 울림을 주었다. 그건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었다.


열정 그 자체로 무대를 살아내는, 한 사람의 생생한 존재감이었다.

복장은 수수했다. 깔끔한 셔츠나 정장이 아닌 편안한 옷차림에 운동화에 마치 동네 마트 앞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을 법한 익숙한 동네 아저씨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편안함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정은 마치 전설처럼 들리는 ‘스티브 잡스’가 우리 눈앞에 다시 나타난 듯한 느낌마저 주었다.


오늘의 고명환 작가는 세상을 바꾸는 방식이 꼭 거대한 기술이나 자본이 아닌 진심을 담은 말 한마디, 따뜻한 눈빛, 그리고 그 말을 던지는 용기에서 비롯된다는 걸 그저 ‘보여준’ 것이 아니라 ‘증명’해보였다.


오늘 나는 한 명의 작가를 만난 것이 아니라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갖는 가장 강한 에너지를 목격했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아직도 내 안에 잔잔한 파장처럼 남아 있다.


물론, 고명환 작가는 보람상조로부터 후원을 받는다. 그는 스스로의 이름과 강연을 매개로 기업과 협력하고 그 협력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방식으로 무대를 확장하고 있었다. 그건 누가 봐도 명확한 구조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내가 본 이 강연은 단 한순간도 ‘후원 강연’이라는 사실 때문에 퀄리티가 떨어지거나 무료라는 이유로 가볍게 느껴지는 일이 없었다.


오히려 그 어떤 유료 강연보다 더 밀도 있었고 더 진심이 느껴졌고 무엇보다 ‘후회하지 않을 경험’이라는 확신이 강하게 남았다.


강연이 끝난 뒤 그 자리에 온 모든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일일이 사인을 해주었고 사진을 요청하는 사람들에게는 함께 사진을 찍어주었다.

그 모습은 ‘연예인’이라기보다 진짜 사람을 만나는 ‘작가’였고 진심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가는 사람들을 향한 배려하는 ‘어른’이었다.



강연을 마치고 아내에게 물었다.

“강연은 어떻게 괜찮았어?

아내가 말했다. “지루하지 않고 좋았어, 전문가 답더라.”


고명환 작가가 누구인지조차 잘 몰랐던 아내가 “1시간 30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고 말했을 때 나는 속으로 조용히 웃었다. 오늘의 이 강연은, 나에게는 설렘이고 경험이었지만 아내에게는 어쩌면 작은 ‘데이트’였다. 그녀의 눈빛에서 피곤함보다는 생기가 느껴졌고 그 사실만으로도 오늘의 하루는 우리 둘만의 성공적인 하루였다.


강연장에서 내가 받은 열정과 에너지를 모두 글로 담아낼 수는 없다. 단순히 단어의 조합으로는 그 현장의 공기와 흐름, 그의 눈빛과 목소리 그리고 관객들과 주고받은 온기까지는 결코 다 전달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오늘 고명환 작가가 했던 말 중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것 같은 몇 문장을 남겨본다.


“사람은 자기가 깨달았을 때 변한다.
그 깨달음은 독서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책에서 똑같은 소리를 한다며 믿지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많은 자기계발서나 자기계발자들이 말하는
그 뻔한 진리가 ‘바로 위대한 진리’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고명환


나는 한동안 하와이 대저택에서 촬영된 ‘하대작가와 고명환 작가’의 하고만다 시리즈 영상을 보며 언젠가 꼭, 그의 강연을 직접 들어보고 싶다는 바람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대구가 아니어도 된다, 어디든 기회만 된다면 꼭 한 번 가보자’는 다짐도 마음 한 구석에 조용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바램이 어쩌면 스쳐 지나갔을 수도 있는 네이버의 한 편 광고를 멈춰 서게 했고 그 멈춤이 오늘 이 만남으로 이어졌다. 그건 우연처럼 보였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분명히 ‘끌어당김’이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내 꿈을 향해 가고 있는 지금 이 길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한동안 마음속 어딘가에서 조용히 퍼지고 있던 의심과 지침의 그림자가 오늘 이 하루, 그 무대 위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이 모든 감동과 확신과 울림을 얻는 데 그 어떤 비용도 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딱 하나, 내가 그 광고에 눈길을 주고 조심스레 손가락을 클릭한 ‘관심’ 하나.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 번 믿게 된다. “끌어당김의 법칙”


정말 간절히 바라고, 마음속 깊이 품으면 세상은 아주 우연처럼 보이는 방식으로 그 마음을 이끌어 준다는 사실을 나는 오늘, 그걸 직접 경험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내 안에 고여 있는 감정을 어떻게든 놓치지 않고 담고 싶었다. 오늘의 이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그 흐름을 기억해두고 싶었다. 그래서 다른 감정들은 오늘만큼은 하루 미루기로 했다. 지금 이 감정이 너무도 선명하고 다른 감정들이 들어설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진짜는, 말이 적고 과정도 단순하다.


나는 오늘, 그 단순하고 조용한 진짜를 처음으로 아주 깊게, 마음속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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