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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부를 위한 추진의 힘,
행복을 위한 멈춤의 힘

by 마부자 Mar 29. 2025


금주 89일째. 다행히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온 듯, 오늘 아침은 가볍게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한동안 이어졌던 감기로 인해 미묘한 불균형이 어제와 오늘 사이 어딘가에서 조용히 풀린 것 같았다.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장대비는 아니더라도, 가랑비라도. 하지만 어제 저녁 이후, 하늘은 단단하게 닫혀 열리지 않는 듯했다. 그래서 나는 명상을 하며 하늘을 향해 조용히 기도했다. 제발, 비가 내려달라고 이슬비도 가랑비도 좋으니 땅에 스며들면 좋겠다고 출근 준비를 마치고 뉴스를 켰다.


다행히도 산불의 진화율이 90%를 넘어섰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아내와 나는 동시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만큼은 둘 다 같은 마음이었다. 아내는 그렇게 조용히 출근길로 나섰고, 나는 책상 앞에 앉아 고요하게 하루를 맞았다.


에릭 조겐슨의 <나발 라비칸트의 부와 행복의 원칙>에 대해 자세한 책의 내용과 객관적인 서평은 책방에 차분히 정리해두었다. 하지만 오늘 이 글에는 그보다 조금 더 내밀한, 주관적인 생각을 적어보려 한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든 궁금증은 이것이었다. 왜 나발 라비칸트(이하 나발)는 직접 책을 쓰지 않았을까? 왜 굳이 에릭 조겐슨(이하 에릭)이라는 저자의 이름으로 이 책이 출간되었을까? 그 궁금증의 해답을 찾는데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챗GPT를 통해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그 과정도 나름 흥미로웠다. 나발은 스스로 책을 쓰는 방식보다, 자신의 수많은 인터뷰와 트윗, 팟캐스트에서 실시간으로 대화를 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그리고 나발은 자신의 이런 대화를 유료라는 컨텐츠로 제작해서 이익을 얻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나발의 독자이며 팬인 에릭이 나발의 깊은 철학적 사유와 독자들에게 전해준 진심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설득하였다고 한다. 이에 나발은 책의 발간과 별도로 문서는 무료로 공유하는 등 이익을 최소화 하는 범위에서 승낙을 했다고 한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 다시 책장을 넘겨보니, 이 책은 단순한 자기계발서라기보다 하나의 철학적 메시지에 가까웠다. 단편적인 문장들 속에서 독자와 나눈 문장들이 생겨나고, 정제되지 않은 나발의 말들이 에릭의 손을 거치며 독자에게 다가올 수 있게 된 것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책의 내용보다, 책이 만들어지는 방식에서 더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나의 말'을 꼭 '내가' 쓰지 않아도 되는 시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그 사람의 정신을 애써 모아주고, 다듬어주고, 남겨야 하는 시대. 그 둘의 협업이, 책 한 권을 넘어 하나의 소통 방식처럼 느껴졌다.


나발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큰 성공'을 거둔 인물은 아니다. 물론 그 '성공'이라는 단어가 어디를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익숙하게 그리는 '큰 부를 이룬 기업가'의 전형은 아니다. (그래도 부자인 건 맞다.) 


실리콘밸리에서 투자전문 회사를 운영하는, 말하자면 조용히 시장의 흐름을 읽고 뒤에서 움직이는 큰손이랄까. 무엇보다 그가 이전에 책을 낸 경험이 없었다는 것도 인상 깊다. 단순히 생각하면, 그는 유튜버이자 블로거, 그리고 인플루언서였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자, 동시에 세상과 대화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나발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다름 아닌, 그의 소통 방식 때문이었다고 한다. SNS라는 무대를 통해, 그의 메시지는 단순한 '부를 얻는 방법'에 머물지 않았다. 나발이 던진 화두는 언제나 '행복'이라는 단어를 동반했다. 


부와 행복. 그의 철학은 기술적이면서 한편으론 몹시 인간적이었다. 그는 언제나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멈춰 서 있었고, 그 멈춤의 흔적이 곧 그의 말이 되었다.


부와 행복은 쉽게 생각하면 부자가 되니 행복할 것이라는 너무도 단순한 논리로 귀결된다. 그러나 부자는 모두 행복하지 않다는 것 또한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또한 에릭이 쓴 나발의 답변들을 보면 1장과 2장의 주요 원칙들은 각기 다른 대척점에 있다는 것이다.


부를 위해서는 자기계발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하며, 습관을 바꾸고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2장에서 완전히 다른 인물 즉, 철학자로 변신을 한다. 


"욕망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불행해지기로 자신과 맺은 계약이다"라는 말로 욕망은 진정한 삶에서 큰 의미가 없음을 주장한다. 그러니까 나발의 이 말을 잘못 이해하게 되면 "성공을 위해서 자기계발은 꾸준히 해야 하지만 욕망은 작게 가져라" 이런 의미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읽고 난 뒤 나발과 에릭의 생각을 100%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공감을 할 수 있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나발은 결국 삶을 두개의 축으로 나누어 설명한 것이 아닐까? 하나는 부를 위한 추진의 힘, 또 다른 하나는 행복을 위한 멈춤의 힘이다. 결국 이 두개의 축의 조화를 나발은 강조하고 있다. 


자기계발과 철학적 메시지는 모순처럼 보이지만, 이 둘이 함께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짜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행동과 존재, 야망과 자각, 성과와 수용이 서로를 배제하는 게 아니라,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책 위에 손을 얹고 잠시 나를 뒤돌아보는 시간. 난 오늘 <부와 행복의 원칙>을 통해 나의 선입견 하나를 또 지웠다. 물질적 개념인 부와 정신적 개념인 철학은 함께 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지워버린 것이다. 진정한 내면의 행복은 모든 물적 욕심을 내려놓아야만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런 나발의 틀에 박히지 않은 사유가 요즘세대들에겐 진정한 소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에 나발이 실리콘 밸리의 철학자로 알려진 이유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인생의 길잡이 하대작가 덕분에 오늘 난 더 성장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다행이 이틀간 약을 먹고 잠을 좀 일찍 잤더니 감기는 많이 호전되었다. 일주일의 마지막 금요일 목표 달성을 위해 간단한 웨이트를 하고 페달을 밟는다. 


오늘의 영상은 "하고 만다"를 다시 한번 시청을 하며 두 작가가 나누는 깊은 성찰이 담긴 대화를 유심히 관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저녁은 외식을 하기로 했다. 오늘도 막내의 선택은 단연 삼겹살이었다. 일주일의 피로를 고기로 회복하려는 막내의 식성은 변함이 없었고 오늘따라 그 고기를 집에서 직접 굽는 수고로움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외식으로 결정되었다. 


역시 막내는 예상했던 대로 오늘 돼지 한마리를 모두 먹어치울 기세로 시작을 했고 전에 예상했던 대로 정말 2kg을 해치웠다. 그리고 난 다시 한번 생각했다. 역시 고기는 소고기보다 돼지고기가 맛있다고...


내일은 중요한 약속이 있다. 정말 중요한 사람을 만나는 자리다. 기대가 되서 오늘 잠을 잘 수 있을지 모를 정도로 기대와 설렘을 가득안고 오늘은 하루를 일찍 마무리 하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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