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하는 번역가
자유형을 배우며 가장 먼저 호흡하는 쪽은 주로 오른쪽이 될 것이다. 초보 때는 호흡 방향이 왔다 갔다 하면 외려 더욱 헷갈리기에, 오른쪽으로 호흡 방향을 고정하는 것이 낫다고 할 수 있다. 인구의 다수가 오른손잡이이기에 당연한 듯이 오른쪽으로 호흡을 하는 것으로 주로 고정되지만, 수영 강사로 일할 적에 선배 선생님께서는 오른손잡이의 경우 오른쪽으로, 왼손잡이의 경우 왼쪽으로 호흡하도록 지도하라고 하셨다. 왼손잡이의 경우 왼쪽으로 호흡하는 것이 편하다는 것 자체를, 또 그렇기에 왼쪽 호흡을 가르치는 경우도 있다는 것 자체를 처음 알았기에 나는 작은 충격을 받았다. 그간 오른쪽으로만 호흡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도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초급 때는 호흡 방향을 고정한다는 데에 변함은 없다.
그러나 실력이 중급 이상이 되었을 경우에는, 점점 운동량이 늘어날 경우에는, 자유형 시 왠지 오른쪽(또는 왼쪽)으로만 호흡하는 것이 버거워진다. 왠지 모르게 고개를 오른쪽으로만 돌리니까 왼쪽 목이 뻣뻣한 듯도 하고, 무엇보다도 호흡하는 쪽의 어깨는 잘 열리기 마련이나 호흡하지 않는 쪽의 어깨는 닫힌 채로 하이엘보로 물을 잡다 보니 그쪽의 어깨가 점점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목 디스크가 있어서 오른쪽으로만 호흡하다 보니 목이 뻐근해지는 것 같아 독단적으로 왼쪽으로도 호흡하는 연습을 해 왔던 나는, 과도한 훈련으로 오른쪽 어깨를 다치면서 왼쪽 어깨만 써서 수영하면서—그 지경이 되어도 수영을 하러 가다니 운동 중독이라며 주위에서 걱정하기는 했다. 하지만 수영인이라면 다친 것보다 그래서 수영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때가 있지 않은가—반강제적으로 왼쪽 수영이 발달되게 되었다. 항상 오른손은 차렷한 채로 왼팔 자유형, 왼팔 배영, 왼팔 평영, 정면 보고 왼팔 접영, 왼팔 사이드턴, 왼팔로 데크를 짚고 물 밖으로 올라오기, 왼팔로 수영복 입기 등,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해내는 것처럼—왜 그렇게까지 매진했던지 지금은 모르겠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다—3주간 수영을 해내다 보니 점점 왼쪽 호흡과 오른쪽 호흡이 동일한 수준으로 편해졌다.
최근에 방문한 수영 모임에서는 선수 출신 선생님의 지도하에 좌우 밸런스를 맞추는 데 집중해 훈련을 했다. 이에 왼팔 자유형, 왼팔 배영을 넘어 왼팔 IM(Individual Medley; 개인 혼영의 약자로, 접영-배영-평영-자유형 순으로 헤엄치는 것), 오른팔 IM 등 한쪽 팔만 사용해서 모든 영법을 해내는 훈련을 했다. 오랜만에 왼쪽 훈련을 하게 되어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아, 그때 오른팔이 아파서 왼팔로 수영한다고 고생깨나 했었지—...(다시 말하지만, 아무도 그러라고 시키지 않았다). 아무래도 익숙한 쪽으로 호흡하다 보니, 다들 왼쪽 호흡을 어색해하는 모양이었지만, 그래도 이 훈련은 좌우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 필수적인 프로그램들로 구성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준비하며 주동근과 길항근의 개념을 배웠더랬다. 주동근은 주로 움직이는 근육이고, 길항근은 주동근에 반대되는 힘을 내는 근육이다. 일례로 우리가 손으로 물건을 집어 들어 올릴 때, 팔을 구부리는 근육이 주동근이라고 한다면, 팔이 지나치게 구부러지지 않도록 반대쪽에서 버텨 주는 근육이 길항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떤 일이 되었든 중용이 중요하듯이, 팔을 구부릴 때 그저 팔을 구부리는 힘만 있다면 원하는 만큼 적절한 각도로 팔을 구부릴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만큼 반대되는 힘 역시도 적절한 비율로 발달시키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오른쪽 호흡을 많이 했다면 왼쪽 호흡도 훈련해 보고, 상체 훈련을 많이 했다면 하체 훈련도 해 보는 등, 언제나 균형을 맞춰야 내가 원하는 길을 갈 수가 있는 것이렷다. 마찬가지로 주동근인 일을 힘내서 했다면 취미라는 길항근도 길러 주고, 때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길항근과 주동근 모두 쉬어주기도 하고. 그렇게 밀고 당기기의 비율을 맞춤으로써 우리는 삶의 균형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겠다.
10화를 맞이한 《번역가의 수영 일지 II》는 1달간의 재정비 기간을 가진 뒤 2025년 5월 29일 목요일 오전 11시에 《번역가의 수영 일지 III》로 돌아오겠습니다. 따스한 봄날을 만끽하시기를 바라면서, 초여름의 초입에서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