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하며 번역하며
"올라갈래요?"
월초에 어김없이 마스터반으로 올라갈 거냐는 선생님의 물음에 열심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니요. 그러자 옆의 회원님이 왜 안 올라가시냐고 묻는다. 힘든 게 싫어요... 하고 대답하자, 저희야 앞에서 물살을 갈라 주시니까 뒤에서 좋아요, 하고 너스레가 돌아온다. 선생님께서도 올라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하라는 말씀으로 마무리 짓는다.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게임 중에서 동물의 숲이라는 게임이 있다. 원래 일본에서 개발된 게임이라고 하는데, 게임의 취지는 숲에서 한가롭게 노닐며 동물 친구들과 한담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원래 일본의 해당 게임 유저들은 한가롭게 초가집에서 살며 동물들과 교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고 한다. 그러다가 그 게임이 한국에 들어오자, 한국 유저들은 전투적으로 숲에서 과일을 주워다 상점에 팔아서 돈을 벌어 초가집을 기와집으로, 기와집을 1층에서 2층으로, 2층에서 3층으로, 그것도 모자라 지하도 뚫고 방도 넓히면서 열심히 앞으로 전진한다고 한다. 기왕 하는 거 최고가 되어야 한다, 1등이 되어야 한다, 하는 우리나라의 저력과 열정이 보이는 순간이다. 과연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낸 다이내믹 코리아답게,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어떤 것을 하더라도 무조건 앞을 보고 달린다. 수영을 시작해도 안일하게 초급에 안주하지 않는다. 수영을 시작하면 과연 몇 개월 만에 모든 영법을 "마스터"하게 해 주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자유형 1달 완성, 배영 1달 완성, 접영은 4개월 만에 가능. 나 역시도 그런 다이내믹 코리아의 커다란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라, 수영을 시작한 뒤 뭐에 홀린 듯이 그렇게 달려오던 것이었는데...
"꼭 잘해야 하나? 그냥 하면 되지."
라는, 최근에 수영을 시작한 동생의 말에 멈춰서 생각하게 된다. 동생은 이제 수영을 배운 지 4개월 차로, 수영을 "잘"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그냥"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잘하든 못하든, 그냥 하루에 주어진 수영을 하는 것. 그러면서도 주말에도 빠지지 않고 자유 수영을 나가는 그 자세에서는 열성마저 엿보이지만, 그 어디에도 쫓기지 않는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수영은 꼭 잘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해주는 것, 나를 더욱 건강하게 해주면 되는 것, 그 정도의 역할을 해주면 되는 것이다, 하는 산들바람 부는 여유로운 마음가짐이 엿보였다.
다시 일본의 얘기로 돌아가자면, 그곳에서는 고등학교에서부터 동아리 활동이 활발한 탓에 생활체육이 우리나라보다 본격적으로 발전해 있다고 한다. 고교야구 대회가 성대하게 열리는 것도 그렇고, 야구가 되었든 배구가 되었든 수영이 되었든, 물론 그렇게 생활체육을 하다가 엘리트 체육으로 넘어가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즐겁게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청춘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학생은 모름지기 헛짓거리(?)를 하지 말고 일편단심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풍조가 강한 탓인지,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이 그만큼은 활성화되지 않은 느낌이다. 그래도 최근 들어 사회인들이 참여하는 여러 생활체육 동호회들이 생겨나면서 체육을 즐기는 분위기가 조금씩 조성되고 있는 모양새이다. 그래, 그러니까 꼭 초가집에서 탈피해서 3층 집에서 살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듯이, 꼭 체육을 "잘"해야만, 1등을 해야만 체육을 할 자격이 생기는 것은 아니렷다. 생활 속에서 몸을 움직이면서, 나이를 먹어서까지 평생 동반자로 함께할 운동을 찾아낸다는 그런 개념만으로도, 즐겁게 생활체육에 참여할 자격은 충분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