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하며 번역하며
회원들도 그렇고 선생님도 그렇고 하나같이 왜 반을 안 올라가느냐는 느낌이 되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마스터반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힘든 게 싫다는 이유로 반을 올라가지 않고 버티고 있었지만, 자유형을 반 바퀴 돌고 힘들어 쉬는가 하면 배영 발차기 시 줄을 맞추는 것을 어려워해 가는 사람 오는 사람이 서로서로 뒤통수를 부딪고 마는 반에서 재주를 연마하기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기에 하는 수 없이 월반을 결정했던 것이다.
처음 간 마스터반에서는 마침 핀 데이(일명 오리발이라고 불리는 핀을 신고 빠르게 수영하며 운동량을 채우거나 팔 자세에 집중하며 자세를 교정하는 날)였기에, 선생님은 워밍업으로 자유형 7바퀴를 주문하셨다. 이전 반에서는 자유형을 1바퀴씩 끊어 했기에—물론 이번 반에서도 사람이 워낙 많아서 앞 사람들이 속도가 느려 밀리게 되면 잠깐 섰다가 출발하는 일이야 있었지만—괄목한 만한 변화였다. 거기다 회원들의 속도도 드디어 크게 막히지 않고 편안하게 헤엄칠 정도의 속도가 되었다. 신입인 만큼 겸허하게 맨 뒷자리에서 7바퀴를 돌기 시작했건만, 그렇게 돌다 보니 점점 힘든 사람들이 빠져서 어느새 15명 중에 5번째 순번에 서게 되었다. 이 정도면 접영 25를 해서 끝에 가서 순서대로 서 있는다고 해도 수영하는 거리가 크게 짧아지지 않는 순번이다(접영을 편도로 할 경우, 레인 맨 끝에 도착하면 1번부터 순서대로 서서 기다리게 되는데,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을 경우 줄을 거의 레인의 1/3이나 1/2까지 서게 되어 뒤 순번의 사람들은 접영을 몇 스트로크만 하면 도착해 버리는 불상사를 마주하기 마련이다).
거기다 이전 반에서는 하지 않았던, 쿨다운으로 플립턴 연습하기, 배영 잠영 25(물론 이것은 수영장에서 물을 가장 많이 먹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겠다), 잠영 50 등의 신기한 훈련을 마주하게 되어 은근히 신나는 기분까지도 맛보게 되었다. 새로운 선생님의 새로운 스타일, 예측되지 않는 프로그램이 아침의 설렘을 더해준다. 이에 수업이 끝난 뒤에는 은근히 기분 좋게 숨이 가빠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드디어 숨을 쉴 수 있다는 느낌, 이 느낌은 마치 대어가 비좁은 연못에서 헤엄치다가 드디어 강으로 던져져 광활한 물살을 느끼는 그런 느낌과 흡사할 것이다. 이미 대어는 어릴 적부터 연못에서 길러져 연못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건만, 이제는 몸집이 커질 대로 커져 연못에서 헤엄치기에는 지느러미 하나조차 마음대로 펼치지 못했던 것이다. 드디어 조금이라도 몸집에 맞는 공간에 들어왔다는 시원한 느낌. 반을 올라가는 진도를 천천히 나가는 것도 좋지만, 이미 실력이 자라나서 도저히 그 그릇에는 다 담길 수 없을 때는, 과감하게 반을 올라가 보아 큰 그릇을 만나보는 것도 좋은 선택지일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