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듦의 역치

수영하며 번역하며

by 백지민

요즘 다니는 헬스장—그렇다, 내가 바로 수영을 하기 위해 근육을 늘리러 헬스장에 다니는 사람인 것이다—의 트레이너 선생님께서는, 내가 근육통이 있다고 투덜대자, 근육이란 본디 365일 아파야 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래야만 운동이 잘 먹은(?) 것이며, 근 성장을 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고통을 즐긴다니 일견 이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 확실히 이런 고통들을 즐기다 보면 늘어나는 것이 있다.

"아침에 이렇게 힘들게 하고 나면, 하루 종일 안 힘들어요."

...라고 헬스장의 다른 회원님도 말했듯이, 힘든 것을 아침에 겪고 나면 하루 중 다른 일들은 그다지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아침에 헬스장에 가서 런지를 120개 하고 나면, 지하철 계단이나 회사 계단을 몇 층 오르는 것이 그다지 두렵지 않다. 팔굽혀펴기를 50회 하고 나면, 팀원들의 커피잔이 8개 실린 쟁반을 번쩍 들어 올리는 일이 그다지 힘들지 않다. 하루 중 신체적으로 제일 힘든 일을 아침에 해치움으로써, 하루 종일 힘들다는 것을 느끼는 기준을 높여 놓는 것이다. 내가 스쾃을 몇 개 했는데, 이까짓 계단 몇 개쯤이야. 내가 팔굽혀펴기를 몇 개 했는데, 이까짓 커피잔을 못 들까. 이렇게 힘듦을 느끼는 역치가 높아지는 것이다.

아침에 힘든 것을 하는 행위는 정신적인 방면에서 힘듦의 역치마저도 높여준다. 포근한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서 오늘도 남들이 잘 시간에 굳이 헬스장으로 향해, 터질 것 같은 허벅지를 부여잡고 한 세트만 더, 하고 스스로에게 되뇌지 않았는가. 5분만 더 자고 싶은 그 강력하고도 달콤한 욕망을 뿌리치고 신체의 단련이라는 고되고 쓴 길을 택하지 않았는가. 아침부터 백미보다는 현미를, 액상과당보다는 식이섬유를 택한 것과 같은 이 선택은 정신적으로 뿌듯함마저 선사한다. 그래, 오늘도 일어났다. 오늘도 힘든 것을 참아냈다. 그러니까 나는 오늘도 멋진 사람이다.

자존감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고들 한다. 자기 조절감, 자기 안전감, 자기 효능감이 그것이다. 자기 조절감이란 자신의 인생을 자기 뜻대로 운영하고 있다는 데에서 오는 느낌이며, 자기 안전감이란 자기 인생이 안전하게 유지된다고 느끼는 감각이라고 한다. 마지막인 자기 효능감은 자신이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이라고 한다. 이 세 가지가 균형 있게 발달해야만 건강한 자존감이 확립되겠지만, 운동이라는 것은 그 세 가지 중에서도 두 가지—자기 조절감과 자기 효능감—를 뚜렷하게 상승시킬 수 있는 행위인 듯하다. 매일 같은 시간에 운동을 하면 내 삶을 내가 계획하고 운용하고 있다는 감각이 들며, 역시 이런 힘든 운동을 해내다니, 나는 무슨 일이든지 해내는 사람이다, 하는 생각이 들어 자기 효능감마저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존감이 올라가게 되면, 즉 자신을 존중하는 감정이 올라가게 되면, 존중이 흘러넘쳐 자기 주변의 여러 가지를 존중하게 될 수 있게 된다. 주변 사람들을 존중하고, 내가 택한 일을 긍정하게 되는, 신기한 심리적 마법이 일어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존중이 올라가면, 왠지 모르게 주변에 대한 여유를 가질 수도 있게 된다. 그럴 수도 있지, 하는 마음가짐을 품을 수 있게 된다. 아침 운동이란 단순히 아침에 몸을 움직인다는 개념으로 접근할 수도 있겠지만, 운동이 상쾌한 하루에 미치는 긍정적인 파급 효과는 엄청나다. 오늘도 해냈다, 그러니 이것도 해낼 수 있다, 하는 마음으로 이것저것이 그렇게까지 힘들게 느껴지지만은 않는 것이다. 하루를 보다 평안히 영위해 나갈 수 있게 하는 힘, 그것은 바로 운동으로 올려놓은 힘듦의 역치이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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