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하며 번역하며

by 백지민

지금 다니는 수영장에서 최근에 물을 간다고 휴장을 했다. 수영을 며칠간 못 하게 되는 것은 아쉽지만, 수영장에서 물을 갈아준다는 것은 언제 들어도 반가운 소식이다. 여럿이 사용하는 수영장 물이니만큼, 아무리 깔끔히 비누 샤워를 하고 들어가도 점점 물은 탁해지기 마련이니 말이다. 물을 간다는 말은 수영장의 물을 전부 빼고, 물을 담고 있던 풀장을 벽면과 바닥면까지 깨끗이 청소하고, 깨끗한 물을 다시 채워놓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물을 빼고 다시 채우기까지는 여러 시일이 소요되니만큼, 25m 풀장의 경우에는 적어도 3일이 소요되며, 50m 풀장의 경우에는 아예 한 달 휴관하는 경우도 있다. 물을 빼고 청소하고 다시 물을 담기까지는 듣기로는 많게는 몇천만 원 단위의 비용도 소요된다고 한다. 이렇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니만큼, 물을 가는 주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소규모 수영장에서는 물을 아예 갈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물을 주기적으로 갈아주지 않는 경우에는, 물에 입수하자마자 그 물의 탁도와 바닥에 낀 물때로 얼마나 오랫동안 물을 교체하지 않은 풀장인지 짐작이 간다.

풀장 중에서도 관리가 잘 되는 풀장들은 물이 깨끗한 수영장으로 수영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도 한다. 수영장 물은 거의 약품 처리로 소독을 하기 마련인데, 간혹가다 보면 비용이 더 든다고 하는 소금으로 소독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풀장은 일명 해수풀로 불리고, 인체에 해롭지 않은 소금으로 소독을 한다는 이유로 수영장 이용 비용이 조금 더 비싸지기도 한다. 이렇게 일명 락스물—약품 처리를 해서 소독되어 락스 냄새가 나는 물—과 해수풀을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시, 입수해서 직접 음파 호흡을 하며 물맛을 보는 방법이 있겠다. 수영을 하다 보면 불가피하게—아무리 상급반이 되더라도—물을 먹는 경우가 있는데(배영 돌핀킥을 한다든가, 옆 레인에서 힘찬 접영을 하는 바람에 그 물살이 들어오는 순간 호흡을 하려다가 공기 대신 물을 먹는 경우 등이 이에 속한다), 그때가 바로 이 풀장이 락스 풀장인지, 해수 풀장인지가 진정으로 판가름 나는 순간이다. 코나 입으로 울컥 들어온 물이 매우면서도 염분이 없으면 락스물이고, 별로 맵지 않으면서도 짠맛이 나면 해수풀이다. 그래서인지 수영하다가 물을 먹었는데, 물맛이 짠 경우에는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아진다. 오, 여기는 해수풀이네? 하는 생각이 들며 왠지 이곳에서 하는 수영이 더욱 신나지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해수풀 어린이 수영장 등, 해수풀이라는 사실을 마케팅 전략으로 삼는 수영장도 있을 정도이다.

우리나라는 어느 수영장에 가든 기본적으로 비누 샤워를 하고 입수하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을 정도로, 수질 관리에 열심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에 여행을 가서 수영장에 갔을 때에는, 샤워하지 않고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는 외국인들의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고들 한다. 외국에서는 남 앞에서 씻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어색하다는 인식이 있어서, 우리나라에서는 금기처럼 느껴지는 행위인, 마른 몸에 수영복을 입고 입수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수영하고 물에서 나왔다고 해서 비누 샤워를 하지도 않는다고 하여, 기껏해야 그냥 짧게 물을 끼얹고 몸을 말리고 집에서 샤워를 한다고들 한다. 아마 외국에서는 회사 등 공중화장실에서 양치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하는 문화도 이와 일맥상통할 것이다. 언젠가 런던 공중화장실에서 양치를 하다가, 지나가는 현지인으로부터 "You're very... clean(정말... 청결에 신경 쓰시네요)." 하는 애매한 언급을 들은 적도 있으니만큼 이해가 되는 바이다.

이렇게 나라마다 청결에 관한 인식이야 다를지언정, 국가를 막론하고 수영인이라면 깨끗한 물을 마다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을 갓 간 수영장에서 새벽 수영을 하다 보면, 점점 동이 터 오는 창문에서 새어 들어오는 빛기둥이 수영장 바닥에 일렁이는 햇살의 궤도를 그리니까 말이다. 새로운 물에서 하는 산뜻한 수영, 옆 옆 레인 사람의 자세까지 또렷이 보이는 물의 선명한 해상도를 눈으로 즐기다 보면 마음까지 시원해짐을 느낄 수 있다. 물을 갈고 나서는 선생님이 잠수해서 수강생들의 자세를 봐주시는 일이 어쩐지 늘기도 한다. 깨끗해진 물에서 청량한 하루를 시작하는 것, 그것이 새벽 수영의 묘미를 더해준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