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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빠진 돼지 유감

by 천경득

‘넌, 내가 왜 좋아?’라는 물음은 답하기 힘들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없다.

싫어하는 것도 같다. 굳이 답해야 한다면, ‘그냥’이다.


이유가 사라지면 좋아하던 사람이 싫어지고, 싫어하던 사람이 좋아지는가. 이유가 없는 데도 이유가 없다.

음식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타인의 취향에 대해 왜냐고 묻지 말기 바란다.


나는 물에 빠진 돼지 음식을 싫어한다.

며칠 전 지인이 점심을 사겠다고 초대해 갔더니, 하필 일본식 라멘집이었다.


“여기 진짜 유명한 집이야! 일주일 전에 겨우 예약했어.”(GR)


나는 넓게는 소고기 국물이라 할 수 있는 곰탕이나 설렁탕을 좋아한다.

닭의 경우 삼계탕도 좋지만, 닭을 토막 내서 맑게 끊인 닭한마리를 더 좋아한다.


따라서, 물에 빠진 일체의 고기는 아니고, ‘돼지’를 물에 빠뜨린 음식을 싫어한다.

이유는 없다. 그냥 싫다.


나는 부산과 붙어있는 김해 출신이다. ‘부산’ 하면 ‘돼지국밥’이다.

하지만 나는 반백 년 살면서 돼지국밥을 어릴 때 딱 한 번 먹어 봤을 뿐이다.

생각만으로도 싫은 것이다. 몸서리가 쳐진다.


제주에 고기국수가 유명하다고 해서 가 봤더니, 돼지 국물에 말아놓은 국수였다.

한 젓가락 먹고 말았다. 그 느끼하고, 끈적함이라니.


이걸 왜 줄까지 서서 먹겠다는 것인지 하는 불쾌한 의문이 있었지만, 나는 타인의 취향에 대해서는 따지지 않는다. 다만 나한테 같이 먹자고만 안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남에서 일산까지 와서 고른 게, 하필 일본식 라멘이라니.

의기는 높았으나 결과는 별로였다. 나는 싫은 음식을 억지로 먹는 스타일은 아니다.


내가 좀 한심해 보였는지 부쩍 밥 사주겠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서로 민망함을 피하기 위해 내 취향에 대해 간단히 썼다.




내가 노상 페이스북에 혼자 순대국밥에 막걸리 마시는 사진을 올렸더니, 나를 순대국밥 마니아로 오해하는 이들이 많다. 거듭 얘기했지만, 나는 된장 찍은 생양파를 먹으러 가는 것이다.


“서울에 순댓국 진짜 잘하는 집 있어. 소주 한 잔 살 테니 나와.”


친구야, 거기서 일산까지 대리운전비 얼마 나오는지 알아?

(가성비가 너무 떨어지니, 소고기를 사시오.)


PS. 물에 빠진 물고기도 싫어한다.(복어국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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