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함부로 던진 열쇠에 다람쥐 맞고 다친다.

남산 타워 방문기.

by 이일삼

남산에 다녀왔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아주 어릴 적에 다녀온 것 같긴 한데, 이것이 내 기억인지, 아니면 무한도전을 보고 내 기억이라 착각하는 것인지는 확실치가 않다.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남산타워는 왠지 심적으로 친근한 이미지가 있다. 지금까지 일했던 곳들에서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늘 보이던 건물이라 그런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선뜻 방문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날이 추워서 케이블카를 탔다. 왕복 비용이 만 오천 원이다. 3분 남짓 천천히 올라가는데, 가격이 참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 오천 원만큼의 어트랙션이 조금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외국인 관광객이 많으니 한국어로 된 지리 설명보다는, 요들송이 적당할 것 같다.


경치는 적당히 볼만하다. 대단한 정도는 아니지만... 아마도 낮이라 그랬던 것 같다. 밤 풍경은 굉장히 아름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산이라 불리고는 있지만, 탁 트인 느낌은 아니다. 타워 꼭대기에 올라가는 게 아니라면 대단한 개방감은 못 느낄 것이다. 타워에 올라가는 데에 비용이 든다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명물은 역시 자물쇠다. 이제는 관리가 돼서, 아무 곳이나 산발적으로 걸려 있지 않고, 정해진 장소에 자물쇠를 걸 수 있게 해 두었다. 색색깔의 자물쇠들이 주렁주렁 걸려있는 것을 보면, 이쁘다는 생각보다는, 여기에 자물쇠를 걸고 간 커플들이 아직도 잘 사귀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먼저 든다.


솔직히 말하자면, 자물쇠를 거는 행위가 커플 사이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아직도 이해가 되진 않는다. 감성적인 것은 역시 너무 어렵다. 그 행위가 만일 리추얼로써 잘 작동된다면 모르겠지만, 다투던 커플이 '우리 남산에 걸어 둔 자물쇠를 생각하자.'라며 싸움을 소강시키는 그런 장면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자물쇠를 잠근 다음 열쇠는 멀리 던진다고 한다. '헤어지려면 던진 열쇠를 찾아서 자물쇠를 풀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관계의 영원함을 가시적인 행위로써 염원하는 것이라 해석된다.


하지만 나는, 영원함이라는 거대한 관념을, 몇 천 원 자물쇠로 묶을 수 있을 것이라 여기는 그 오만함이 싫다. 차라리 그 돈으로 떡볶이를 사 먹는 쪽이 관계의 돈독함에 훨씬 이로울 것이며, 영원함이라는 관념에 더 가까운 행위라고 본다.


또, 자연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무슨 놈의 관계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인지. 던진 열쇠가 부식되어 자연에 끼칠 피해는 생각하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혹시라도 다람쥐나 새가 맞고 다치기라도 하면 어쩔 것이고 말이다.


그러니 열쇠 던지지 말자. 함부로 던진 열쇠에 다람쥐 맞고 다친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7화봄과 가을을 생각하며 지금의 지루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