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예찬
바나나는 최고다. 우선 굉장히 합리적이다. 한 송이에 고작 삼 천 원 남짓한 가격인데, 양은 물론이고 맛도 굉장히 좋다. 거기다 영양가는 물론 식이섬유도 풍부하여 장 활동에도 도움을 준다. 특히 나처럼 장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최고의 과일이자 디저트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최대 장점은, 편리성에 있다. 일단 따로 씻고 정리할 필요가 없다. 소분도 하지 않아도 된다. 챙겨 갈 일이 있으면 송이에서 하나만 따로 떼어내면 끝이다. 껍질이 있으니 포장도 이미 다 되어 있는 셈이다. 껍질을 벗기는 데에 따로 도구가 필요하지 않으며, 다 먹은 다음에 껍질은 일반 쓰레기로 처리하면 된다. 그야말로 자연에서 탄생한 완벽에 가까운 포장지를 이미 탑재한 상태라 할 수 있다.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소비기한이 짧다는 점일 것이다. 잠시만 한눈팔면, 언제 그런지도 모르게 갈변해 있다. 갈변해 버린 바나나에는 손이 잘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그때야말로 바나나가 완전히 익은 시점이며, 가장 당도가 높은 시기이라는 것이다.
이는 무엇을 시사하는가? 모든 사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을 때가 오면, 진정한 가치가 발현된다는 뜻이다. 경쟁자들이 자발적으로 사라지는 이 시기야말로 바나나는 퍼포먼스의 최고점을 찍는다. 그러니 단점이라고 생각한 것조차, 실은 나를 위해 안배된 자연의 선물이라 말할 수 있다.
이렇듯 바나나는 가히 과일의 왕이라 불릴 법 하지만, 정작 그 타이틀은 엄한 놈이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두리안은 당장 왕좌에서 물러나, 바나나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어야 할 것이다.
물러나라! 물러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