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통하였느냐?
통하지 않는 진심도 있다는 걸 나이 들어가며 자연스레 깨달았다.
정작 그 이유는 모른 체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런 관계도 있는 거라고!'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그 이유를!
오랜 세월이 지나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진실에 닿게 된 계기는
상처를 통해서였다.
환영받지 못한 결혼을 하며 집안에서 나는 늘 약자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마음을 다하는 것이었다.
'진심을 다하면 언젠가는'이라는 믿음!
'세월이 흐르면, 시간이 지나면'이라는 마법의 주문을 자신에게 걸었다.
‘내가 얼마나 진심을 다했는지 알게 되겠지?‘라는 환상에 빠져
나를 밀어붙이기도 했다.
언젠간 꼭 돌아올 거라는 약속을 남기고 간 사랑을 기다리듯이!
언젠가는 통할 마음을 바라며, 오랜 시간을 버티고 침묵하며,
오롯이 받아낸 세월과 감정들!
그 끝에 남는 것이 오로지 상처뿐이라는 걸,
똥인지, 된장인지 직접 찍어 먹어봐야만 아는,
아둔한 미련이었다.
내가 진심이라 믿었던 것이 통하지 않았던 이유,
그건 바로 ‘미련’과 ‘인정욕구’를 진심이라는 포장지에 싸서
상대에게 건네었기 때문이다.
미련한 미련과 절박한 인정!
매 순간 마음을 다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목적은 진실하지 못했다.
상대의 마음을 내게로 옮겨 오는 것!
상대가 나를 다르게 봐주기를 기대하는 것!
그런 목적이 진심이라는 명목으로 상대에게 전해진 것이다.
상대의 진심도 모르면서 상대가 내 진심을 알아주길 바라는 어리석음도 함께!
진심을 다한다며 기를 쓰고 자신을 탈탈 털어 넣었다.
그렇기에 늘 돌아올 것을 기대하게 되고,
돌아오는 것이 없으면 실망하게 되고, 억울한 마음도 든다.
덜 열심이었다면, 덜 노력했다면 느끼지 않았을 마음을,
시간과 공을 들여 상대에게 쓰고는, 왜 갚지 않느냐며 투덜대고 만 것이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상대는 내가 잘 보이고 싶어 하고, 인정받고 싶어 한다는 걸 느꼈을 것이다.
인지하든 안 하든, 암암리에 그 사람의 마음속에 나의 값은 매겨진다.
상대에게 내 주도권을 넘겨주고, 나에 관한 판단과 평가를 내맡긴다.
“싸게 줄 테니, 가져가세요!”같은 진심은 상대에게 내 값을 떨이하게 한다.
“나는 당신을 위해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있어요!”
“나를 인정해 주고 내 가치를 알아봐 주세요!”
그러니 돌아오는 값이 쌀 수밖에,
진짜 마음은 그렇게 얻는 것이 아닌데…….
마음이란, 나를 지키며 얻어야 한다.
내가 망가지지 않아도, 나를 희생하지 않아도 괜찮아야 한다.
상대와 내가 동등한 상태에서 주고받는 것!
그것이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다.
어느 한쪽이 작아지고, 비워지는 관계는 망가진다.
마음속 상대의 값과 상대에게서 나오는 값의 차이가 큰 마음들이 시간을 통과하면,
어느 순간 당연해진다.
그 값은 점점 내려가 그게 그거고, 그 나물에 그 반찬 같아진다.
먹을 거 없는 잔치 같아진다.
관계는 기울어지고 깨지고 공허해진다.
마음이란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많이 준다고 그만큼 눈에 보이고, 남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은 그 마음을 천금같이 여기지만, 대부분은 그 마음을 잠시 쓰고 버린다.
그러니 마음에 아무리 진심을 담아도,
상대가 받을 마음이 없으면,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날아가 버린다.
나와 상대를 지키며 마음을 나누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진심을 주기 전에 관계부터 정립해야 한다.
관계를 확고히 하고, 명확히 하라!
그래야 진심이든, 거짓이든 돌아오는 것에
기대와 실망을 하지 않게 된다.
자신의 내부에서 끌어올리는 진심이란 것을
허무하게 날리지 않으려면, 낭비하지 않으려면,
상대와 나의 관계와 자리부터 명확히 해야 된다.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마는 것이고, 진심 아니라 천심도,
내가 싫으면 마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그러니 부디 나를 소진하기 전에,
내가 상대에게 바라는 것이 없는지, 내 마음이 진실로 진실한지 물어라.
상대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나는 상대에게 어떤 의미인지 물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함께하고 싶은 사람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며 행복할 수 있다.
주기만 하는 관계도, 받기만 하는 관계도
결국 어느 한쪽이 텅 비거나 꽉 차면 끝이 난다.
억울한 마음이 드는 관계는 이미 기울기가 망가진 관계다.
그런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보기 전에 미리미리 지피지기 하자.
나를 알고 상대를 알아야 이기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마음을 주고받는 건 사람과 사람사이의 교류의 증표이며, 아름다운 일이다.
그중 진심을 주고받는 건 그 값과 가치가 다르다.
그러니, 척박한 땅에 나무를 심지 말아라!
진심의 나무가 제대로 자라고 열매를 맺으려면, 상대와 나의 관계가 단단하고 비옥해야 한다.
그 나무를 정성 들여 키울 준비와 약속도 돼 있어야 한다.
한 번뿐인 인생에 마음을 두고 도박하지 않기를,
무엇보다 자신을 먼저 아끼고 사랑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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