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점, 너와 나 사이
너는 왔고, 나는 있었다.
너는 있었고, 나는 왔다.
그것이 순서라면.
공기는 흔들리지 않았고
그림자는 서로의 끝을 밟지 않았다.
무언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이미 늦은 것들과 아직 오지 않은 것들뿐.
너와 나 사이,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서
우리는 손을 뻗지 않았다.
이름 붙일 수 없는 순간이
이름 붙일 수 없는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서 우리는 서 있었다.
멈춰 있는 것이 움직이는 것보다
더 먼 거리를 만들 때가 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멀리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