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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사이

by 박율

시작점, 너와 나 사이


너는 왔고, 나는 있었다.

너는 있었고, 나는 왔다.

그것이 순서라면.


공기는 흔들리지 않았고

그림자는 서로의 끝을 밟지 않았다.

무언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이미 늦은 것들과 아직 오지 않은 것들뿐.


너와 나 사이,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서

우리는 손을 뻗지 않았다.


이름 붙일 수 없는 순간이

이름 붙일 수 없는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서 우리는 서 있었다.


멈춰 있는 것이 움직이는 것보다

더 먼 거리를 만들 때가 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멀리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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