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를 타고 고향으로 가는 길, 오랜만에 서울역에 나섰다.
출발을 앞둔 사람들로 가득 찬 이 공간은 누군가에게는 첫 시작이고, 누군가에게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중간 지점이다.
새롭게 변한 서울역은 인천공항처럼 넓고 확 트인 시야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번화가 중심의 랜드마크 같은 건물들 사이에서 스타벅스는 입구 왼쪽에, 나이키와 자라는 오른쪽에 자리 잡고 있다. 도시화된 고속열차의 면모에 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아들과 평창올림픽 이후 처음 다시 타보는 기차 여행이다. 오늘은 남편까지 함께해 오랜만에 완전체로 나섰다. 역사 안으로 들어서자 젊은이들이 줄을 서서 선물 포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명한 맛집인가 보다. 결혼식까지는 시간이 넉넉해 간단히 면으로 아침 요기를 했다.
기차를 기다리며 잠시 앉기 위해 탑승구 쪽으로 향하는데, 여행객들 사이에 어딘가 낯선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 자세히 보니 노숙자였다. 역에서 근무하는 공공관리자 두 명이 다가와 괜찮은지 안부를 묻고 핫팩 두 개를 건네고 갔다. 그 장면은 오래 머물지 않았고, 사람들의 걸음 속에 곧 묻혀버렸다.
서울역이 지금처럼 바뀌기 전, 지하철 안에서 노숙하던 사람들이 즐비해 불안과 불편함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오늘은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 채 오다가, 역사 안에서 여행객들과 섞여 있는 모습을 보고서야 알아차렸다.
“이상한 냄새나지 않아?”
조금 전 아들에게 무심코 던진 나의 말은, 그들이 노숙자라는 사실을 알기 전의 말이었다. 깨닫고 나서야 그 말이 마음에 걸렸다. 겉모습은 섞여 있었으나 냄새가 그들을 분리시켰다.
번듯한 건물과 빠르게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들의 존재는 잠시 허용되었다가 다시 지워지는 것처럼 보였다. 삶의 중심에서 밀려난다는 것은 어쩌면 이렇게, 누구에게도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사라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객과 노숙자는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해 있다는 사실이 삶을 돌이켜보게 한다.
오늘은 조카의 결혼식이다.
사람은 태어나 성장하고, 결혼하며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시간은 무심히 흐르며 존재하는 모든 것을 변화시키지만, 정작 그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건 자기 자신이다. 어떤 인생은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어떤 인생은 그렇지 못한 자리로 남기도 한다.
삶의 주인은 결국 자기 자신이다.
그러나 그 주도권을 잃은 채 주변인으로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삶에서 밀려난 뒤에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부부가 된다는 것은 또 다른 삶의 시작이다.
문득 노숙자의 모습을 떠올리며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누구나 자기 삶의 중심에서 출발하지만, 어느 지점에서는 방향을 잃고 가장자리로 밀려나기도 한다. 삶의 격차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선택들과 포기들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인지도 모른다.
오늘 조카 부부는 함께하는 삶의 첫걸음을 내딛는다. 두 사람이 서로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각자의 삶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도록 곁이 되어주길 바란다.
시간이 흘러도 삶의 중심에서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자기 삶의 주인으로 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