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염의 일곱 아내 : 우리가 꼭 읽어야 할 명작소설 14> 아나톨 프랑스 / 장문정 / 그림책 (2014)
[My Review MCMLX / 그림책 1번째 리뷰] 이 책을 쓴 지은이부터 먼저 소개해야 겠다. 1921년 <펭귄의 섬>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나톨 프랑스다. 이렇게 글쓴이의 '권위'부터 소개하는 까닭은 이 글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나도 '푸른 수염'이 실존 인물이라는 사실은 처음 들은 바니까 말이다. 더구나 아나톨 프랑스는 그 유명한 '드레퓌스 사건'에서 드레퓌스 대위의 무죄를 주장하며 국가주의와 인종주의에 저항한 인사이기도 하다. 이런 아나톨 프랑스가 '살인광 푸른 수염'을 변호하기 위해서 글을 남겼단다. 내용을 살펴 보자.
제1장에서는 전래민담 <푸른 수염>에 관한 '비교신화학'적 가설을 설명한 내용인데, 특기할 만한 내용은 없다. 단지 전설로 내려오는 내용들이 모두 '사실'은 아니라면서, 만약 그러한 내용들이 모두 '사실'에 기인하는 것이라면 역사를 '태양 신화'에 빗대어 추증하는 이들의 썰에 따르면 '나폴레옹'이란 자가 실존 인물이 아니라고 한다는 사실에 주목하라고 비유하며 비꼬고 있다. 이처럼 '근거'라고는 전혀 없는 설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오직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이야기 한 것만을 가지고서 '가설'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로 서두를 꺼냈을 뿐이다. 그리고 이런 비판을 한 결론은 다름 아닌 '푸른 수염'에 대해서 악의적인 비난을 퍼부은 샤를 페로의 저의가 무엇인지 파헤쳐 보겠다는 비장함을 엿볼 수 있었다. 어찌 하여 샤를 페로는 '푸른 수염'에 대해 세상에 둘도 없는 악한으로 그려낸 것인지 의심부터 해보겠다고 밝혔다.
이에 아나톨 프랑스는 1650년 경, 베르나르 드 몬테규라는 이름의 부유한 귀족이 '꽁삐엔뉴'와 '삐에르퐁' 중간에 있는 영지에서 살고 있었다는 기록을 근거로 내민다. 이곳에서 몬테규라는 귀족은 그 시절의 시골 영주답게 하인들과 같은 식탁에서 식사를 하고, 주일에는 마을 처녀들과 춤을 추며 검소한 생활을 즐겼다고 전한다. '고딕 시기'에 지어진 그의 성은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한다. 고딕형식의 성들은 대개 '창문'이 작다. 두꺼운 기둥이 성의 무게를 지지하는 건축양식이기에 '고딕 양식의 건축물'들은 하나같이 창문이 세로로 길고 폭이 좁은 형태다. 그나마 벽면에만 '자연창'을 내었을 뿐, 내부의 방으로 들어가면 '창문'도 없이 어두컴컴하고 오직 '촛불'에 의지해서 어둠을 밝히는 구조였을 것이라 한다. 그리고 그 복도 끝 한켠에 그 유명한 '작은 방'이라 불리는 방이 있었을 거란다. 샤를 페로는 유독 이 방에 집착했고 말이다. 이 방에 '가엾은 공주들'이 시체가 되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느냐는 상상에 맡길 수밖에 없다. 그 시절의 성에서 벌어지는 일을 시시콜콜 알고 있는 이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마저 '기록'이 없다면 아무런 상상을 하더라도 거리킴조차 없을 것이다. 그 상상이 좋은 상상인지, 나쁜 상상인지도 말이다.
암튼 그 고딕 성의 주인인 시골 영주를 마을 사람들은 '푸른 수염'으로 불렀단다. 수염의 빛깔이 워낙 칠흑같이 검어서 '푸른 빛'이 돌 정도였기에 그런 별명으로 불렸다고 한다. 하지만 수염을 제외하고 몬테규 씨의 체격은 통통한데다 키가 크고 어깨도 넓고 혈색 좋은 호남형이었다고 전한다. 수려한 외모와는 달리 그는 몹시 '수줍음'이 많았는데, 이게 여자와 사귀기 힘든 결정적인 단점이었다. 푸른 수염은 파티 때마다 귀부인들을 사랑했고, 호감도 많이 받았지만, 여성들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 죽기보다 힘들 정도로 수줍음을 많이 타서, 심할 때는 여성에게 말을 거는 것을 두려워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 수줍음이 그에게 결정적인 불행을 안겨 준 것이다. 얌전하고 정숙한 여성과 인연을 맺기 힘들게 만들었고, 오히려 뻔뻔스럽고 게걸스런 여성들에게만 유혹을 당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이런 그도 귀족이었기에 결혼을 해야만 했다. 첫 번째 아내는 '꼬레트 파싸쥬'라는 여성이었다. 그녀는 '곰'을 재주넘게 하여 돈을 벌던 여성이었는데, 얌전한 성격의 드 몬테규와는 정반대의 성격이었단다. 하지만 성향이 다르면 그것 또한 매력이라고 했던가. 드 몬테규(이하 '푸른 수염')는 첫 번째 아내를 진정으로 사랑했다. 하지만 워낙 활달한 성격의 아내는 얌전한 성격의 푸른 수염과는 잘 맞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권태를 느낀 그녀는 그 '작은 방'에 떠돌이 시절에 키우던 '곰'을 가두어 두고서 같이 잠을 자기도 했는데, 어느 날 그 '작은 방'의 문이 열린 틈으로 곰이 달아나자 아내도 함께 달아나버렸다. 아내를 잃어버린 슬픔에 여기저기 수소문을 했지만 끝내 찾지를 못했단다.
도망 간 아내를 잊지 못한 '푸른 수염'은 우연히 꽁삐엔뉴 형사 재판관의 딸, 쟌느 드 라 끄로슈와 춤을 추게 되는데, 그녀에게 사랑을 느낀 푸른 수염은 놀랍게도 그 자리에서 청혼을 했더란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녀도 승낙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할 것 같았지만, 푸른 수염의 두 번째 아내는 '술고래'였다. 성안의 술이란 술을 몽땅 퍼마시고도 모자라서 더 많은 술을 사마시기 시작하자 '푸른 수염'도 더는 참지 못하고 아내의 음주벽을 고치려고 술에 '개박하'를 넣었는데, 술에 취한 아내는 독약으로 자신을 죽이려 한다며 푸른 수염의 배를 칼로 찔러대기도 했단다. 그런 일이 있어도 꾹 참았던 푸른 수염은 아내를 그저 방치하고 마는데, 어느 날 술에 취한 아내가 '작은 방(한때 곰이 머물던 그 방)'에 들어가자 정신착란을 일으키고서는 "살인이다"라는 외침과 함께 작은 방을 뛰쳐나갔다가 호수에 빠져 죽었단다. 이를 계기로 '작은 방'에는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그 방의 벽면에는 알 수 없는 기괴한 그림이 걸려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게 되었다. 암튼 그 '작은 방'은 '공주들의 방'이란 명칭과 달리 귀여운 구석은 전혀 없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두 명의 아내를 잃어버린 '푸른 수염'은 영지의 농부, 트레넬의 딸, 지곤느와 결혼을 한다. 신분 차이가 있었던 만큼 결혼식이라고 할 것도 없이 같이 살게 되었다. 하지만 아내의 몸에선 양파 냄새가 났고, 사팔뜨기에 다리 마저 저는 불구였다. 그것만 빼고는 참한 색시이긴 했는데, 귀족 영주와 결혼을 한 것을 계기로 '사치'에 눈을 뜨고서는 끝없는 탐욕을 부리기 시작했단다. 푸른 수염은 귀족치고는 검소한 생활을 해왔던 터라 아내의 사치는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이었다. 그래도 푸른 수염은 아내가 만족할 만큼 풍족하게 사치를 부릴 수 있도록 도와줬단다. 그런데도 아내는 그칠 줄 몰랐고, 급기야 '왕의 정부'가 되겠다면서 사교계에 진출하고, 궁정에까지 발을 들여놓으려 했으나 그곳이 어디라고 '사팔뜨기에 절름발이 시골 아낙'을 받아주겠는가. 결국 푸른 수염의 아내는 '왕의 정부'가 되지 못한 원한을 품고 병에 걸렸고, 그만 죽고 말았다.
'야성의 첫째 아내', '술고래인 둘째 아내', '사치스런 셋째 아내'까지 잃어버린 푸른 수염은 상심이 컸지만, 기병 사관의 딸, 블랑슈 드 지보메에게 딱 걸렸다. 그녀는 매우 재치있는 여성이었다는데, 그 재치가 '현모양처'로 이어지진 못했고, 푸른 수염을 '기만'하는데로 기똥차게 굴러갔던 모양이다. 그녀는 결혼한 뒤에 '푸른 수염의 영지' 인근에 있는 귀족이란 귀족은 모두 꾀어서 정을 통했단다. 한마디로 '불륜녀'인 셈인데 푸른 수염이 너무 어리숙한 것이 그녀의 불륜을 더욱 부추기는 축에 끼었다. 심지어 남편인 푸른 수염의 면전에서도 대놓고 바라을 피웠는데, 푸른 수염은 아는지 모르는지 내색조차 하지 않고서 아내를 사랑스런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이 전부였다고 한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인데, 엉뚱하게도 남편에게 밟힌 것이 아니라 '다른 내연남'에게 걸리게 되었다. 네 번째 아내가 불륜을 저지른 방이 그 '작은 방'이었는데, 어느 날에 바람을 피우는 현장을 다른 내연남이 발견하고서는 질투심에 불타올라 칼로 찔렀는데, 그만 푸른 수염의 아내가 칼에 찔려 죽고 말았다고 한다.
이렇게 네 번째 아내까지 비명에 죽자 푸른 수염은 그만 병에 걸리고 말았다. 백약이 아무 소용이 없자 의사는 마지막 처방으로 '젊은 아내'를 맞이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알려주고 떠난다. 사랑으로 얻은 병은 사랑으로 치료하라는 처방이었던 셈이다. 그때 마침 떠오른 여자가 사촌 누이인 '앙젤 드 라 가랑딘느'였다는데, 그녀가 마침 '어리석은 여자'라는 점이 푸른 수염에게 안심이 되었다고 전한다. 그러나 어리석고 착한 여자였던 '라 가랑딘느'는 예쁜 외모 때문에 온갖 수모(?)를 당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예쁜데 어리숙한 그녀를 온 마을의 방탕한 귀족남자들이 찝쩍거린 것이다. 그렇게 예쁘다고 칭찬하고서 성안의 물건을 가져가는 것도 모자라서, 입술을 훔치고, 가슴을 만지고, 엉덩이까지 빼앗겨 버린 이야기를 속도 없이 남편인 '푸른 수염'에게까지 털어놓는 순박함(?)이 푸른 수염을 더 마음 아프게 만들어 버렸다. 그래서 푸른 수염은 어리숙하고 순진한 아내에게 '정신' 차리라고 뺨을 몇 차례 때린 것이 소문이 퍼져 푸른 수염이 아내를 폭행하는 잔인함을 드러냈다고 잘못 알려지게 되는 시초가 되었단다. 한편, 순진한 아내는 남편인 푸른 수염이 오리 사냥을 나간 동안 인형의 치마를 깁고 있었는데, 마침 성을 지나가던 수도사가 앙큼한 마음을 품고서 예쁘고 순진한 부인에게 가브리엘 천사가 영주님의 양말을 숲속에서 깁고 있다면서 부인에게 전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단다. 그렇게 아내를 꾀어낸 수도사는 그녀를 당나귀에 태우고 떠났는데, 그 뒤로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어찌어찌 여섯 번째 아내는 '아리스 드 퐁딸셍'이란 이름의 고아 처녀였단다. 그녀는 욕심 많은 후견인에게 모든 재산을 빼앗긴 채 수도원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처지였는데, 마을 친구들이 중매를 서서 '푸른 수염'과 결혼을 한 것이다. 얼떨결에 한 중매결혼이긴 했지만, 여섯 번째 부인은 꽤나 미인이었다고 한다. 푸른 수염은 다섯 아내를 상처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새로 맞이한 부인을 지극정성으로 사랑하려 했지만, 아리스는 남편이 자신의 몸을 만지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유명한 '작은 방(공주들의 방)'으로 들어가 몇 날 며칠을 홀로 지냈단다. 그래서 푸른 수염은 여섯 번째 아내와도 이혼할 수밖에 없었다. 아내가 자신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던 셈이다. 그렇게 푸른 수염은 여섯 아내를 모두 잃어버렸다.
이제 그 유명한 <푸른 수염>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도니 드 레스프와스'란 미망인이 아들들을 데리고 푸른 수염의 영지(레기예트 성)에서 십 리쯤 떨어진 '라 모트 지롱' 관에 이사 왔다. 그녀는 호화스런 생활을 했으며 근처의 귀족들을 초대해서 파티를 열기도 했단다. 이 미망인에겐 두 명의 딸도 있었는데, 첫째는 혼기를 넘긴 교활한 여자, 안느였고, 둘째는 결혼적령기로 겉으론 순진해보이지만 속으론 조숙한 여자, 쟌느였다. 두 아들은 용기병과 근위기병이었는데, 풍채 좋고 미남자였지만, 성격은 개차반이었던 모양이다. 당시 용기병은 모두 '불량배'라는 소문이 돌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근위기병도 검은 옷을 입은 '흑근위기병'이었는데 역시나 평판이 나빴다. 이런 평판은 당시 '기록'에도 남을 정도였기에 어느 정도 사실임을 입증할 것이다. 암튼 이 미망인 부인은 '푸른 수염'에게 눈독을 들였고, 그가 돈이 많다는 사실도 금새 알아챌 수 있었다. 미망인으로 '돈줄'이 궁한 형편이었고, 주위의 사채업자들의 압류 협박도 심심찮게 받았을 것이 틀림 없다. 그런 부류에게 '푸른 수염'은 아주 좋은 먹잇감이었을 것이다.
이제 여섯 아내를 잃어버린 푸른 수염은 맹수들에게 둘러 싸인 형편이 되었다. 과연 벗어날 수 있었을까? 일단 '결혼'부터 하려 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교활한 언니가 성공했을까? 조숙한 동생이 성공했을까? 아무래도 검소하고 순박한 '푸른 수염'에겐 교활한 여성보다 조숙하지만 내숭을 보이는 여성에게 홀렸을 가능성이 높다. 뭐, 싱싱하고 어린 여성에게 더 끌렸다고 해도 상관이 없을 것이다. 어차피 둘 중 어떤 여성을 아내로 맞이했더래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그래도 두 딸은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 과연 푸른 수염의 재산이 탕진할 정도로 많은지 적은지 말이다. 그래서 요란한 잔치를 벌였다. 그렇게 8일 동안이나 물쓰듯 펑펑 재산을 써버렸는데도 푸른 수염은 끄떡이 없었다. 잔치를 벌이는 동안 난삽한 놀이까지 벌이니 푸른 수염과 쟌느 사이에는 어느새 썸을 넘어선 연인 관계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오래 뜸을 들이고서 푸른 수염은 청혼을 하니 쟌느는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내숭을 선보이며, 미망인은 둘이 서로 좋아서 죽으니 결혼승낙은 어쩔 수 없다면서 허락해준다.
결혼식이 끝나자 푸른 수염은 신부측에게 엄청난 선물을 했음은 당연하다. 그리고 푸른 수염도 한 달간은 아주 행복했으리라. 하지만 교활한 아내는 남편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음에도 남편의 성안에 '내연남'인 젊은 귀족까지 끌여들였다. 푸른 수염에게는 그를 '젖형제'라고 소개하면서 말이다. 다시 말해, 어릴 적부터 같이 지낸 형제같은 남자 친구라고 소개한 것이다. 암튼 한 달이 지나자 푸른 수염은 중요한 사업차 긴 여행을 떠나야만 했다. 이때 고용한 사람이 다름 아닌 '샤를 페로'라고 한다. 푸른 수염은 사촌인 우따르드의 유산을 받기 위해 멀리 행차해야만 했던 것이다. 떠나기에 앞서 푸른 수염은 아내에게 "친한 동무들을 초대해서 마음껏 놀이를 하시오" 그리고 아내에게 집안의 열쇠를 건내주면서 "이 열쇠꾸러미는 당신이 이 집안의 주인임을 증명하는 것이오. 다만, 이 작은 열쇠로 열 수 있는 '작은 방(공주들의 방)'만은 열지 마시오. 그곳은 아주 끔찍한 일이 벌어졌던..나에게 큰 슬픔을 안겨준 방이기도 하오. 그러니 제발 그 방에 들어가선 안 되오. 당신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오"라고 샤를 페로는 이야기하고 있다.
덧붙여 샤를 페로는 남편의 말을 어기고 '작은 방'에 들어갔던 아내가 '그 방'에서 끔찍한 장면을 목격했고, 그 증거로 작은 열쇠에 묻은 핏자국이 그 증거라고 말하고 있지만, 진실은 일곱 번째 아내가 '작은 방'에서 내연남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함이었을 뿐이다. 샤를 페로는 푸른 수염을 악랄한 살인광으로 몰아갔지만, 샤를 페로 이외의 다른 '전기 작가'들은 푸른 수염에게 대해서 상반된 성향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푸른 수염은 예정보다 일찍 일정을 끝마치고 돌아왔고, 마침맞게 아내의 간통 현장을 목격했으며, 이를 계기로 아내와 아내의 가족들은 푸른 수염을 '악랄하고 미친 살인자'로 만들어서 살해 해버렸다. 그리고 이에 관여한 샤를 페로는 자신의 목격담으로 <푸른 수염>을 저술하고서 '일곱 번째 아내'의 기적의 생환과 정황 증거를 제공한 셈이다. 앞서 여섯 명의 아내가 그처럼 행했을 때에도 아무런 '살해'를 하지 않은 푸른 수염이 유독 '일곱 번째 아내'에게만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폭력을 휘둘렀다는 정황은 누가 보더라도 믿기 힘든 일이다. 그런데도 <푸른 수염>에게 이처럼 모욕적인 오명을 뒤집어 씌울 수 있었던 까닭은 이 마지막 살해가 '목격자'가 있었다는데 유효했다. 더구나 그 목격자가 아주 유명한 저술가인 '샤를 페로'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푸른 수염은 죽고, 그의 유산을 이어받을 상속자가 없었으므로, 그의 재산은 모두 그의 아내 '쟌느'의 몫이 되었다. 일부는 언니 안느의 결혼 지참금으로, 일부는 두 오빠의 장교의 지위를 얻는데로, 나머지는 쟌느의 내연남이었던 '슈발리에 드 라 메르류스'와 결혼하는데 사용했고, 그는 부자가 되자 아주 성실한 신사라는 평판을 얻게 되었다는 것으로 아나톨 프랑스의 책은 마무리 된다.
이상은 '푸른 수염'에 대한 오류와 편견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푸른 수염 이야기'에 대한 변주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또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