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병원 입원 날짜가 정해졌다. 가능하면 첫 입원한 병원에서 6주를 채우고 싶었다. 약이 잘 맞은건지 뭔지는 모르지만 한달 반동안 의식이 없던 엄마가 병원 이동 후 얼마 되지 않아 의식을 찾고 차츰 대화가 되고 조만간 목관과 콧줄도 뗄 만큼 좋아졌기 때문에 최대한 있고 싶었지만 새로운 병원 입원 날짜가 좀 더 빨라 5주만에 퇴원하고 이동 할 수 밖에 없었다. 병원을 이동 하면서 간병인 분에게 계속 해줄 수 있는지 의사를 물어봤다. 한번씩 대화할 때 묘하게 주제에서 어긋난다던지 영상통화 하거나 할 때 위화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새로운 사람보다는 나을 것 같았고 단기기억은 휘발성이지만 엄마에게 물어봤을 때 별다른 문제는 없는 것 같아서 계속 고용 하려고 했다.
병원 이동 하는 날은 동생이 대구에서 올라와 전원을 도왔고 그때까진 별 문제 없이 적응 할 줄 알았다.병원을 옮긴 후 2주가 되지 않아 주말에 일이 터졌다.
일요일 아침에 간병인과 통화 하는데
"내가 속상해 할까봐 말을 안하려고 했는데..."
라고 하면서 말끝을 흐리길래 무슨 일이냐 되물으니 새벽에 크게 경련이 왔다고 한다.
순간 든 생각은 이걸 간호사실에서도 간병인도 바로 보호자한테 말을 하지 않으니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구나 싶어 섬뜩해졌다.
다시 들어보니 주말 새벽에 경련이 왔고 약을 주사해서 경련은 잦아들었는데 기운이 없다는 말이었다.
CT 검사는 진행했다고 한다. 간호사실로 전화를 걸어 당직의와 전화 면담이 가능한지 CT검사 결과를 듣고 싶다고 말하니 확인 후에 다시 전화주겠다고 하고 끊었다.그러나 14시간이 넘도록 연락은 오지 않았고 여러번 재촉 전화를 했음에도 묵묵부답이었다.
저녁 늦게나 되어서 전화가 다시 왔고 CT상으론 이상이 없다고 안내 받았지만 전화를 기다리는 그 시간동안 나는 지옥에 또 빠져있었다. 수두증이 온건 아닐지 뇌경색이나 재출혈이 온건 아닌지 나쁜 상상은 끝도 없이 펼쳐졌다.
그날을 기점으로 간호사실과 간병인 사이에도 일이 틀어졌다. 경련이 오고 담당의는 금식을 하라고 했고 간병인도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금식 푯말은 붙어지지 않았고 밥이 그대로 나오길래 밥을 먹였다고 한다. 그걸 회진온 담당의가 발견했고 간병인에게 한소리 한 모양이었다.
간병인은 본인이 억울하다며 나에게 전화가 왔다. 금식 푯말도 없었고 금식하라곤 했는데 그럼 밥이 왜 나오냐며 (에지간히 뭐라했나보다) 하는데 느낌이 좋지 않았다. 간호사실에 전화를 해서 금식이 맞냐 내가 다시 재차 확인했는데 간호사실에선 이상하게 변병을 늘어놨다. 금식 푯말이 있었는데 간병인이 먹인거라고..
난 푯말 여부는 묻지 않았다 . 금식이 맞냐 아니냐를 문의 하려고 했던 건데 뭔가 서로 책임 전가를 시작했다.(식사 취소는 간호사실에서 했어야 하나 그것도 놓친 모양이였다)
밥을 먹여 큰일이 난건 아니지만 이렇게 소통이 안되는데 보호자는 병실로 올라가지 조차 못하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그리고 경련 후 연하곤란이 왔었는데 문제가 없었으니 망정이니 그대로 폐로 넘어갔으면 흡입성 폐렴이었다.
간병인이 사진을 찍어보낸걸 보니 금식 푯말을 붙이지 않긴 했었다. 코로나로 보호자 병동 면회는 다 막아두고 이렇게 소통도 안되고 보호자한테 경련이 났는데 연락조차 없었던게 말이 되는 걸까..
11월 이었고 회사는 인사평가를 앞두고 있었지만 나에겐 선택지가 없었다. 휴직하기로 마음을 먹고 회사에 의사를 알렸다.
3개월 휴직이 가능하고 다행히 입원장 받아둔게 꽤 있어 다음 병원은 내가 직접 진료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인수인계 후 간병에 들어갔다.
재활로 유명하다고 해서 온 병원이었는데 결론적으론 엄마와 맞지 않았다. 뇌출혈 환자는 경련이 오는 경우가 많긴 하다. 하지만 전공의 말로는 약 (병원을 옮기면서 약이 바뀜) 부작용으로 경련이 온 것 같다고 했다. 만약 다른 병원으로 갔었다면 (그때 빅5중 한 곳과 이곳 두군데 중 선택해야했다) 경련은 안오지 않았을까 하는 죄책감..
간병하면서 본 병원 재활치료실은 정말 실력이 있었는데 유독 행정 업무라던지 간호사실하고 안맞았다. 업무 미스가 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때의 난 그런걸 그냥 넘어갈 마음적 여유가 없었다.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바짝 세우고 모든게 예민하게 받아들여질 때였다.
간병인과 교대를 하고 본격적인 간병이 시작되었다. 이번엔 소변줄도 목관도 콧줄도 모두 제거한 뒤였다. 이전보다는 의사소통은 되는 편이라 전에 했을 때 보단 수월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간병이 쉬울리가 없었다. 면회때는 나를 오랜만에 봐서 엄마 컨디션이 좋았던 것도 있었겠구나 생각도 들었다.
경련 이후 이전보다 기력이 쇠해지고 일반식에서 연하식으로 후퇴하게 되었다. 엄마 환자식은 미음과 푸딩, 국에 연하보조제를 타서 먹여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