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잘 적응하기
고등학교 체육대회 때 일이다. 반마다 경쟁의식이 과해지다 보니 체육대회 때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졌다. 체육대회 중 씨름대회가 있었다. 유난히 시험성적이 항상 좋지 않은 반과의 대결이었다. 연거푸 우리 반이 세 판을 내리 이겨 결승에 올라가게 되었다. 그 때 우리 반의 한 친구가 비이냥거렸다.
"운동도 못하냐"
순간 상대편 반 분위기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싸움이 날 뻔했고 선생님들이 말려서 가까스로 크게 번지지는 않았다.
"운동도 못하냐" 6글자에는 숨은 뜻이 있다. "공부도 못하는데 운동도 못하네! " 이 뜻이 숨어 있었기에 상대방이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이처럼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말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단어 선택을 잘못해서 위로하는 말이 비꼬는 말처럼 들릴 때도 있다.
어느 날 택시를 탔다. 그런데 기사님 표정이 밝지 않았다. 조금 시간이 지난 뒤 기사님이 푸념을 하셨다.
"바로 전에 4명 일행이 탔는데 이런 말을 하네요. 목적지에 도착한 뒤 돈을 지불하면서 기사님 매일 힘들게 일해도 돈 많이 못 버실텐데 거스름돈이라도 가지시라고 하면서 가셨네요. 내가 거지도 아니고"
손님들이 나쁜 의도가 있어서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닐 것이다. 기사님을 걱정해준다고 한건데 표현을 잘못한 것이다. 주고도 욕먹은 사례이다.
"왜 이렇게 안색이 안 좋니?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니?"
"옷을 너무 얇게 입으신거 아니세요? 보기만 해도 추워보여요"
"퇴직하고 돈도 없을텐데 네가 밥 사면 안되지"
"직장에서 안 힘든 사람도 있니?"
"꼴이 그게 뭐니? 그동안 마음 고생한게 확 티가 나네"
"아직도 안된건가요?"
"벌써 군대에서 휴가 나왔네?"
"이거는 할 수 있지?"
"성격은 좋네"
"너도 결혼해야지"
문장 또는 단어, 조사를 잘못 선택하는 경우 의미가 확 달라진다. 긍정적인 의미가 한 순간에 부정적이거나 비아냥 거리는 의미로 확 바뀌어 버리는 것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과거 올림픽 중계를 하는 경우 해설자들이 이런 멘트를 자주 하고는 했다.
"아쉽게도 은메달에 그쳤습니다"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습니다"
이 문장들은 긍정적인 의미의 표현으로 다음과 같이 바꿀 수 있다.
"값진 은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올림픽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같은 뜻이라도 부정적인 뉘앙스의 표현 (그쳤습니다, 실패했습니다)이 아니라 긍정적인 표현 (값진, 좋은 모습)을 썼을 때 의미가 살아나게 된다.
이 쯤되면 고민될 것이다. 어떻게 말해야 상대방과 긍정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지 말이다.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기'에 참 어렵기만 하다.
딱 이것만 생각하자. 복잡한 화술법 이런거 다 내려놓자. 그거 다 기억해가면서 일일이 지킬 수도 없다. 이 세가지만 챙기자.
"힘들어 죽겠어", "예뻐 죽겠어", "좋아 죽겠어"
힘들어 죽겠다는 표현은 이해가 가는데, 예쁘고 좋은데 왜 죽겠다는걸까? 죽겠다는 표현 대신 그냥 "예쁘다", "좋다" 이렇게 표현하자.
그리고 부정적인 생각은 입 밖에 내지 말자. 티벳 속담에 '걱정해도 해결되지 않을 문제면 걱정할 필요가 없고, 걱정해서 해결되었을 문제면 걱정할 필요조차 없다'는 말이 있다. 걱정해봐야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걱정하면 나만 힘들어진다. 이럴수록 긍정의 말을 더 써보자.
필요 이상으로 상대방에게 위로랍시고 주절주절 말할 필요 없다. 정말 힘들때는 상대방이 위로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히려 짜증이 난다. 나는 그거 할 줄 몰라서 지금 이러고 있겠냐? 이 생각만 난다.
성경에서도 가족과 전 재산을 잃은 욥에게 세 친구들이 찾아온다. 이들은 위로랍시고 왜 욥이 고난을 당할 수 밖에 없는지 자기들의 철학을 펼쳐 보인다. 욥은 친구들에게 큰 서운함을 느낀다.
아까 사례에서 택시기사분께 "힘들게 일해도 돈 얼마 못 버시는" 이런 표현 대신 "수고 많으십니다" 이 정도로만 표현했으면 서로 좋았을 것이다. 필요 이상의 상대방 걱정은 역효과를 일으킨다.
처음에는 긍정적으로 말하다가 차츰 부정적으로 말하거나, 이 주제 이야기했다가 삼천포로 빠져버리면 상대방은 의아하게 생각한다. 나를 놀리는건가 싶기도 하다.
정보를 전하고 싶거나 위로하고 싶거나 훈계를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 목적을 유지해야 한다.
"너는 수학을 참 잘해. 이건 엄청난 장점이야. 근데 영어는 못하네. 이러면 곤란하지"
이게 칭찬일까? 비판일까? 한번에 두가지 메시지가 들어오면 상대는 혼란을 느끼게 된다.
말하기 전에 5초만 생각하자. 지금 상대방 기분이 어떤지, 내가 이 말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 고민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일단 말해버리고 나면 주워담을 수 없다. 조금만 더 생각하고 신중하게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말이 사람을 웃게 하고 울게 하는 것은 의외로 문장 하나, 단어 하나, 작은 조사 하나인 경우가 많다. 한 문장 잘못 썼을 뿐인데 엄청난 후폭풍이 밀려오기도 한다.
십여 년 전 한 국회의원이 성추행으로 궁지에 몰린 적이 있었다. 그 국회의원이 해명한답시고 한 한 마디는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되었다.
"식당 아주머니인줄 알고 그랬다"
이 말 한마디에 식당 아주머니에게는 성추행을 헤도 괜찮은거냐는 비판이 쏟아졌고 그의 정치인생은 그걸로 끝나게 되었다.
말 한마디에 주의해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오지랖 넓게 너무 상대방 위로하지 말고 말 하기 전에 조금 더 생각해보자. 부정적인 표현 대신 긍정적인 표현을 쓰자. 이것만 주의해도 말로 실수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말이 입힌 상처는 칼이 입힌 상처보다 크다 (모로코 속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