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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물어봐도 대답없는 사람이 있나요?

(Feat. 대답없는 너)

by 보이저

첫째 아이는 엄마, 아빠가 뭘 물어봐도 좀처럼 잘 대답하지 않는다. 한참 티비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경우에는 더하다. 세 번은 물어봐야 간신히 대답이 단답형으로 "응", "아니야" 대답이 나온다.


참다 못해 엄마가 "너 엄마 무시하는거니?" 물어보면 "아니야, 나 지금 바쁘잖아" 대답만 돌아온다. 아직 초등학교 4학년이라 사춘기일리는 없고, 내가 버럭 화내면 "아빠가 화내면 더 대답 안할거야" 답만 돌아오곤 한다.


가수 김종서의 데뷔곡이었던 '대답없는 너'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잘 대답하지 않는 유형


유난히 다른 사람이 무엇을 물어봐도 잘 대답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귀가 어두워서 못 듣는걸까 싶은데 또 그런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어릴 때 버스를 타면 버스 앞에서 "이 버스 OOO 가나요?"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때 많은 기사님들은 대꾸하지 않고 그냥 버스를 출발시키고는 하였다.

회사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아무리 전화해도 받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문자를 보내고 이메일을 써도 그냥 대답없는 너이다. 벽에다가 이야기하는 느낌이다.


가끔은 가스라이팅 목적으로 대답하지 않는 악한 사람들도 있다. 직장에서 마음에 안 드는 후배가 업무를 물어봐도 대답해주지 않고 면박만 준다. 심지어 이들은 후배가 인사해도 무시한다. 이걸 통해 후배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하고 자기 비위를 맞추도록 조종한다.


학교에서도 선생님이 물어보면 딴청을 피우거나 건성으로 대답하는 학생들이 있다. 내가 뭘하던 간섭하지 말라는 반항심에서 그러는 것이다.





잘 대답하지 않는 사람들의 심리


사람이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 것일까?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1. 계속되는 질문에 대한 피로감


똑같은 질문이 수도 없이 들어올 때 사람은 지치게 된다. 특히나 내 기분이 좋지 않거나 예민해져 있을 때 이런 질문이 들어오면 거부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보통 질문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궁금한 사람 입장에서는 연거푸 계속 궁금한 걸 알고 싶은 것이다.


"이거 영등포역 가는 버스인가요?"

"영등포 로터리까지만 가요"

"여기에서 영등포역까지 가는 버스 혹시 있을까요?"


이러면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부터 '정류장에 붙은 노선도 찾아보면 되잖아' 이런 생각이 들게 된다. 불친절한 반응이 생기기 쉬운 것이다.




2. 만만한 사람에 대한 무시


나보다 높은 사람이 물어보면 절대 침묵하지 않는다. 온갖 공손한 제스처를 취하며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모드로 돌변한다. 그러나 이들은 내 이해관계에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하거나 나에게 감히 큰 소리를 칠 수 없는 사람이 물어보면 태세를 전환한다. 형식적인 답변으로 일관하거나 아예 침묵한다.




3. 너무 바쁜 경우


직장에서 제대로 대답하지 않고 침묵하는 사람에 대해 단순히 개인의 인성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그 이면에는 시스템 차원의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일이 너무나 바쁘다. 나에게 주어진 일을 쳐내기도 힘들다. 그런데 수시로 전화는 울린다. 일일이 응대할 수가 없다. 이 전화들 다 받다보면 결국 내 일은 남들 퇴근하고 난 이후인 저녁 6시부터 시작해야한다. 그럴 수는 없지 않겠는가?




4. 질문을 한 사람에 대한 과거 기억이 좋지 않을 때


한 번 질문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질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조르거나 화를 내거나 강요하는 스타일의 사람들도 있다. 한 번 겪으면 진이 빠진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이들은 블랙 리스트가 되어 나중에 또 질문을 할 경우 질문자가 기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잘 대답하지 않는 경우 발생하는 문제


사람들은 불만을 갖게 된다. 한 두 번도 아니고 연거푸 이런 일이 발생하면 이 사람에 대한 나쁜 여론이 형성된다. 아무리 전화를 해도, 문자를 보내고 이메일을 보내도 아무 대답이 없거나 며칠이 지나서야 겨우 답이 온다면 이 사람과 같이 일하기 힘들어진다.


요즘은 블라인드 같은 직장인 익명 게시판이 있어서 이런 사람들은 공공의 적이 되기도 한다. 그 불이익은 본인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잘 대답하지 않는 사람 대처 방안


내가 도움을 받아야 할 때 받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짜증나는 일이 없다. 이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1. 따뜻한 위로를 건내자


정말 어렵사리 통화가 된다면 왜 전화 걸어도 안 받느냐고 따지지 말자. 그래봐야 싸움밖에 안된다. 결국 내 목적도 얻지 못하게 되고 기분만 상하게 된다.

이 때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활용하자. 코칭의 대가 데일 카네기는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는 말을 먼저 건낼 때 많은 경우에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고 한다.


실제 그가 불친절했던 백화점 점원을 만났을 때. 매일 다양한 성격의 손님을 상대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위로하자 금새 점원의 눈가가 촉촉해지더니 엄청나게 친절해졌다는 고백을 하기도 하였다.


사람은 누구나 위로에 목 말라있다. 나도 하루에 전화 100통 받는 업무를 하게 된다면 솔직히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응대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 같다.

따뜻한 위로의 말이 얼어있는 상대방의 마음에 따뜻한 바람이 되는 경우가 많다.




2. 대답 없는 담당자의 상위자 (임원/팀장)를 참조로 넣자


그러나 전화를 해도, 문자를 보내도, 이메일을 보내도 끝까지 아무런 답이 없으면 결국 이 담당자 선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이 때는 그 담당자의 상사가 이 상황을 알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겁해 보일수도 있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빨리 일이 처리되도록 하는 것이 낫다.


단, 이 경우에는 이메일을 보내기 전에 나의 팀장에게 관련 내용을 먼저 보고하자. 팀장이 참조자로 들어가는 순간 팀장 대 팀장의 일이 되어 버린다. 체급이 올라가기에 미리 허락을 맡고 진행해야 한다.




3. 대답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자


워낙 바쁘거나 신중한 성격이어서 빠르게 대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쪼으면 다 된다"는 식으로 독촉하지 말자. 정말 급한 일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상대방 입장에서는 짜증나게 된다. 대답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부여하자. 그래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자.




4. 시스템을 갖추자


이건 일반 직원들이 할 수 없는 일이고, 관리자들이 해야 하는 일이다. 반복되는 질문, 때로는 갑질하는 직원들을 응대하느라 직원들은 몸과 마음이 지칠 수 밖에 없다. 이걸 CS교육과 같은 인성교육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한다. 누가 그 업무를 하더라도 질문하는 사람, 질문받는 사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도록 제도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자주 질문이 나오는 것은 Q&A를 만들자. 상세한 메뉴얼도 도움이 된다. 많은 대기업들은 AI챗봇 등을 도입하여 자동으로 AI가 답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런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무리하며


물어봐도 대답 없는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짜증나는 일이다. 아무리 상대방이 바쁘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해도 당장 내 문제가 여기서 걸려 막혀 있으면 답답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내가 조바심낸다고, 독촉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예전에 술이 떡이 되서 편의점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어떤 아저씨를 본 적이 있다. 알바생이 아무리 그 아저씨를 끌어내려고 해도 덩치 큰 아저씨는 요지부동이었다.


다른 알바생이 그 아저씨에게 담배 하나를 내밀더니 어깨를 다독였다. 그러자 벌떡 일어나더니 편의점 밖으로 그 알바생과 같이 나갔다. 그걸 보면서 힘으로 끌어내는 것보다 다독이는게 더 큰 효과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짜피 화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면 다독여보자. 그리고 당신이 고위 관리자가 된다면 메뉴얼이나 Q&A, 업무량 조절과 같이 시스템으로 접근하자. 개인의 인성을 탓하기 전에 무엇이 개인의 인성을 이토록 야박하게 만들었는지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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