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못러에서 벗어나기
신입사원 시절의 일이다. 월말이라 수북히 쌓인 전표를 하나씩 확인해가며 일일이 도장을 찍고 있었다 (그때는 그렇게 처리하던 시절이었다)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데 한 선배사원이 내 등 뒤에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계속 쳐다보고 있어서 결국 물어봤다.
"뭐 말씀하실 거라도 있으실까요"
"너 전표 똑바로 처리하나 보려고. 지난번에 면세로 잘못 입력된 전표 도장 찍어서 돈 잘못 나갔었잖아"
지난번 실수도 있었던터라 더 대꾸하지 못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였다. 그런데 쳐다보는 사람이 있으니 집중이 되지 않고 혹시 또 트집 잡힐까봐 온 신경이 그 쪽으로 쏠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일하다 보면 가끔 내가 일하는 것을 누가 뚫어지게 쳐다보는 경우가 있다. 옆자리 동료를 만나기 위해 온 사람일수도 있고, 나한테 무엇인가를 부탁하려고 하는 사람일수도 있다.
특히나 쉽게 긴장하고 다른 사람 시선을 잘 의식하는 사람들은 이런 시선에 주의를 금방 뺏기게 된다. 평소에 잘 하던 일들도 누가 계속 지켜보면 부담을 느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니터에 보안필름을 붙이고 거울을 자리에 놓는 것도 쳐다보는 이런 시선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나를 지키고 싶어하기에 누가 나를 쳐다본다고 느끼면 일에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다.
이유는 다양하다.
-나 또는 주변 사람에게 용건이 있어서 왔다가 우연히 쳐다보게 된 사람
-내가 불러서 온 사람
-내가 뭘하는지 궁금한 사람
-쳐다본게 아닌데 쳐다보는 것으로 오해한 경우
사실 많은 경우, 나에게 용건이 있어서 왔다가 내가 하는 일을 쳐다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상대방에게 무엇인가를 급하게 찾아서 보여줘야 하는데 긴장하게 될 때가 많다. 꼭 그럴때는 컴퓨터가 에러가 나거나 파일이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참 당황스러워 진다.
결국 해결책은 간단하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하면 되는 것이다. 두 가지로 상황을 나눠서 해결책을 드리고자 한다.
이때는 마음이 급한 경우가 많다. 빨리 자료를 찾아서 찾아온 사람에게 줘야 한다. 기다리는 사람을 의식하다 보니 생각이 경직된다. 심지어 마우스 클릭도 마음대로 안되고 아이디, 비번도 자꾸 오타가 난다.
왜 이러지 싶은가? 그건 당신이 쫓기기 때문이다. 시야가 좁아지기에 조금만 더 고민하면 풀릴 문제가 막히게 된다.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그 사람을 안 오게 하거나 미리 다 준비한 상태에서 오게 하는 것이다.
-이메일을 통해 충분히 설명해서 상대방의 이해를 돕자
-미리 자료를 챙기자. 화면에 자료를 다 띄워놓고 오면 바로바로 설명할 수 있도록 하자
-내가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한 후 부르자
반대로 내가 다른 사람 앞에서 기다리는 경우, 눈치껏 자리를 피하자. 누군가가 바로 옆에서 쳐다보고 있으면 부담스럽기에 폰을 보거나 멀찌감치 떨어져서 그 사람이 다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센스 있는 행동이다.
영어로 Trespassing이라고 한다. 몰래 보는 것이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신경쓰이고 짜증나는 일이다.
많은 경우 모니터에 보안 필름을 붙인다. 정면에서 보지 않는 이상 다른 방향에서는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딴 짓 하려고 그러는 것이냐'는 오해를 받는 경우도 있다.
자리를 바꾸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자꾸 쳐다보는 사람이 있다면 주의를 주자. "쳐다보지 마세요" 이런 직설적인 방법이 아니라, "혹시 저한테 관심있으신거 아니죠?" 이렇게 돌려서 말해보자.
업무 때문에 사람이 와서 보는 경우라면, 양해를 구하자.
"제가 다 찾아보고 나서 연락 드릴께요" 이렇게 말이다.
가장 좋은 것은 사람을 부르기 전에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굳이 당황해서 이거 찾고 저거 찾고 할 필요 없이 미리 준비해서 짠! 하고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면 시간도 줄일 수 있고, 일 잘한다는 인상도 줄 수 있다.
사람들이 쳐다본다는 것은 분명 부담스러운 일이다. 평소 훈련 때 그렇게 잘하던 운동선수들도 관중들이 꽉 들어찬 경기장 안에서 뛰게 되면 긴장하게 된다. 한 신인선수는 데뷔전 소감을 물으니, 머리속이 하얘져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긴장되는 상황에서 덜 긴장하고 평소대로 일하는 것이 바로 실력이다. 마인드 컨트롤도 좋지만 아예 긴장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업무 때문에 오는 사람이 있으면 미리 자료를 준비하자. 그리고 갑자기 온 사람에게는 확인해서 보내주겠다고 양해를 구하자. 힐끗힐끗 몰래 쳐다보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불편해 한다는 걸 인식할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