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는 사람이 있나요?

괴롭힘에서 벗어나기

by 보이저

철규는 반장이 꼭 되고 싶었다. 그러나 반장선거에서 반장으로 뽑힌 인물은 은희라는 의외의 아이였다. 철규는 속이 상해 견딜 수가 없었다.

'내가 순순히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 두고봐라'


철규는 기석이를 떠올린다. 기석이는 고아원에서 사는 아이이다. 늘 헝크러진 옷에 잘 씻고 다니지 않는 몰골을 하고 있어 반 친구들이 기피한다. 철규는 가끔 기석이한테 맛있는 과자를 사주고는 해서 기석이는 철규를 상관처럼 따랐다.


철규는 기석이에게 접근하였다.

"너 이거 하나만 부탁 들어줄래? 은희 가방에 이것 좀 넣어줘"


철규가 건낸 것은 개똥이었다. 기석이는 싫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유일한 친구인 철규를 잃을까 두려웠다. 결국 기석이는 철규가 건낸 개똥을 은히 가방에 집어 넣었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은희가 비명을 지른다.


"으악! 이게 뭐야?"


큼지막한 개똥이 은희 가방에 들어있었다. 그 때 누군가가 소리쳤다.

"기석이가 쉬는 시간에 은희 가방 여는거 내가 봤어!"


모두의 시선이 기석이에게 일제히 집중되었다. 기석이는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철규는 마치 남 일이라는 듯이 먼 산을 바라보며 딴청을 부리고 있었다.




나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나요?


아주 옛날에 어린이 만화에서 읽었던 내용을 각색하였다. 기석이는 그 뒤 어떻게 되었을까? 만화에서는 결국 이 모든게 철규의 소행인 것이 드러나게 되고 기석이는 누명을 벗게 된다. 문제는 현실에서도 이런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는 점이다.


이전 회사 팀장이 그 전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알코올 중독자로 늘 술을 입에 달고 다니던 사람이었다. 심지어 책상 서랍장에도 소주병을 두고는 야근할 때 한 두 잔씩 홀짝홀짝 마시는 정도였다.


문제는 이 사람이 직속 임원만 자리를 비우면 고약한 버릇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팀원들을 데리고 외부 회의가 있다는 핑계를 대며 퇴근 시간 전에 나가는 것이었다. 그날은 오후 4시부터 술판이 벌어졌다. 부어라 마셔라 코가 비틀어지도록 마셔댔다.


이 사람이 데리고 다니는 팀원은 꼭 3명이었다. 입단속을 전제로 하고, 사원증을 나한테 맡기고는 유유히 떠나가고는 했다. 사원증을 나에게 맡겼던 이유는 간단하다. 퇴근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이다. 정상적으로 퇴근했음을 기록으로 남겨야 했기 때문이다. 10분 간격으로 출입증을 리더기로 부지런히 찍어 대는것은 내 몫이었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다. 그 회사를 떠나고 일 년 뒤 결국은 일이 터졌다고 한다. 누군가가 근무시간에 술을 마시는 그들을 발견했고 소문은 삽시간에 회사 전체로 퍼졌다고 한다. 결국 그들 모두는 중징계를 받았고 팀장은 권고사직 형태로 회사를 나가야만 했다고 한다.


그 팀원들은 왜 술판을 벌였던 것일까? 약점을 잡혔기 때문이다. 항상 낮은 평가를 받던 한 사람은 그렇게 친해지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다른 사람은 법인카드 부정사용 건이 여러 번 있어 약점을 잡힌 상태였다. 팀장이 기가 막하게 간파하고 이들을 가담시켜 공범을 만든 것이었다.


만일 나도 그 회사를 계속 다니고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출입증을 무단으로 찍었기에 나 역시 징계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이 일은 나에게 경각심을 주었다. 절대 잘못된 일에 휘말려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 계기가 되었다.



조종을 잘 당하는 사람들의 주요 특징


1. '바보같이' 착한 사람

정말 세상 물정 모르고 순수하다. 꼭 지켜주고픈 보호본능이 느껴지는 사람이다. 그러나 세상 모든 사람이 다 그럴까? 절대 아니다. 나르시시스트 성향이 있는 사람들은 이런 사람을 귀신 같이 알아보고 빨대 꽂으려고 다가간다. 거절할 때는 거절하고 싫은 소리가 필요할 때는 싫은 소리도 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걸 못한다. 그래서 호구가 되는 유형이다.


2. 켕기는게 있는 사람

뭔가 떳떳하지 못한게 있다. 근태가 엉망이거나 일을 못하거나, 법인카드 부정사용 등 비리에 연루되어 있다. 파파라치가 연예인들 약점 잡으면 물고 늘어지듯이 이런 사람들을 이용하는 악한 사람들이 있다.


3. 소외된 사람

늘 관심과 사랑을 그리워한다. 누가 관심을 가져주면 그렇게 좋아한다. 어렵게 얻은 관심과 사랑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악한 사람들은 이 점을 이용해서 처음에는 잘해주다가 시간이 지나면 본색을 드러낸다. 노숙자들 꾀어서 각종 범죄에 투입하는 유형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당하지 않는 방법


일단 발을 한 번 들여놓으면 빠져나가기는 대단히 어렵다. 나도 피해를 상당부분 감수해야 한다.


우리나라 거의 대부분의 프로 스포츠는 승부 조작 파문이 몇 차례씩 휩쓸고 지나갔다. 승부 조작이 이루어지는 방법은 대동소이하다.


대표적으로 축구의 경우, 예전에 같은 중학교, 고등학교, 같은 프로팀에서 뛰었던 선배들이 인맥을 내세우며 접근한다. 쉽게 돈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패스 한 번만 실수해서 상대팀 선수에게 건네면 된다고, 딱 그거 한 번만 하면 된다고 꼬드긴다.


차마 인정상 선배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들어주게 된다. 그 실수는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제부터 그 선배는 본격적으로 마수를 뻗히고 들어온다. 계속 부탁을 들어달라고 협박하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지난 번 일을 폭로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인정 상 부탁을 들어줬던 일이 결국 한 선수를 파멸로 이끄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1. 절대로 정에 이끌리지 마라


정에 쉽게 이끌리는 사람이 있다. 거절을 잘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파리가 꼬이게 된다. 부탁을 아예 들어주면 안된다.


가령 내가 회사에서 일을 잘 못해서 늘 주눅들어 있고 힘들어 한다. 어느 날 팀장이 조용히 제안한다.


"이번에 리더십 평가 보고서 부사장님께 제출해야 하는데 내 점수 살짝 올려줄 수 있어? 내가 너 인사평가 잘 줄께. 우리 둘 말고는 아무도 몰라"


일을 못하는 사람에게 좋은 인사평가는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다. 어짜피 아무도 모를텐데... 열에 아홉은 슬그머니 그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공범이 되는 것이다. 과연 하나만 부탁하고 끝날까? 절대 아니다. 계속 무리한 부탁을 하게 된다. 어짜피 이제 우리는 한 배를 탔으니 같은 운명공동체라는 논리를 펴게 된다. 만약에 문제가 터지면 나를 보호해줄까? 절대 아니다. 나를 방패막이 삼아 자기는 빠져나오려고 할 것이다. 아예 시작을 하지 말아라.



2. 빨리 폭로해라


혼자만 끙끙 앓고 있지 마라. 이건 폭로해서 공론화해야 한다. 만약에 다른 팀원들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는데 나만 거절하고 있다면 왕따되기 십상이다. 눈이 하나만 있는 사람들 마을에서는 눈 두 개 있는 사람이 장애가 있다고 취급받는다. 내가 딱 그 짝이 되기 쉽다.


빨리 폭로해서 악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K리그 충북청주FC 이한샘 선수는 은퇴한 선배가 5,000만원을 제안하며 자책골을 넣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을 곧바로 신고했다. 제안했던 선수는 바로 구속되었고, 폭로했던 이한샘 선수는 지금 만 36세의 나이에도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만일 이한샘 선수가 그 때 선배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받아들이지는 않았어도 혼자서 끙끙 앓고 있었다면 과연 그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현명한 판단이 선수 커리어를 지켜낸 것이다.



3. 평소에 딱 부러진 모습을 보이자.


악한 사람들은 아무에게나 접근하지 않는다. 부탁을 들어줄 만한 사람을 찾아서 접근한다. 맺고 끊는 것을 확실하게 하라. 그러면 맺고 끊는다는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냐고 물어볼 수 있다. 들어줄 부탁은 확실하게 들어주고, 안 들어줄거는 딱 거절하자. 나중에라도 여지가 있음을 보이지 마라.


보험 권유 전화를 받으면 가입을 할 듯, 말 듯 망설이는 유형의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10분 이상을 통화하다가 결국 보험에 덜커덕 가입하게 된다. 그렇게 내 월급은 줄줄 새게 된다. 보험료 받으려고 일부로 다칠 수도 없고... 그런 상황에서는 똑 부러지게 거절하자. 온갖 쌍욕을 퍼부으며 보험 권유 전화 거절하는 사람들도 많기에, 내가 단호하게 거절한다고 해서 매너 지수에서 상위 50% 아래로 내려갈 일 절대 없다.




마무리하며


직장에서는 서로 아껴주고 이해하며 다정하게 일 할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건 현실에서 불가능한 소리이다. 남을 조종하며 내 이익을 취하려는 나르시시스트 성향을 가진 사람이 널려있는게 직장의 현실이다.


이들은 내 이익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만만한 사람을 찾아내서 구워 삶은 다음에 은밀한 유혹을 제안한다. 여기에 빠져 드는 순간 끝장이다. 이런 사람이 있다면 단호하게 거절하고, 그게 범법의 요소까지 있다면 빨리 신고하자. 조금이라도 들어주는 순간 나도 공범이 되고 빠져나오기 힘들게 된다. 그런 사람은 아예 인간으로 취급하지도 말자. 부서에 날라 들어온 사람 말 할 줄 아는 똥파리라고 여기자.


우리 하나 하나는 존엄성을 지니고 있다. 남에 의해 함부로 그 존엄성이 짓밟혀서는 안된다. 그럴 여지를 처음부터 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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