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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격태격VS학교폭력

일러라 일러

by silvergenuine

<저학년 교실에서 자주 있는 호소 상황>

어느 쉬는 시간 A가 담임에게 와서 얘기를 한다.

“선생님, B가 내 팔을 치고 그냥 갔어요.”

“그래? B한테 얘기해봤니?”

“아니요.”

“그럼 B한테 가서 직접 얘기해봐.”

아이가 놀고 있는 B에게 가서 혼자 소곤소곤 뭐라고 말을 한다. B는 그 쪽은 돌아보지도 않은 채 노느라 정신이 없다. 아이가 다시 담임에게 와서 얘기한다.

“제가 말했는데, 미안하다고 안해요.”

“그래? 네가 B를 불러서 들을 준비가 되면 말을 해야하는데 그냥 말하니깐 못 듣는 것 같더라. B 데리고 같이 이리 오렴.”

아이가 B를 데리고 다시 교탁으로 왔다.

“B야, 선생님이 왜 불렀는지 아니?”

“몰라요.”

“그렇구나, A가 너에게 할 말이 있대, A야, 지금 다시 한번 말해봐.”

A: “너가 아까 내 팔 치고 갔어”

B: “미안해.”

A: “괜찮아.”

미안해와 괜찮아가 자동반사수준이다. 아임 파인 땡큐 앤쥬?

그래도 커플 싸움 단골 멘트 “뭐가 미안한데?”는 없구나.


조금만 소통하고 알아보려고 하면 오해가 없을 텐데, 상대가 툭 부딪치고 간 걸 때렸다고 받아들이고, 그걸 또 바로 담임에게 이르러 오는 행동을 내가 저학년을 처음 맡던 때에는 잘 파악하지 못했었다. 진짜 때린 줄 알고

“A야, B를 때렸다며? 왜 그랬어?”

“안 때렸는데요.”

“네가 때렸다던데?”

A와 B의 서로 억울한 표정을 보며 상황을 다시 파악하고 정리해주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기 일쑤였다.

이제는 이런 상황이 오면 우선 상대방이 모르고 그랬는지, 일부러 그랬는지 직접 물어보고 확인부터 하라고 한다.


모르고 그런 경우, 이르러 온 아이가 살짝 무안해지기도 하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다음부터는 담임에게 오는 과정 없이 스스로 친구에게 확인하고 오해를 풀 수 있게 된다.

간혹, 일반적인 아이들이라면 그냥 스쳤나보다라고 생각할만한 상황을 신체 접촉에 많이 예민한 아이가 과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는데, 이로 인한 고자질이 많아지면 담임이나 상대 아이 모두 피로감이 들게 된다. 타고난 기질도 있겠지만, 성장과정에서 타인과의 신체놀이 경험이 적거나 경계심이 높아서 이런 반응을 하는 건가 추론을 해본다. 예민한 아이에게 상대가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니 이해해주라고 하고, 상대 아이에게는 되도록 친구 몸에 함부로 닿지 않도록 행동을 조심하라고 주의를 준다.


한편, 일부러 치고 간 상황이면 이야기가 길어진다. 둘 사이의 묵은 에피소드, 감정들이 튀어나오곤 하는 것이다.

담임: "C야, 네가 D를 때렸다는데 무슨 일인지 말해줘."

C: “쟤가 지난 번에 저한테 같이 안 논다고 그랬어요.”

D: “놀고 있는데 네가 같이 하자고 하니깐, 자리가 없어서 그랬지.”

담임: “친구들 노는 거 같이 하고 싶었는데 C를 안 끼워줘서 속상했구나. D야, 그 놀이가 다른 친구를 중간에 끼워줄 수 없는 놀이였니?”

D: “네!”

담임: “그럴 때는 상대방 기분이 상하지 않게 정중하게 거절하면서 이유도 말해 줘야 돼. ‘지금은 자리가 없어서 누가 더 같이 할 수가 없어. 미안해, 다음에는 같이 하자’라고 말해주면 좋겠어. C야, 그러면 네 기분이 덜 나빴겠니?”

C: “네.”

담임: “그래. 네가 속상했던 것은 알겠어. 그래도 담부턴 친구 상황도 좀 봐주고, 서운하더라도 친구를 때리지 않아야 해.”

사실 이렇게 지도하는 데는, 우리 1학년 아이들의 경우 친구 상황은 아랑곳 않고 놀고 있는 친구들 곁에서 주구장창

“나도 같이 놀자, 나도 같이 하면 안돼? 나도 같이 놀자, 나도 놀자.”

하고 염불 외듯이 계속 말하는 친구도 있기 때문이다. 보다듣다못해 내가

“얘야, 그냥 다른 놀거리 좀 찾아서 놀아. 지금은 안 되는 상황 같아.”

하고 떼어놓기도 한다. 더 크면 자연스레 안하게 될 행동이지만, 아직은 내 맘대로 안 되는 것도 있다는 것을 경험해가는 일학년이다.


학교 폭력이라 부르기엔 너무 아기자기해보이는 1학년의 교실 모습을 담임의 입장에서 써보았는데, 사실 위와 같은 상황을 아이가 집에 가서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학부모의 문제로 번지기도 한다.

“반에서 누가 자꾸 우리 아이를 치고 간대요.”

“누구누구가 노는데, 우리 아이만 자꾸 안 끼워준대요.”

라고 연락이 오면, 학부모의 속상하고 불안한 마음에 공감해주고, 객관적 상황을 정리해서 전해준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교실 상황을 직접 보지 못하기에 아이 얘기가 다 사실인지 알 수도 없고 답답한 마음이 들 것이다. 담임에게 이런 일로 전화하려면 많이 망설여지고, 고민도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나 교사 때문에 힘들었다고 말하면, 그 말을 하는 이유를 찾아보면 좋겠다. 부모의 공감과 지지를 받고 싶은 것인지, 해결을 원하는 것인지. 보통은 부모의 공감과 지지면 충분할 때가 많다.

“그랬어? 그 애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았겠네. 혹시 걔한테 말해 봤어?”

“아니, 그냥 참았어.”

“그랬구나, 다음에 또 그러면 왜 그러는지 물어보고 하지 말라고 말해봐. 그런데 무시하고 또 그러면 선생님께 말씀드려봐. 엄마가 선생님께 전화드려서 말씀드릴까?”

“아니, 전화하지마.”

아이가 선생님께 전화하지 말라고 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독립심과 사회성 발달의 이유다. 학교 생활은 곧 아이 자신의 사회생활이기 때문에 아이 스스로 헤쳐나가는 힘을 키우려는 본인 스스로의 선택이다.

다른 이유는, 집에서 전한 이야기에 자기가 지어낸 것이 섞여있거나 자기 잘못은 쏙 빼고 전하는 경우가 있어서다. 이 경우, 부모가 교실에 전화했다가 사실이 다 드러나면 자기가 역풍을 맞을 것을 아이도 아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종종 있어서, 담임과의 통화 이후 이야기를 지어내서 전달하는 행동이 줄어드는 것을 종종 보았다.


위 상황들은 학교 폭력이라기보다는 인간 관계에서 자연스레 발생하는 티격태격으로 보는게 아이 성장에 더 도움이 된다. 하지만 진짜 학교 폭력이라면 믿을만한 어른의 적극적인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학교 폭력은 다음의 성립 요건을 가진다.

1. 지속성과 반복성

단순한 갈등이나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피해자를 괴롭힘

2. 공격적인 행동

신체적 폭력 뿐 아니라, 언어적 괴롭힘, 사회적 배제(왕따, 은따), 사이버폭력 등 다양한 형태로 피해자에게 심리적, 정서적 고통을 주는 행위

3. 피해자가 피해 상황을 인지하고 불쾌감을 느낌.

4.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힘의 불균형이 존재함.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신체적, 사회적, 심리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음.


피해자는 학교 폭력을 인지하면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말고, 교사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서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만약 1차 고발 후 보복이 있다면 반드시 다시 2차 고발을 해야한다. 또 보복하면 3차 고발...

또라이, 찐따라고 주변 것들이 비웃더라도 절대 굴하지 말고 계속 교사에게 학폭 상황을 알리기를 바란다. 끝장을 보자.

<참고영상: 광희의 현명한 학폭대처방법> https://www.youtube.com/shorts/dT7jLXAT928

#교사들이 학폭예방교육에 많이 활용함. #말 못하는 아이는 괴롭혀도 또라이는 못 건드린다. #잘했어광희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리면 가해자가 피해자 탓을 하는 씁쓸한 상황도 발생한다. 가해자 부모가 제 아이 생기부에 학폭 기록 안 남기려고, 아니면 합의금을 물기 싫어서, 아니면 현실 부정까지. 학폭 가해자의 행동을 교정하려면 부모가 참담한 심정으로 자식 교육을 돌아보고 사죄해야 하는데 그게 부족한게 현실이다. 그게 가능한 부모라면 애초에 아이가 심각한 학폭 가해자로 자라지도 않았겠지.

가볍게 시작해서 신랄하게 끝을 본다.


사실 경험 없던 초임 시절 난 가해자의 궤변에 휘둘리는 부끄러운 담임이었다.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던 옛 제자의 페이스북을 우연히 보게 되었을 때 그가 잘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하였고, 나의 부족함에 부끄러웠고 미안했다. 세월의 무게만큼 중심을 잃지 않는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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