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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말씀은 잘 들어요

그것 참 고마운데

by silvergenuine

늦둥이 1학년 아들이 마냥 귀여우신 한 어머니와 교실에서 대면 상담을 하게 되었는데, 얘기하다보니 아이의 집중력과 스마트폰 사용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어머니도 스마트폰 사용 시간 통제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같이 사시는 조부모님께서 손자가 너무 사랑스러운 나머지 손자가 원하는대로 스마트폰을 내어주시니 할매폰, 할배폰 번갈아가며 하루에 4시간씩 스마트폰을 하고 있을 때도 많다고 했다.

“어머니, 정말 그러면 안 돼요. 아이 뇌가 망가져서 생각을 길게 못 하게 된단 말이에요. 하루에 1시간 이내로 관리해주셔야 해요.”

“저도 아는데, 환경이 마음대로 안 되네요. 아이가 선생님 말씀을 잘 들으니깐, 선생님께서 하루에 1시간까지만 스마트폰 하라고 말씀해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말한다고 그게 될까요?”

“될 거예요, 제발 한 번만 말씀해주세요.”

“아이고, 알겠습니다, 말이라도 해보죠.”

상담을 마치고 돌봄 교실에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던 아이를 같이 찾아갔다.


어머니는 잠시 복도에 계시라 하고 교사 연구실에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서 얼굴을 30센치 거리로 맞댄 채 조용히 말했다.

“내가 어머니와 얘기를 했는데, 어머니께서 우리 00이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너무 길다고 걱정이 많으셔.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하고. 스마트폰을 너무 오래 보면 머리가 망가질 수 있는 건 00이도 알지? 하루에 최대 1시간까지만 스마트폰 사용하겠다고 선생님하고 약속할 수 있겠어?”

둘 만의 공간에서 진지하게 말하니 아이가 바로 수긍한다.

“네, 할 수 있어요.”

그리고 같이 손가락 걸고 약속을 했다.

그 뒤 아이가 정말 스마트폰 사용을 줄였다고 하는 소식이 간간히 들려왔다. 1학년의 순수함으로 요래 찰떡 같이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켜주니 너무 고마운 마음이다.


그러나 고학년이 될수록 씨알도 안 먹히겠지...

밤새 스마트폰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을 보다가 학교에 와서는 수업 시간 내내 졸고 있다는 한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답답했다. 선생님이 깨우고 타이르지만 가정에서 관리해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 부모에게 패악을 부리고 부모는 이를 어쩌지 못한다고 한다.


쇼*, 릴*, 틱* 같은 짧은 동영상이 알고리즘에 따라 끊임없이 재생이 되니, 요것만 보고, 요것만 보고 하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흥미 위주의 짧은 영상이 사람의 뇌를 얼마나 마비시키는지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지만, 이를 절제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어른이야 자기가 알아서 할 수 밖에 없겠지만, 우리 아이들 뇌는 어른들이 지켜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요즘 식당에 가면 흔히 보이는 풍경이 자리에 앉자마자 스마트폰만 보고 있는 아이들 모습이다.

어떤 부모가 블로그에 맛집 포스팅을 하며 대여섯살 난 자기 아이들이 얌전히 스마트폰을 하고 있는 모습을 뿌듯하게 사진으로 찍어올린 걸 보았다. 식당에서만 동영상을 보여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외식도 잘 따라오고 동영상 보며 밥도 잘 받아먹는다고 꿀팁인 양 자랑을 했다. 식사 중에 나눌 수 있는 가족의 대화는 어디로 갔고, 그 맛있는 음식들에 대해서 아이는 무엇을 기억할까.


대화를 통해 듣는 습관을 기르고 말의 표현력도 늘려야 하는데, 짧은 동영상으로 집중력을 잃은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다루는 내용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눈에 보인다. 수업 시간에 보여주는 영상에 눈을 반짝이지만, 나레이션의 중요 내용을 그냥 흘려듣는다.


스마트폰이 어른과 아이들의 시간들을 모두 잡아먹고 있는 것 같다.

우리의 시간을 찾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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