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하면서 혹시 이런 생각, 해본 적 있지 않나?
“발도 씻겼겠지, 어차피 물이 닿았으니까.”
어쩌면 오늘 아침, 당신도 그렇게 샤워를 끝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물만 닿은’ 발이, 지금 이 순간도 세균과 곰팡이의 놀이터가 되어 있을 가능성, 무시할 수 없다.
한때 필자는 발냄새가 심하다는 말을 듣고도 ‘하루에 샤워 두 번 하는데 뭘 더 해야 하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운동 후 샤워를 마친 뒤에도 찝찝함이 가시지 않아 발을 직접 살펴봤다. 그때 처음 알게 됐다. 샤워 중 물만 흘러보낸 나의 발은, 실제로는 ‘씻긴’ 게 아니라 ‘스쳐 지나간’ 수준이었다는 걸.
이쯤 되면 이런 질문이 생긴다. “그냥 물에 담그는 것만으로 발은 청결해질 수 있을까?”
눈에 보이지 않아 놓치기 쉬운 건강 경고
사실 발은 몸에서 가장 땀이 많이 나는 부위다. 발바닥 1㎠당 무려 600개의 땀샘이 존재한다. 이 땀이 악취를 유발하지는 않지만, 땀 속의 전해질, 유기산, 아미노산은 세균들에게 ‘뷔페식 만찬’이 된다.
BBC가 지난 3월 24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환경은 특히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 같은 냄새 유발 박테리아가 번식하기 딱 좋은 조건이다.
연구 결과도 흥미롭다. 발을 하루 두 번 꼼꼼히 씻은 사람의 발바닥에서는 ㎠당 약 8,800개의 박테리아가 검출됐다. 반면, 이틀에 한 번 세정한 사람의 발에서는 무려 100만 개 이상의 박테리아가 발견됐다. 단순한 차이가 아니다. 이는 ‘씻는다’는 행위가 단지 물에 발을 담그는 것이 아님을 강하게 시사한다.
그 ‘습기’, 그냥 지나치면 무좀의 씨앗이 된다
무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거나 들어봤을 질환이다. 그 시작점은 아주 단순하다. ‘제대로 씻지 않은 발가락 사이의 습기.’
습한 환경을 좋아하는 곰팡이들—칸디다, 아스페르길루스, 트리코스포론 등—은 발가락 틈에 쉽게 둥지를 튼다. 초반엔 가려움이나 각질로 시작하지만, 방치하면 진균 감염으로 이어지고, 치료도 까다롭다.
여기에 당뇨병 환자라면 위험은 배가된다. 혈당 조절이 어렵고, 감각 신경이 둔화되어 작은 상처도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이 작은 틈을 타 침입한 세균은 감염, 궤양, 심하면 절단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 당뇨병 전문의들은 “발을 씻는 행위는 단순한 위생이 아니라 ‘자기 건강을 점검하는 시간’”이라고 강조한다.
“씻는 것보다 말리는 게 더 중요합니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의 댄 바움가르트 교수는 다음과 같은 경고를 던졌다.
“씻는 것보다 중요한 건 제대로 말리는 겁니다.”
젖은 상태로 양말을 신거나, 발가락 사이의 물기를 방치하면 곰팡이의 번식 환경을 제공하는 셈이다. 특히 발가락 사이를 꼼꼼히 말리지 않으면 무좀뿐만 아니라 세균 감염 위험도 높아진다.
매일 씻는 게 답은 아니다? 유익균도 함께 씻긴다
그렇다고 발을 매일 뜨거운 물에 비누로 박박 문지르면 완벽할까? 그렇지도 않다. 피부에는 유익균도 존재하며, 이들은 피부의 보습 유지, 해로운 세균 억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도한 세정은 이 미생물 생태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
뉴욕 마운트 시나이 병원의 조슈아 자이츠너 피부과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발의 각질은 단순한 죽은 피부가 아니라 환경으로부터 발을 보호하는 일종의 갑옷입니다. 무조건 제거할 필요는 없습니다.”
피부가 건조하거나 민감한 사람이라면, 이틀에 한 번 정도의 세정이 적절하며, 활동량이 많거나 땀이 많은 날엔 한 번씩 꼭 씻고 말리는 것이 좋다.
건강한 발 관리를 위한 5가지 루틴
발 건강을 위한 실천법을 아래에 정리해봤다. 당신의 일상 루틴에 하나씩 더해보자.
단순히 물에 닿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반드시 비누와 손, 혹은 수세미로 발바닥과 발가락 사이를 문질러야 한다.
✅운동 후, 여름철, 당뇨병 환자는 매일 세정 필수. 건강 상태와 계절에 맞는 빈도 조절이 중요하다.
✅세정 후엔 반드시 ‘완전 건조’. 발가락 사이까지 꼼꼼히 닦아내자. 물기 방치는 곧 곰팡이 초대장이다.
✅스크럽과 뜨거운 물은 자제. 특히 건조한 피부를 가진 이들에게는 피부 보호막을 해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정기적인 발 상태 점검. 갈라짐, 발진, 각질 변화 등은 몸이 보내는 조용한 신호일 수 있다.
발은 ‘몸의 끝’이 아니라, 건강의 시작점
우리는 매일 몸을 움직이며 살아간다. 걷고, 서고, 뛰고, 때로는 하염없이 버티기도 한다. 그 모든 시간을 조용히 받쳐주는 존재, 바로 ‘발’이다.
무심코 지나친 이 작은 부위의 위생 습관 하나가,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다. 오늘 샤워를 하며 문득 떠올려보자.
“나는 오늘도 내 발을 진짜로 씻었을까?”
� 여러분은 평소 발을 얼마나 자주, 어떻게 씻고 있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루틴을 나눠주세요.
혹시 발 건강을 위한 꿀팁이 있다면 공유해주셔도 좋습니다!
이 글을 통해 새로운 루틴을 만들게 됐다면, 그것도 궁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