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송년회, 그리고 새해를 준비하며
올해 송년회를 어떻게 할까?
나는 매년 반복되는 저녁 술자리보다, 기억에 남는 송년회가 더 좋다고 생각했다.
작년에는 소고기집, 재작년에는 횟집에서 식사를 했다.
팀원들과 함께한 자리가 나쁘진 않았지만, 모두의 기억에 오래 남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가뜩이나 연말 술자리가 많은 시기였다.
그 틈을 피하면서도, 우리 팀만의 색깔이 담긴 송년회는 없을까?
직원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영화를 보자는 제안도 있었고, 그냥 작년처럼 고기집 가자는 의견도 있었다.
나는 가볍게 의견을 냈다.
“뮤지컬 어때요?”
예상외로 팀원들의 반응은 아주 좋았다.
“오, 완전 좋아요!”
“요즘 그런 거 보고 싶었는데!”
공연은 ‘레베카’. 연말 시즌 가장 핫한 작품이었고,
우리는 출연진까지 고려해서 날짜를 확정했다.
송년회 날.
우리는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퇴근해, 공연장 근처에서 저녁을 함께했다.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공연장으로 걸어가는 길,
나는 팀원들에게 한 가지 이야기를 꺼냈다.
“아, 말씀드릴 게 있어요.
우리 팀, 1명 충원하기로 했습니다.
아마 곧 발령이 날 거고, 내년부터 함께할 거예요.
누군지는 확정되면 말씀드릴게요.”
팀원들은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
“아, 그러면 우리 중에 누가 다른 팀으로 이동되나요?”
살짝 걱정하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아니요, 우리 모두 함께 갑니다.”
그러자 기대감도 느껴졌다.
“인원이 늘면, 우리도 일 좀 나눌 수 있겠네요?”
그 말에 모두들 웃었다.
하지만 웃음 너머로 각자의 생각이 스치는 듯했다.
누구와 함께 일하게 될까?
정말 도움이 될까?
팀의 분위기는 어떻게 바뀔까?
그렇게 우리는 공연장에 도착했다.
이미 모든 좌석이 매진된 상황이라 아주 좋은 자리는 아니었지만,
포토존에서 단체 사진도 찍고,
즐거운 마음으로 공연장 안으로 들어섰다.
나는 개인적으로 브로드웨이 이후, 국내에서는 처음 보는 대형 뮤지컬이었다.
그것도 가장 핫한 작품. 기대감은 컸다.
공연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음향과 조명, 배우들의 감정 몰입도는 정말 놀라웠다.
특히 ‘댄버스 부인’의 메인 넘버가 흐를 땐, 객석 전체가 숨을 죽였다.
전율.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마지막 커튼콜.
배우들이 무대 앞으로 나와 인사하던 그 순간,
우리 팀 모두가 기쁘게 박수를 보냈다.
나 또한 참을 수 없었다.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무대와 이 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었다.
공연이 끝나고 극장 밖으로 나서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서로를 바라보며 인사했다.
“한 해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감사는 공연으로 마무리되었고,
다음 변화의 예고편이 조용히, 하지만 분명하게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