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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 7%, 그래도 나는 협상을 택했다

캐나다 '고용 냉각기' 속, 흔들림 없는 나의 가치

by Soo 수진

새벽 4시 19분.

알람 보다 먼저 눈이 떠졌다. 아직 모두가 잠든 이른 새벽이다. 방안은 고요했고, 머릿속은 이미 깨어있었다. 다시 눕는 건 의미 없었다. 어둠으로 가득한 방에 스탠드를 켰다.

커튼을 젖히니 차가운 새벽 공기가 스며들었다.

겨울이 다가오는 바람결이다.

레몬청 두 스푼을 컵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었다. 향긋한 김이 올라오자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문득 어제 읽다 만 데이비드 프레인의 『일하지 않을 권리』를 다시 펼쳤다. ‘일하는 시간’만큼 ‘일의 가치’를 지키는 일은 왜 이리 어려울까.

'나는 성실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고 있나?'

오늘은 그 이야기를 꺼낼 참이었다. 레몬티를 마시며 머릿속으로 문장을 정리했다.

“저는 올해 더 많은 책임을 맡았습니다. 그만큼의 보상과 신뢰를 요청합니다.”

그 문장을 몇 번이고 마음속에서 되뇌었다. 아직 어둠이 남아 있었지만, 나는 이미 오늘의 첫 결정을 내렸다.

결심은 빛보다 먼저 찾아왔다.


출근길 양떼구름이 반겨준다

아침 7시 반.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도로 위 공기가 차갑고 선명했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몇 명의 동료가 와 있었다. 컴퓨터를 켜고 메일함을 열었다.

손끝이 잠시 멈췄지만, 이내 빠르게 타닥타닥 키보드를 두드렸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연봉 관련하여 면담을 요청합니다.”

올해 해낸 일들의 가치를 증명하는 파일을 첨부한 뒤, 담담하게 면담을 요청했다.

보내기 버튼을 누르자, 묘한 전류가 몸 안을 관통했다. 창밖이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아마 누군가에겐 평범한 월요일 아침일 것이다. 나에겐 오래 미뤄 온 한 문장의 아침이었다.


회사에서 마시는 커피는 그저 블랙

차가운 공기처럼.

요즘 캐나다의 공기는 맑고 차갑지만, 그 차가움은 자연뿐 아니라 고용 시장에서도 여실히 느껴진다. 얼마 전부터 전해지는 소식들은 냉각기(Cooling Period)이다.

전체 실업률은 7% 전후로 오름세이며, 이는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이 수치는 단순한 경제 지표를 넘어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집단적인 불안감을 대변하고 있다. 지금의 캐나다 고용 시장은 분명히 차갑고, 기업들은 불안하다.

이런 상황에서 연봉 협상을 요청한다는 것이 어쩌면 무모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요구가 아니라,

내가 쌓아온 시간과 결과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구하는 일이다. 내가 바라는 ‘보상과 신뢰’는 시장의 흐름이 아니라, 오롯이 나의 성과가 만들어낸 결과로 증명되기를 바란다.

어쩌면 이번 연봉 협상은 경제의 흐름과 맞지 않아 무산되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시간들이 훗날 나의 커리어를 견고히 쌓아가는 과정임을 안다.

Just as I am 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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