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이른 첫눈, 겨울의 신호
완연한 가을을 느끼기도 전에 겨울이 찾아왔다.
일기예보는 정확했다. 95% 눈 예보.
첫눈이다. 작년보다, 그 전해보다도 훨씬 이른 첫눈이다.
창밖을 보았다.
가을의 낙엽을 아직 품고 있는 나무들은 겨울이 반갑지 않은 듯 보였다.
나 역시, 겨울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눈 소식이 있는 날이면 출퇴근부터 걱정된다.
스노우타이어도 아직 교체하지 못했는데.
언젠가부터 눈을 기다리던 마음보다, 대비하지 못한 현실이 먼저 떠오른다.
눈은 더 이상 설레는 존재가 아니다.
첫눈은 미끄러운 도로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 출근길,
천천히 달리는 차들로 막힌 도로,
그리고 차창에 닿는 눈발을 바라보며 내일을 걱정하는 하루가 된다.
이제 눈은 더 이상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낭만이 아니다.
눈이 내리면 가장 먼저 날씨 앱을 켜고 적설량을 확인한다.
예상보다 일찍 찾아온 첫눈 앞에서, 당장의 일상을 먼저 걱정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눈은 어수선한 마음에 잠시 위로를 건넨다.
새벽, 눈이 소복이 쌓인 거리엔 세상의 모든 소란이 멈춘 듯 고요한 순간이다.
차가운 공기에 손이 시렸지만, 그 찰나를 놓치고 싶지 않아
카메라를 들었다.
가을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 나무들조차 첫눈이 반갑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하얀 눈이 그 위에 고요히 내려앉으며,
그들에게도 겨울이 왔음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나 역시 알았다.
이제, 깊어지는 시간의 계절이 다가왔음을.
첫눈은 마음을 다시 정돈하라는 계절의 신호 같다.
여전히 내리는 눈은 밤새 하얀 세상을 만들려나 보다.